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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는 15일 오후에 제280차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24명 중의 22명의 찬성과 2명의 기권으로,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가결했다.
▲ 제주도의회 제주도의회는 15일 오후에 제280차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24명 중의 22명의 찬성과 2명의 기권으로,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가결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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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강정마을에 들어설 해군기지 공사의 전제가 되었던 '절대보전지역 해제'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뒤늦게 '동의취소'를 의결함으로써 해군기지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09년 12월 17일, 제주도의회에서는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의사당 주변을 봉쇄시킨 상태에서 해군기지 건설의 행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그리고 김태환 도정과 해군은 도의회를 통과한 동의안을 빌미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 6·2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제주도의회 내의 세력 분포가 달라졌다. 압도적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석 확보에 그친 반면, 민주당이 20석을 확보하며 제1당으로 부상했다. 거기에 민주노동당이 3석을 확보하며 약진했고, 신생정당인 국민참여당도 비례대표 의석 1석을 확보했다.

6·2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이하 범대위), 강정마을회, 천주교평화특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 등은 제9대 도의회 당선자 41명(교육위원 5명 표함)에게 공개질의를 통해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범대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선자 총 41명 중 범대위 등의 질의에 입장을 밝혀온 당선자는 총21명이며, 이 21명 중 20명은 2009년 12월에 제8대 도의회가 처리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정부지 내 '절대보전지역 지정 해제 동의안 처리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12월 27일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었다. 해군이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자 강정마을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던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새로운 농성 장소로 선택한 것은 제주도의회였다. 범대위는 강정마을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공사가 강행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제주도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28일부터 제주도의회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기로 결정이다.

하지만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의회 앞에 도착했을 때, 이들을 맞은 것은 김병립 제주시장과 공무원 20여명이었다. 공무원들은 김병립 시장의 현장지휘에 따라 범대위 회원들의 천막을 강제로 빼앗으려했고, 범대위 회원들이 이에 저항하면서 양측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와중에 시민단체 여성 회원 한 명은 치아 3개가 부러지고 얼굴에 살이 찢겨 40바늘을 꿰매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양측 간 충돌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12월 30일,사태가 험악하게 전개되자, 오랜 기간 침묵하던 제주도의회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며 미온적으로나마 해군기지에 관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범대위는 도의회가 이 사안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2011년 1월 24일부터 도의회 정문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범대위 소속 회원들은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의회들을 향해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재의결'을 요구하며 쉬지 않고 시위를 이어갔다.

진보신당 제주도당 이경수 위원장이 제주도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지난 1월 24일부터 제주도의회 앞에서 '절대보전지역 동의 취소'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왔다.
▲ 1인 시위 진보신당 제주도당 이경수 위원장이 제주도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지난 1월 24일부터 제주도의회 앞에서 '절대보전지역 동의 취소'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이어왔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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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월 8일에는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을 포함한 의회 대표단이 총리실을 방문했다. 문대림 의장 등은 임채민 총리실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차원의 사과'와 '지역발전계획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지원의지'를 표명해줄 것과 계류 중인 행정소송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공사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의 요구를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문대림 의장 일행이 총리실을 방문한 바로 다음날(2월 9일)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현장사무소를 열었고 해군기지 예정지에 어선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부표와 오·탁수 방지막 등을 설치했다. 제주도의회의 모양새만 우습게 되어버렸다.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3월 8일에 제주도의회가 중앙정부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오영훈(민주) 의원이 동료 의원 9명의 서명을 받아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의사담당관실에 접수한 것. 취소의결안 발의에는 오영훈 의원을 포함한 4명의 민주당 의원과 더불어 강경식·김영심(민노), 박주희(국참) 의원 등과 이석문 교육의원 서명했다.

오영훈 의원이 접수한 '취소의결안'은 해당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김태석)에 회부되었다. 환경도시위원회는 3월 14일 제280회 임시회를 열고 '취소의결안'을 상정하기는 했지만 일단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14일 오후에 열리기로 예정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간 정책협의회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강정마을 해군기지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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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4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는 우근민 지사와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정책협의회가 개최되었다. 해군기지 사업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근민 지사가 '정부의 지원 의지'등을 강조하며 의원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의원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화 간 정책협의회가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제주도의회는 15일 오후에 제280차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오영훈 의원이 발의한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의장 직권으로 부의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의원 24명 중의 22명의 찬성과 2명의 기권으로 가결했다.

문대림 의장은 의결안이 가결된 후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책무가 9대 의회에 주어졌던 것이고, 이를 피하지 않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의결안 처리가) 도민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자, 도민 역량을 결집시켜 내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의장은 중앙정부를 향해 "취소의결안이 처리되었어도 도지사가 행한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해군기지 문제로 인한 정부와의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성의 있는 지원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도의회의 결정에 대해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려를 표했다. 우근민지사는 15일 4시 30분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를 향해 이 사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재논의'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의회의 의결사항이 공식 통보되면 공식적으로 '재의 요구권'을 발동해 도의회의 의결 결과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우근민 지사는 중앙정부를 향해서도 '해군참모총장의 유감표명', '지역발전계획에 대한 적극 지원' 등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문대림 의장이 의결안 가결 직후 말했던 것처럼 '절대보전지역 취소의결안'이 가결되었다고 해서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해군기지 사업이 당장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행정처분에 대해 효력을 상실시키려면 행정처분에 대한 권한을 가진 행정청이 행정처분 직권취소 처분을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을 내리고 해군기지 공사를 당장에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도지사에만 속한 것이다. 의회는 도지사가 자신에게 속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정마을회와 범대위는 도의회의 결정이 23일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처분 효력정지 및 무효 확인 등에 관한 소송' 항소심에는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도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을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할 수 없다고 명시한 특별법과 도조례를 위반하였다"며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박재현 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재판에서 "원고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강정마을회는 즉각 항소했고, 오는 23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태그:#해군기지, #제주도의회, #절대보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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