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 그릇 속에 반지 목걸이와 팔찌가 있다."
"할머니 왜 거기에다 놔두셨어요?"
"응, 도둑이 그릇 속까지 뒤지겠냐."
"그런데 할머니 왜 저에게 반지랑 놔둔 곳을 가르쳐주세요?"
"병원에 가면 할머니가 어떻게 될 줄 모르니까. 사실은 네 아빠에게 말하려 했는데 미처 말을 못했다."

대학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려고 차를 주차장으로 가지러 가는 사이 어머니가 손녀딸과 나눈 얘기다. 동네 병원에서 괜찮을 거라고 해서 다행이라 했는데 정밀검사 결과, 뇌동맥류라며 큰 병원에 가서 수술 여부를 상의하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났다. 그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다하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니, 잠시였지만 이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조치였을까 하는 의문스런 생각과 함께 병세 악화에 대한 걱정이 들면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동맥)에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약해져 있는 부위가 있어 이곳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으로 뇌출혈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다.

전 인구의 2% 정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인 1% 정도에서 파열을 경험하고 (뇌지주막하 출혈), 파열시 환자의 3/1은 바로 의식을 잃고 숨을 거두며, 3/1은 혼수나 심한 의식저하가 발생하며, 3/1은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어머니는 발병 20여일 만에 대학병원 뇌신경외과 전문 교수의 진료를 받았고, 그 교수님은1주일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1주일이 되던 날, 어머니는 입원할 준비물을 챙겨오면서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으셨는지, 손녀딸에게 당신이 소중히 간직했던 귀금속 나둔 자리를 알려주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 것이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72세요."
"수술을 하려면 하루 입원해서 뇌혈관을 촬영하고 백금코일을 이용한 뇌동맥류 치환술을 해야 합니다. 몇 세라고요?"

백금시술장면
 백금시술장면
ⓒ 이경모

관련사진보기


백금시술시행 후 교통대뇌동맥류 혈관내 치환술 장면
 백금시술시행 후 교통대뇌동맥류 혈관내 치환술 장면
ⓒ 이경모

관련사진보기


뇌동맥류 코일링은 뇌혈관 내로 미세도관을 통해 백금코일을 동맥류 내로 넣어서 동맥류를 폐쇄시키는 방법이다. 의사선생님은 어머니가 연세가 많은 데다 부풀어 오른 부위가 다행히 동맥의 두께보다 작다며 더 지켜보자고 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머니 목소리는 병을 다 나은 것처럼 쩌렁쩌렁하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집에 가자며 내손을 끌어당기는 힘에서도 어머니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수술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연세도 연세지만 벌침시술을 몇 년간 한 나로서는 벌침시술로 중풍환자들을 치료한 사례를 많이 봐서다. 그래도 곧바로 벌침치료를 서두르지 않고 병원에서 모든 검사 결과를 얻었던 것은 내 어머니지만 어머니 형제들이 벌침치료를 신뢰하지 않아서다.

"나 오늘 화정동 할머니 집에 고스톱 치러 간다."
"나 집에 오면서 버스도 환승해서 왔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깜짝 놀랄 만큼 좋아지셨다. 어눌한 말, 흐린 눈망울이 다시 또렷또렷한 말 초롱초롱한 눈으로 회복되어 예전과 같고 거동만 조금 불편해 보인다. 정말 다행이다.

15일간 매일 벌침치료를 했다. 결과가 좋아 어머니 덕분(?)에 그동안 지질했던 내가 처음으로 주변사람들로부터 효자 소리를 들어봤다. 매일 전화를 하는 손자 손녀의 할머니 사랑도 확인했다.

아직은 빠르지만 다시 우리 집에 지금처럼 봄이 오고 있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날 우리 가족 소풍가는 모습을 도화지에 그린다.


태그:#이경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