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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임무창 조합원이 지난 2월 말 돌연사로 사망했다. 임씨는 회사가 약속을 지켰다면 이미 공장에 복귀해 일하고 있었을 '무급자'였다. 부인은 정리해고 사태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지난해 4월 투신사망했다.

불과 10개월 만에 졸지에 부모를 모두 잃은 두 아이의 손을 가만히 잡아 준 사람이 있다. '쌍차남매'의 친구가 돼 준 가수 박혜경(37)씨를 <노동과세계>가 만났다.


가수 박혜경 씨가 '쌍차남매'에게 친구가 돼 주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쌍차남매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부모를 모두 잃었다.
 가수 박혜경 씨가 '쌍차남매'에게 친구가 돼 주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쌍차남매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부모를 모두 잃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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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어려우면 꿈을 포기하고 접거나 축소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죠. 그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제가 연락했을 때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했고 그렇게 만나게 됐어요."

박혜경씨는 고인이 된 임무창 조합원의 중학생 딸(15)과 고등학생 아들(18)을 지난 3월 초부터 연락하며 만나고 있다. 어느새 농담도 나눌 만큼 많이 친해졌다. 고등학생 아들은 "누나, 우리 학교에도 좀 와줄래?"라고 조를 정도가 됐다.

박혜경씨는 트위터에서 청소년을 위한 재능기부모임으로 '가수 박혜경과 레몬트리 공작단'을 제안했다. 공작단 회원이 이미 400명을 넘어섰다.

"재능 기부운동은 무슨 거창한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눈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책을 읽어준다든지, 길을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준다는지…. 그렇게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부터 남들과 나누자는 거죠."

박씨는 자신들이 하려는 재능기부운동은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나눠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서로 돕다 보면 도움을 받은 사람이 상대편이나 또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생기죠.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섞여서 돕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 구분 없이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박혜경씨 눈에는 이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우리 사회는 정말로 비상식적이에요. 그런데 정작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그렇게 상식적일 수가 없어요. 상식적인 사람들이 모여 단체가 되고 집단이 되면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요. 왜 그럴까요?"

아는 것, 배운 것,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을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고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사람들, 쌍용차에서 일하던 죄 없는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은 모리배들을 향해 가수 박혜경씨가 날세워 던지는 물음이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 안 되고, 상처주면 안 되고,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거….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우리는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잖아요?"

박혜경 씨는 두 아이가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아이들은 그녀에게 학교에 와 달라고 조를만큼 많이 친해졌다.
 박혜경 씨는 두 아이가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아이들은 그녀에게 학교에 와 달라고 조를만큼 많이 친해졌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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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씨는 "우리 사회가 정확히 대가를 주고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한 만큼 주고 받고, 얻은 만큼 돌려줘야죠. 우리가 식당에 가면 밥 먹고 돈을 내잖아요. 그 돈은 식당주인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로 분배돼야 하는 거죠. 또 'NO!', 'YES!'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사회여야 해요."

그는 현재 일본에 닥친 대지진과 피폭 사태 등 엄청난 재앙을 바라보는 일부 한국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옆에서 사람이 피 흘리며 죽어가는데 '너는 이래저래서 죽는 거야'라고 말하고, '나는 괜찮으니 조상님에게 하느님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박혜경씨는 "민주노총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시키려 만들어진 단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필요하면 고용해서 쓰고 금방 필요 없어졌다고 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은 제가 스타이기보다 늘 친구 같고 편안해서 좋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늘 가까이서 변함없는 모습 보여 드리며 우리 사회 아픈 곳을 찾아 보듬는 친구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마치 동화 속 요정과도 같은 외모와 풋풋하고 상큼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는 가수 박혜경. 그의 노래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 가슴 속에 남는 것은 그가 풍겨내는 그윽한 사람내음과 세상을 향해 외치는 의로운 호소 때문일 것이다.

박혜경 씨는 우리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 정당한 대가를 주고 받는 사회여야 한다고 말한다.
 박혜경 씨는 우리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 정당한 대가를 주고 받는 사회여야 한다고 말한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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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온라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민주노총, #박혜경,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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