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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내년 선거를 바라보면서 '실력'을 기준으로 연대연합 하자고 주장하고, 민노당은 경선 없는 '순천 후보단일화', 김해는 야3당이 선 후보단일화, 후 민주당과 경선. 국민참여당은 이에 불감청고소원. 진보신당은 지난 협상 먼저 차고 나간 죄로 잠자코. 다만 진보양당 단일화엔 동의. 여러모로 갑론을박 중이다."

 

4·27 재보선 야권연대 정치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가 전해준 협상의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희망과대안·시민주권·한국진보연대·민주통합시민행동)가 함께 하는 '4+4 정치협상회의'가 진통을 앓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이틀이 남은 현재까지도 대략적인 윤곽이 잡힌 것 이외에는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새어나온다. 반대로 협상은 굉장히 잘 풀리고 있고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다는 평도 있다. 워낙 보안을 철저히 하는 터라 일각에서 흘리는 '정보의 조각'만으로 전체의 판을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진실에 가까운 사실은 4·27 재보선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모의고사 성격의 선거이기 때문에, 각 당은 첨예하게 이해득실을 따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대선에서 각 당이 점유할 위치까지 생각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려니 쉽고 만만하게 진행될 리는 만무하다. 당연히 협상은 복잡하고 까다롭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는 전국적인 야권통합과 연대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거대담론부터 작게는 당장 직면한 빅4 지역 '3(김해·분당·순천)+1(강원지사)'의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각 당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은 무엇인지 그 점도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때는 날밤까지 새우며 협상을 벌인다는 것.

 

문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정치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국민적 관심은 '일본 지진문제'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4·27 재보선에 누가 나오는지, 어떤 것이 선거쟁점인지, 어떤 정책적 과제를 관철하려고 하는지, 과연 MB심판론은 이번에도 먹히는 코드가 될지, 관심을 두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치협상을 통해 국민적 흥행요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점에선 낙제점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당들이 당리와 선거공학에만 집중해서 정작 중요한 '국민적 의제 발굴'과 '이기는 선거연대' 전술이 실종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치협상이 끝까지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된다면, 결국 전국적인 통합과 연대논의는 물론 용이한 선거전술로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설령 정치협상이 잘 마무리된다한들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한다면 이 또한 야권연대의 의미가 있는 것이냐 볼멘소리도 제기된다. 무엇을 위한 야권연대인 것인지 근본부터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순천 경선 없는 후보단일화? 알박기 정치 청산해야"

 

현재까지 진행된 야권연대 협상은 일괄타결 방식을 고집한다. 지역별로 쪼개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먹는 방식의 '나눠먹기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 지역 한 곳의 협상이 꼬이면 다른 지역까지도 연결돼 타결이 안 되는 상황이다.

 

우선 전남 순천은 일찌감치 민주당이 무공천 전략을 천명했다.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에 비해서는 열세지만 다른 야당에 비해서는 강세인 민노당은 이 지역에 김선동(44) 전 사무총장을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 중이다. 

 

민노당이 '순천 야권단일후보=김선동'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고 '경선 없는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데서 문제가 비롯된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들도 함께 후보를 내고 상호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선거의 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이 점과 관련해 "우리는 순천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고 말했지, 순천을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무조건 양보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순천=민주노동당 후보단일화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발끈했다.

 

민주당이 순천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호남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뜻이지,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먹도록 방치하겠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먹는 방식이라면 그건 진정한 야권연대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남에서 '비민주연대'를 양해하는 것이지, 특정 정당에게 그냥 후보를 내주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과 인물, 비전 등을 갖고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끼리 상호 경쟁하면서 야권연대의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 장원섭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순천 지역의 실제 민심과 각 당이 처한 현실과 견해의 차이가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며 "현재까지는 국민참여경선, 시민배심원제,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후보결정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진행중인 협상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순천에서 경선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참여당도 순천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국민참여당은 후보를 안 내고, 진보신당은 내보낼 후보가 없다면 뭐하러 경선을 하느냐"며 "자연스럽게 순천지역의 야권단일후보는 민노당의 후보가 되는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4+4 정치협상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다만 그는 야권연대 협상 틀 밖에 있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가 출마할 경우, 승패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국민참여당은 순천지역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김선일(47) 당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심사를 치르지 않고 홀딩 중이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전체 정치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하려고 심사를 미뤄두고 있다"며 "협상이 깨지고 모든 정당이 각개약진하는 분위기가 되면 본격적인 심사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4+4 정치협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결과에 따라 후보를 낼 수도 있고,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경선은 선거 흥행몰이의 제1요소인데, 민노당은 왜 경선 없는 야권단일화를 원하는 것일까. '4+4 정치협상'의 내부 상황을 전해듣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경쟁력에 자신이 있다면 경선을 피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에 경선 없는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노당의 입장은 다르다. 야권연대의 취지와 관계없이 경선과정에서 출혈경쟁이 발생하면, 본의와 다르게 각 후보의 본선경쟁력에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경선이 야권연대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상대후보를 누르기 위해 흑색선전을 하게 된다거나 과도한 폭로전을 하게 될 것을 걱정한다는 게다.

 

이 입장을 전해들은 임종석 민주당 연대연합특위 간사는 우려 섞인 전망을 쏟아냈다. 임 간사는 "민노당이 '판'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민노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들이 함께 참여해서 선거의 판을 키우고 신명이 나야 시민사회도 함께 도움을 주는 형식이 될 텐데 경선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결과적으로 민노당이 경선 없이 곱게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된다고 해도 본선에서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다면 민주당이 무공천 전략을 세운 야권연대의 정신이 실종되고 마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임 간사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정당이 아무런 위험부담도 지지 않은 채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이라며 "바람직한 야권연대의 판이 짜여 지지 않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걱정했다.

 

최근 진행 중인 '4+4 정치협상 회의'에 대해서도 임 간사는 "전부 자당의 이익을 놓고 주판알만 튕기고 있으니 진도가 나갈 수 있겠느냐"며 "민노당이 계속 순천에서 경선 없이 가겠다고 우기면 결국 시민사회도 선거를 돕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특정지역을 분할하는 알박기 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긴밀한 사전연대"

 

한편 김해의 쟁점은 여론조사 방식이다.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국민참여당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주장한다. 처음에는 국민참여당이 당명기재를 통한 방식에 반대했으나 현재 그 점은 수용한 상태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여전히 국민참여경선에 부정적이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참여당의 고위 관계자는 "말이 국민참여경선이지 실제 경기지사 선거를 치러보니 당원동원선거"라며 "말은 예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에게 상당히 유리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국민참여경선도 못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야권연대를 자기 유리한 방법으로만 치르려는 게 과연 전국적 통합과 연대를 위한 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밖에 김해에서는 '야3당 선 후보단일화 후 민주당 경선' 제안도 제기됐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우선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고, 민주당 후보와 경선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은 지난 11일 야4당 지역도당위원장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제안을 내놨다. 그가 내세우는 주장의 맥락은 이렇다. 김해을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의 두 후보는 지역의 가야방송을 통해 생중계 토론을 하면서 인물 알리기에 나서는데, 정작 나머지 야3당 후보들은 아무런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니 나머지 야3당끼리라도 '마이너리그'를 해서 인물 알리기에 나서 보자는 것.

 

이병하 위원장은 "지역언론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위주로 보도하고 다른 작은 당들은 아예 다뤄주지도 않는다"며 "나머지 야3당끼리 후보단일화를 해서 민주당 후보와 경선하는 방식을 아이디어로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해을에 도전장을 낸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우선 단일화 과정을 거치고 그 뒤에 민주당과 단일화 하는 방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모든 선거연대 논의는 중앙당에 일임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백두현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해볼 수는 있고 또 '군소정당 이벤트'가 없으니 나름대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선 민주당 경남도당은 21일 오후 3시 양 후보 간 경선결과를 발표하고, 이어 당일 오후 4시 30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참배와 부인 권양숙씨 예방일정까지 잡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민주당 일정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이병하 민노당 경남위원장은 "지역에서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일축하지만 중앙단위 정치협상 테이블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20일 협상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전혀 엉뚱한 얘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노당의 고위 관계자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긴밀하게 사전연대를 하고 있다"며 "김해에서 국민참여당 후보가 단일화 되는 과정과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을 잘 지켜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체 8인이 참가하는 '4+4 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 도중에 개별 정당끼리 우선 협상을 통해 다른 정당을 압박하는 방식이 과연 민주주의 절차에 맞는 것이냐는 문제지적이 나온다.  

 

오랜 세월 시민운동에서 정책분야 활동을 해온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서로 지역을 '바터'하는 방식으로 협상한다는 게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에 맞는 것이냐"며 "4·27 재보선이 아무리 국민적 관심이 덜한 선거라해도 야권이 스스로 국민적 흥행요소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순천과 김해는 협상 중... 분당과 강원도는?

 

'빅4' 지역 가운데 정치협상의 주요 쟁점지역인 전남 순천과 경남 김해를 제외한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후보와 강원도지사 선거에 대해서는 대개 '유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3인(최문순·조일현·이화영)을 대상으로 경선을 진행하고 있고, 그밖에 야3당은 후보를 내지 않은 상태다.

 

경기 분당을의 경우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김병욱(46) 분당을지역위원장과 김종우(55)씨가 예비후보로 각각 등록한 상태이나 최종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민주당 후보도 누구로 할지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그밖에 진보신당의 이진희(44) 성남당원협의회 위원장, 국민참여당 이종웅(44) 전 삼성전자 인도지역전문가가 각각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또 울산 중구청장 선거는 민주당(임동호 후보)과 진보신당(황세영 후보)이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보양당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동구청장 선거는 사실상 민노당(김종훈 후보)으로 단일화가 됐는데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교란이 일고 있다.

 

40일 앞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갈수록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겠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정치협상은 '웰메이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큰 틀에서 야권이 왜 무엇 때문에 정치협상을 벌이는 건지 그 원칙과 기준은 간 데 없고 자당의 이익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결국 길을 잃게 된다.

 

특히 시민사회가 아무런 정치적 이익이 없음에도 지난 6·2 지방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협상에 참여해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은 협상의 결과가 국민적 이익으로 남기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 6·2 지방선거 때와 같이 이미 결론을 내놓고도 입장이 맞지 않는다며 협상결과에 불복한다거나 정당간 협상으로 기존의 협상 틀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임한다면 더 이상 시민사회도 끼여들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틀 남은 협상기간 동안 야4당은 자당의 이익보다는 전체 한국정치의 진보와 통합, 야권연대라는 큰 틀에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제 눈 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은 일본지진과 원전문제로 4·27 재보선을 망각할 것이다. 그 책임은 철저하게 야권이 져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태그:#4.27 재보선, #정치협상,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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