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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春分)을 며칠 앞두고 있어 계절상으로는 나른해지기 쉬운 봄인데도 바람 끝은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름 하여 환절기. 이럴 때일수록 잠을 충분히 자고, 음식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엊그제는 아내가 쉬는 날이었습니다. 2011년 결혼기념일(2월 20일)은 강아지 보름 쇠듯 지나가서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는데, 아내와 중학교 동창이어서 흉허물 없이 지내는 지인이 점심이나 하자면서 아내를 챙기더군요. 얼마나 고마웠던지.

웅포에서 바라본 금강 하류. 가슴이 탁 트이는데요.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웅포에서 바라본 금강 하류. 가슴이 탁 트이는데요.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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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추천하는 우여회 전문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차가 강변도로를 달리는데 아직은 강바람이 쌀쌀하더군요. 그래도 가슴이 탁 트이면서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날씨의 변화가 심하다고 해도 자연의 이치, 즉 계절은 속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웅포대교 인근에 위치한 식당은 전망도 좋더군요. 더울 때 휴식처로 안성맞춤일 것 같았습니다. 금강 담수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운치를 더해주었습니다.

'우여회' 주문하면 '홍삼탁'은 서비스

우여회를 한 접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요. 시골 마을에서도 외진 강변에 있는 식당인데도 손님이 많더군요. 하우스에서 일하다 온 아저씨들도 있고, 가족동반 손님도 눈에 띄었는데요. 손님의 수를 통해 음식 맛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홍어회와 삼겹살, 돗새치와 광어회, 홍어애, 우여회입니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홍어회와 삼겹살, 돗새치와 광어회, 홍어애, 우여회입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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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회가 나오기 전에 차려진 음식상. 새우젓도 집에서 담근 거라고 합니다.
 우여회가 나오기 전에 차려진 음식상. 새우젓도 집에서 담근 거라고 합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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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차려지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홍어회와 윤기가 자르르한 홍어애, 기름기를 쏙 뺀 삼겹살, 싱싱한 광어회, 청정해역에서만 잡힌다는 돗새치 등이 차려 나왔습니다. '홍삼탁'에 생선회까지 모두 서비스라고 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홍어회 한 점을 집어 초장에 찍어 먹었더니 어렸을 때 어머니가 손수 썰어 입에 넣어주던 그 맛이었습니다. 국물이 시원하고 개운하기로 소문난 생합탕도 한몫을 했습니다. 곁에 있는 우여회가 불쌍하게 보일 정도로 서비스 음식이 화려하더군요.

광어회는 입에서 살살 녹았는데요. 자연산이라고 하더군요. 스테이크용으로 인기가 좋은 돗새치도 담백한 맛이 별미였습니다. 먹어보지 않았으면 홍어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맛이 일품인 '홍어애'도 고소하기가 그만이었습니다.

잘 익은 김치는 홍어와 삼겹살의 고소한 맛을 더욱 살려주었는데요. 씹힐 때 깊고 개운한 맛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금강 하류의 아름다운 풍광과 로맨틱한 분위기는 먹는 맛에 보는 맛을 더해주더군요. 

봄철의 '우여회'는 음식이기에 앞서 '보약'

보기만 해도 푸짐한 우여회 무침. 한 사람에 1만 원꼴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푸짐한 우여회 무침. 한 사람에 1만 원꼴이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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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백제 임금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우여. 맛을 봐야지, 설명이 필요 없는 생선이지요.
 1500년 전 백제 임금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우여. 맛을 봐야지, 설명이 필요 없는 생선이지요.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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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우여회가 푸짐하게 차려져 나왔는데요. 보는 것만으로 즐겁고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우여는 고단백 생선이어서 봄에 먹는 우여회는 맛도 맛이지만, 보약이기 때문이지요. 겨우내 부족했던 양분을 보충해주니까요. 

몸이 미끈하게 빠진 '우여'는 모양이 갈대와 비슷해서 '위어(葦魚)'라고도 하며, 날씬한 몸에서 빛이 난다고 해서 '웅어(熊漁)'로도 불리는데요. 이름도 다양해서 아랫녘(전남)에서는 '웅어', 전북 군산 지역은 '우여', 경기도 강화지역에서는 '우어'라고 부르지요. 

서해바다에 사는 우여는 2월에서 6월까지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산란을 합니다. 봄이 되면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서서히 북상하는데요. 요즘은 군산 앞바다 오식도와 장항제련소 앞에서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식당 주인의 김치 예찬, 듣기만 해도 침 넘어가

식당을 운영하지만 본업은 농사꾼이어서, 고춧잎무침과 고구마순나물 등 상에 오르는 나물음식들은 모두 밭에다 심은 농작물을 재료로 한다는 주인 조경환(56)씨에게 반찬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년 숙성한 김치. 사각사각 씹히면서 개운한 맛을 내는 게 어렸을 때 먹던 고향의 그 맛이었습니다.
 2년 숙성한 김치. 사각사각 씹히면서 개운한 맛을 내는 게 어렸을 때 먹던 고향의 그 맛이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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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호반’ 식당에서 제일 자신 있게 추천하는 반찬 꼴뚜기젓. 조금 집어먹었더니 젓갈 향이 입안에 그윽했습니다.
 ‘금강호반’ 식당에서 제일 자신 있게 추천하는 반찬 꼴뚜기젓. 조금 집어먹었더니 젓갈 향이 입안에 그윽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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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가 외진 곳에 있어도 손님이 많네요.
"저희 가게는 길에서 한참 벗어난 강변에 있어서 입소문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번 오시면 대부분 단골이 되어 봄에는 봄철 맛을 즐기려고 찾아주십니다. 여름에는 얼큰한 빠가매운탕을 드시러 오는 분들이 많지요. 강바람이 시원해서 피서에도 좋고요."

- 음식이 모두 개운한데요. 솜씨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희 식당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젊은 손님들이 이상하다고 하는 때도 있습니다. 사정을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고구마순이랑 고춧잎은 작년 가을에 따서 살짝 삶아서 말렸다가 무친 거라서 개운할 겁니다." 

- 곰삭은 멸치젓 같은데 뒷맛이 개운하네요.
"멸치젓이 아닙니다. 칼로 쪼아 무쳐서 착각하신 모양이네요. 저희 식당 반찬 중에서 제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꼴뚜기 젓갈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한 치 크기의 꼴뚜기를 한 상자씩 사서 젓갈을 담급니다. 3년 정도 잘 숙성시키면 뒤에 단맛이 감돌지요."  

- 묵은 김치도 깊은 맛이 남다른데 어떻게 담그나요?
"저희는 해마다 김장을 4천~5천 포기씩 합니다. 2년 후에 먹을 김치와 3년 후에 먹을 김치를 따로 담그지요. 무김치는 4년 숙성시킨 것도 있어요. 모든 김치는 가자미젓, 멸치젓, 참조기 젓을 3년 정도 숙성시킨 젓국으로 담그지요."

- 김치를 많이 담그는 이유는 뭔가요?
"단골손님을 위해서 김치를 많이 담그지요. 손님들 상에도 올리지만, 단골들이 오면 한 포기씩 싸드리거든요. 잘 숙성된 김치를 송송 썰어서 돼지고기를 넣고 찌개를 끓이면 천상의 반찬이 되니까요. 우리나라 대표 음식이 김치찌개잖아요."

주인의 김치 예찬은 듣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갔는데요. 음식 솜씨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전수받았다는 주인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남들과 나눠 먹는 걸 즐기는 분 같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우여회, #홍삼탁,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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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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