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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위험에 처해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이 발전소의 1-4호기 모두가 폭발했다.
일본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위험에 처해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이 발전소의 1-4호기 모두가 폭발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진도 9.0 규모의 강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강타하면서 수많은 인명과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일본 열도 북동 해안에 위치한 원전들에서 발생한 사고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노심용융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을 유출한 것을 시작으로 1, 3, 4, 2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이로 인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물론, 도쿄 시민들도 매우 불안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지진은 지진계로 지진을 측정한 이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대규모 지진이었다. 그만큼 피해가 크기도 했지만 문제는 상당한 부분이 인재였다는 데 있다. 일본은 판 연변부의 지진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8.9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항상 존재해 왔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무시하고 원자력 발전의 장점만을 주장하며 수십 기의 원전을 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의 피해가 막대할 수 있는 해안가에 건설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원전을 건설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가'라는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원전 책임자들도 국내 원전이 진도 6.5의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졌고 한반도가 일본과 달리 판경계부가 아닌 판내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상대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판의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판의 경계부에 위치한 일본에 비해 지진발생 위험이 적다. 하지만 1976년 판 내부에 위치한 중국 당산에서 24만 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진도 7.8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난 것을 볼 때 한반도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반도, 큰 지진 일어날 가능성 있다

지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반도에서도 진도 6.5 이상의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원전이 설치된 경상도 동해안에서 일어난 주요한 지진역사는 다음과 같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안전성분석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경주를 중심으로 경상도 지역에서는 서기 34년부터 통일신라 말기인 779년까지 진도 6.2~6.9일 것으로 예상되는 지진이 9번 일어났다. 그 후 기록이 없다가 1643년에 진도 7 이상으로 예상되는 지진이 일어났다(진도 수치는 지진의 피해 정도를 기록한 당시 기록을 대략적으로 대비표에 넣어봤을 때 나오는 수치다).


 메칼리 지진진도별 효과(소스출처-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메칼리 지진진도별 효과(소스출처-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

즉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원전 내진 설계 기준인 진도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지 370년이 지났고 중국과 일본에서 최근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것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에 6.5 이상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5년 울진 앞 해상에서 일어난 진도 5.2의 지진과 최근 동해안 인근 해상에서 진도 5~4 지진이 여러번 일어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들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에는 진도 9.0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고 일본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는 상당히 낮지만 현재 국내 원전에 피해를 줄 만한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가능하면 원전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자력 발전은 석유·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화력발전 비용 증가,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기 및 에너지 수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녹색 에너지로 최근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체르노빌이나 이번 일본 원전사고에서 보듯, 원전은 대량학살 무기 수준으로 바뀔 수 있으며 심각한 경제 피해를 발생시킨다. 피폭에 의한 피해 또한 당대에 그치지 않고 자손에게까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심각성이 크다.

테러나 전쟁 시 주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원자력 발전소 운영시 발생된 폐연료봉은 경제성이 낮아 폐기되었을 뿐 아직도 상당량의 우라늄을 포함하고 있고 심각한 수준의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 폐연료봉을 재처리 한다 해도 그때 발생하는 액체 또한 심각한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 따라서 이러한 폐연료봉과 재처리시 발생한 액체와 같은 고준위폐기물은 최소 만년(스웨덴에서는 십만 년)을 안전하게 저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매우 어려워 대부분의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즉 원전은 발전시 뿐 아니라 발전 후에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공급자위주 전기공급 정책이 '화'를 불렀다

우리나라의 전기 정책은 '어떻게든 저렴하고 질 좋은 전기를 국민과 기업이 원하는 만큼 제공하자'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었다. 아마도 국민들 대부분은 한 번쯤 우리나라처럼 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받는 나라는 드물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과 기업은 전기를 아끼는데 인색하고 전기를 과소비 하게 된다. 이는 전기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따라서 전기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원전이 선호돼 왔다. 즉 전기 과소비를 줄일 생각보다는 원전의 위험성을 애써 무시하며 계속적으로 건설해 온 것이다.

문제는 결과다.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대규모 피해가 한반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의 전기정책은 공급자위주가 아니라 수요자 위주의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요자 스스로가 전기를 아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력 수요를 줄여야 한다. 전기를 아끼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전기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건축물, 공장시설, 전력시스템의 개발 및 사용의무 법제화 그리고 각 지역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생산 가격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독일 정부는 2018년 부터 무원전 전력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원전 피해 대비의 첫 단계로 우선, 정부는 공개적으로 국내 원전의 내진 설비와 재해시 대책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둘째로, 에너지 정책을 공급자 위주의 정책에서 수요자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이 에너지 생산에 수반되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원전 건설을 최소화하거나 건설하지 않고도 유지될 수 있는 사회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또 한편으로는 현재 심각해져가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자원과 에너지 절대 부족의 위기 대처에도 꼭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오창환은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입니다.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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