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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골치덩어리, '곰팡이'와 '결로'

곰팡이와 결로 현상은 겨울만 되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까닭에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최대 적이라 불릴 만하다. 물론 단독주택도 예외는 아니나 C건설에 재직 중인 김아무개씨의 주장을 따르면, 그 현상은 드물게 발생한다고 한다.

한편, 곰팡이와 결로 현상 대처법이 잦은 환기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환기로도 해결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주택 건설업체의 시공 탓으로 돌릴 법하다. C건설의 김씨의 설명을 다시 빌리면, "벽을 만져봤을 때, 차갑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외풍이 심한 것으로 이는 시공사가 제대로 된 단열 재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단열에 신경 써서 시공해야 할 건설업체가 재료비를 아낄 명목으로 마땅히 써야 할 재료들을 줄인 까닭에 결로 현상이 발생하며, 그로 말미암아 곰팡이도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설명이다.

잦은 환기와 기온 격차 줄여도 소용없어

기자 또한, 자취생활을 포함해 10년 넘게 공동주택에서 살아본 까닭에, 곰팡이는 늘 피할 수 없는 문제였고, 지금은 곰팡이의 원인으로도 이어지는 결로 탓에 아침마다 창문에 맺히는 물기를 닦아내느라 바쁘기 그지없다.

추운 겨울에도 매일같이 반나절 동안 환기도 한다. 게다가 기온의 격차를 줄이고자 지난해 11월부터 도시가스 밸브 3개 중 안방과 연결된 하나의 밸브만 열어둔 상황이다. 낮에는 난방을 끄고, 저녁 시간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난방온도 20도에 맞춰 두고 있다.

이렇듯 가족들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계속되어온 기자의 노력에도 결국, 작은 방의 한 모퉁이에 곰팡이는 발생했다.

2평 남짓 공간 도배, 초벌지 20여 장과 도배풀로 시작

실크 벽지
▲ 도배 직후 모습 실크 벽지
ⓒ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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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할 수 없이 가족들의 호흡기 건강을 고려해 황사가 일기 전날인 지난 금요일(18일) 다소 오른 기온의 도움도 받고자 벽지를 뜯어내고 도배를 하기로 했다.

물론, 당일 건물 주인에게 이러한 각고의 노력을 설명한 탓에 건물주로부터 쓰다 남은 비싼 실크 벽지도 받은 터다. 실크 벽지가 벽에 잘 붙기 위해선 초배지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듣고 집 근처 도배업체로부터 초배지 20여 장과 도배 풀도 2천 원을 주고 사왔다.

2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오전 11시부터 혼자 힘으로 시멘트가 보일 때까지 도배지를 뜯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 앞서 도배한 업체가 도배지 위에 도배를 한 부분도 있어 시간이 좀 더 걸린 양 싶은 생각이 든다.

다 걷어낸 시멘트는 말 그대로 귀신이 나올 법했다. 축축이 젖은 모퉁이 쪽을 마른 옷가지로 열심히 닦아낸 다음, 살균 표백에 최강이 세재 '락스'를 옷가지에 적셔 다시 닦아냈다. 날씨가 제법 따스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헤어드라이어로 바짝 말리는 수고도 더했다.

스프레이 접착제 선택했더니, 벽지는 온통 꿈틀꿈틀

도배풀은 물과 함께 개어서 사용하는 까닭에 마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초배지와 달리 실크 벽지를 바를 때 선택한 순간접착제이다.
▲ 강력 스프레이접착제 도배풀은 물과 함께 개어서 사용하는 까닭에 마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초배지와 달리 실크 벽지를 바를 때 선택한 순간접착제이다.
ⓒ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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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 온 도배 풀을 물과 '조청' 정도의 농도로 개어 초배지를 발랐다. 락스를 말리고 초배지를 바르는 데 다시 1시간이 걸렸다. 잠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초배지를 환기를 통해 말렸다. 어느 정도 초배지가 마르자 벽지를 바르기로 했다.

그런데 초배지를 바르고 말리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벽지를 바른다 해도 그 시간보다 말리는 시간이 더 클 듯 보였다. 즉, 실크 벽지이기에 통풍도 안 되는 데다 아직은 날씨가 차갑고 습한 탓에 완전히 말리려면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한참 어린아이들이 보육시설에서 귀가할 시간까지 창문을 열어둘 수만도 없었다.

결국, 기자는 개어둔 풀 대신 강력 스프레이접착제를 택했다. 이는 한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다. 종이에 스프레이처럼 뿌리기만 하면 어떤 재질이어도 붙일 수 있다는 점과 일일이 손으로 바르지 않아도 돼 시간과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벽지를 바르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반. 만약 풀을 직접 발랐다면 시간은 더 요구됐을 거다. 환기시키는 시간까지 합쳐 다섯 시가 다 되어서야 도배는 끝이 났다.

그런데 해놓고 보니 그 모습이 가관이다. 급하게 바른 것도 아닌데 벽이 온통 울퉁불퉁하다.

'접착제가 고르게 분포되지 못한 까닭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니, 이어 '도배 풀을 발랐어야 했을까?'라는 후회스런 생각에 미친다. 게다가 벽지를 같은 간격으로 반듯하게 자르지 못한 탓에 전문가의 손길이 아님이 눈에 띄게 도드라져 보인다.

곰팡이 제거하니, 봄맞이 대청소 다 끝낸 기분

강력 접착스프레이를 뿌려 실크벽지를 발랐더니, 온통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모양새가 난다. 고르게 분포되지 못한 까닭인듯 보인다.
▲ 도배 직후 모습 강력 접착스프레이를 뿌려 실크벽지를 발랐더니, 온통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모양새가 난다. 고르게 분포되지 못한 까닭인듯 보인다.
ⓒ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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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애들 아빠가 도배를 직접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에 부리나케 도착했다. 무척이나 궁금했나 보다. 그런데 작은 방으로 곧장 직진하더니 한참을 웃고 서 있다. 혼자 힘으로 도배한 모양새가 오죽했으랴. 그래도 수고했다는 말로 위로해주니 지금까지의 수고가 말끔하니 사라진다.

게다가 그날 이후 깨끗해진 벽을 마주하니, 마음 한편으론 뿌듯함과 개운함이 무척이나 크다. 다가올 봄을 맞아 대청소를 다 끝낸 기분마저 들기 때문이다. 


태그:#도배, #봄맞이 대청소, #곰팡이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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