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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굉장히 용감해졌다. 이번에 획기적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내놨는데, 선관위가 정치권을 대변하는 입장인가 묻고 싶다."

 

보수적이라 정평이 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혁신을 꾀한다? 현재 한창 논란 중인 '정치자금법 개정'에 있어서는 '그렇다'는 것이 김인영 KBS 해설위원의 평이다. 선관위는 정당 후원회의 부활과 기업·단체의 정치 후원금 지급을 가능케 하는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이러한 접근이 매우 획기적이라는 것이다. 

 

25일, 선관위 주최로 열린 '정치자금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김 해설위원은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을 아무리 많이 써도 부족하다고 할 텐데 선관위 안에는 정치자금이 어느 정도 충당되는 게 적당한지 총략적 액수가 나와 있지 않다"며 "'전체 자금이 얼마가 돼야 정치가 돌아가는데 현재 얼마가 부족해 편법이 동원되니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 선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안에 따르면 중앙당 후원회는 연간 50억 원까지, 시·도당 후원회는 연간 5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단위 공직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금할 수 있게 했다. 금권선거의 부활을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법인·단체의 선관위 통한 정치자금 기탁 허용'은 연간 1억 5000만 원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정치권에 자금확보의 길을 열어 주자는 것이 골자인데, 정치자금이 얼마가 돼야 적당한지에 대한 선도 없이 무작정 50억 원, 5억 원, 1억 5000만 원을 한도로 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김 해설위원의 지적이다.

 

"단체나 법인이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되면 금권정치 근절 퇴색할 수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패널들은 선관위 안의 한계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교수는 기업·단체 후원의 정당 지정 기탁 한도를 50%(최대 5000만 원)로 지정한 선관위 안에 대해서 "정당 중심으로 가려면 지정 정당에 가는 비율에 대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후원금을 낼 때 특정 정당을 지정해 기탁할 시 낸 금액의 절반만 해당 정당에 가는 제한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호 남부대학교 교수는 기업·단체의 정치자금 기탁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단체나 법인이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되면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달성된 금권정치 근절의 긍정적인 면이 퇴색할 수 있다"며 "이익단체는 정치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가 정책이나 입법을 자신들의 요구대로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인터넷에 기탁자를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기업이나 법인·단체가 후원금을 낸 내역을 공개하면 후원하지 않는 다른 법인·단체가 간접적으로 압박을 받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중앙당 후원회에 연간 500만 원, 시·도당 후원회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한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인터넷을 통해서 공개하고 법인 단체가 선관위를 통해 기탁한 내역은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투명성 강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통해 투명성이 완전히 향상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인영 해설위원 역시 "중앙당 후원회는 300만 원, 시·도당 후원회는 100만 원으로 공개 한도를 낮추고 정치자금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도 1년 이상 유지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말은 묶고 돈은 풀겠다'는 선관위의 진정성 의문"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말은 풀고 돈은 묶는 것'이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인데 지난 지방 선거 때 4대강 반대 운동을 하는 단체들의 움직임을 선관위에서 모두 제한했다"며 "말은 막고 돈은 푸는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를 막아온 선관위가 기업과 단체의 정치참여를 높이기 위해 후원금 기탁을 가능케 하겠다는데 진정성에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고 사무총장은 "일부 정치인의 징징거림에 선관위가 총대 멘 것밖에 안 된다"며 "국민적 합의과정이 전제되지 않은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선관위의 안을 발표한 손재권 선관위 정당국장은 "선관위는 정치자금법에 대해서 계속해서 개정 의견을 제출해 왔다"며 "선관위가 용감해 진 것도, 정치권과 관계된 것도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손 정당국장은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기준을 너무 낮추면 기부의 활성화가 어렵다"며 토론자들의 투명성 강화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토론회는 선관위와 언론계·학계·시민사회계와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선관위는 이 안을 바탕으로 다음 달 4일 전체 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한 후 국회에 개정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태그:#정치자금법,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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