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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올 땐 힘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 돼요? 대통령 아저씨는 힘이 세니까 자연을 그냥 내버려두고 우리들이 커서도 지금처럼 그냥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낙동강 살려 주세요."

 

물의 날을 기념해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사업저지 대구연석회의가 주최한 '생명의 강,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에 엄마와 함께 참가한 초등학교 3학년 이종범군. 이군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며 회룡포 전망대에 올라 멀리 회룡포 마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낙동강을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낙동강 순례에는 26일 전국에서 1000여 명이 경북 예천의 회룡포에 모여 SOS(Save Our 4riverS) 퍼포먼스를 함께 펼치고 물에 들어가 모래를 밟으며 강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에서는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전교조 대구지부 등이 마련한 버스를 이용해 회룡포 전망대와 회룡포 백사장,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상주 경천대, 구미 해평습지 철새도래지를 돌아오는 행사를 가졌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자리한 회룡포는 발 아래 용이 승천하듯 내성천이 휘감아 돌고 세월과 강물이 만들어낸 모래사장이 마을을 포근히 감싼 육지 속 섬마을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등에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한 주에 2만여 명이 찾는 명소이다.

 

그런데 이곳이 4대강 사업으로 그 풍광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바로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낙동강 본류의 과도한 준설로 회룡포의 모래가 유실되어 그 모습을 잃어갈 것이란 것이다.

 

이날 낙동강 순례에 참가한 중국 유학생 준려(23, 여)씨는 "강을 보러 왔는데 너무 이쁘다. 중국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강을 보지 못했는데, 이 강이 훼손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자연 그대로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름다운 저 강 오늘밤의

은근한 자태 더욱 아름답다

만물이 잠든 고요한 이 밤에

나홀로 깨어 너를 사모하네

 

넌 나를 위해 어찌 아니 울고

홀로 나만을 울리나

내 눈에

내 눈에

그리운 네얼굴

다시 보여주게..."

 

이날 행사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회원들이 살풀이춤을 추고 농악대의 흥겨운 놀이마당이 어어지기도 했다. 특히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너는 왜 울지 않고'라는 노래를 즉석에서 열창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갈채를 받았다.

 

회룡포 백사장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즐거움을 준 것은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4대강 사업 반대 현수막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삽질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날 퍼포먼스를 준비한 참가자는 "국민을 무시하고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죽어가는 데 대해 마음이 아파 즉홍적으로 준비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심을 먹고 행사를 끝낸 참가자들은 상주 경천대로 이동해 강을 파헤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경험하는 행사를 가졌다.

 

경천대는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에 위치해 있으며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自天臺)로도 불리며, 낙동강 물을 마시고 하늘로 솟구치는 학을 떠올리게 하는 천주봉과 기암절벽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울창한 노송숲과 전망대, 맞은편에 펼쳐진 모래 백사장이 연출하는 천혜의 풍광 등이 낙동강 1300여 리 물길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 경천대는 드라마 <상도> 촬영장으로도 유명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이 파헤쳐지고 모래가 유실될 우려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과 많은 사람들이 공사를 반대하고 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경천대를 찾은 한 어린이가 "이 곳을 왜 저렇게 무자비하게 파헤치는지 알아?"라고 묻자 언니인 듯한 소녀가 "그것은 대통령이 힘이 세서 자기 마음대로 하니까 그렇지.."라는 대답을 나누는 것을 보던 한 참가자는 "이제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이들도 아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구미 해평습지의 철새도래지도 원형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철새도래지에 접근해 철새에게 먹이를 주거나 사진촬영을 이유로 가까이 가지 말라는 표지판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 철새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 곳에는 매년 멸종위기의 흑두루미, 재두루미 등 희귀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지내다 갔으나 행사 참가자들이 찾은 이날은 철새 한마리 보이지 않고 모래를 퍼내는 포클레인의 굉음 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올 뿐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대구환경운동연대의 정수근 국장은 "준설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주변의 논과 밭이 복토되면서 철새들이 먹을 것과 앉을 자리가 없어 떠나가고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아이를 데리고 참가한 주부 김미경씨(39)도 "이렇게 예쁜 강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는 줄 몰랐는데 너무 아름다운 강이 훼손된다니 우리 아이들한테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난감하다"며 다음 세대에도 물려줘야 할 강이 파헤쳐지는데 대해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낙동강 순례를 마친 후 같이 동행한 경북대 노진철 교수는 "오늘 돌아보면서 낙동강이 과거의 제 모습을 잃어버린 데 대해 안타깝고 국민의 합의가 아닌 대통령 혼자만의 의지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정치인을 정말 잘 뽑아야 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돌아가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듯 쉽게 헤어지기 힘들어했고 서로 악수를 나누며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누구 하나 쉽게 말을 꺼내지는 않았으나 열심히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 등 역사를 기억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태그:#4대강 반대, #물의 날 , #낙동강 순례, #회룡포, #경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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