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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품었던 독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우리시각 23일 새벽 발표된 '갤럭시탭 8.9/10.1'은 지켜본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그 이상의 기기였다는 데 의견을 달리할 독자가 없을 만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격한 다이어트 끝에 놀라운 몸매를 드러낸 '갤럭시탭 8.9/10.1'

 

특히 지난 2월 발표됐던 갤럭시탭 10.1의 변화는 참으로 놀라웠다. 당시의 디자인과 스펙으로도 충분한 시장성을 가졌단 평을 이끌어냈던 기기이건만, 삼성은 한 달여간 갤럭시탭 10.1을 혹독하게 다이어트 시켰다. 덕분에 10.9mm였던 두께는 드라마틱하게도 8.6mm까지 줄어들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온다더니, 삼성이 독한 마음을 먹으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제품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기존에 발표된 제품과 스펙 차이도 크지 않다. 후면 카메라 화소가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6800mAh 대용량 배터리도 그대로이며,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도 그대로이다. 단지 10.9mm였던 두께가 8.6mm로 더욱 슬림해졌다. 599g이었던 무게도 595g으로 더 가벼워졌다. 애플 아이패드2가 8.8mm, 601~613g임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가볍다. 8.9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갤럭시탭의 무게는 470g으로 휴대성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삼성은 독하게 제품을 고치고 애플은 고삐를 바짝 조이다

 

애플의 대응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독보적인 제품 만큼이나 여타 경쟁자들을 무시하는 독설로도 유명하다. 이런 애플의 그간 행보를 고려한다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의 움직임이라 해도 특유의 자존심상 어떤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

 

하지만, 이번엔 애플도 달랐다. 삼성이 새로운 '갤럭시탭 8.9/10.1'을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아이패드2의 출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가장 먼저 출시된 미국 시장을 제외한 25개국에 오는 25일부터 아이패드2를 출시하며, 4월에는 한국과 싱가폴, 홍콩에도 정식 출시가 이루어진다.

 

과거의 애플과 달리 이번의 움직임은 매우 민첩하다. 더구나 일본 지진으로 플래시메모리 수급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고, 미국 내에서만도 감당키 어려울 만큼 폭발적인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나온 이같은 발표는 애플이 아이패드2의 조기공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방증한다.

 

절대 우세도, 절대 약세도 없다! 관건은 '가격'

 

'갤럭시탭 8.9/10.1'의 더욱 놀라운 부분은 바로 가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2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한 데에는 바로 '가격 경쟁력'이라는 변수가 숨어있었다. 우수한 디바이스와 방대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아이패드2'는 그래서 더욱 무서운 제품이라 것.

 

그런데 삼성이 새로운 갤럭시탭을 발표하며 제시한 가격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애플 아닌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던 세간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나섰으니 그 놀라움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갤럭시탭 8.9의 가격은 469(16GB)/569달러(32GB)이며, 갤럭시탭 10.1에는 499(16GB)/599달러(32GB)의 가격표를 제시했다. 애플과 같이 확고한 가격체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아닌 삼성이라면 제품의 출시 시점에서 약간의 가격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 아이패드2 16GB Wi-Fi 모델이 499달러, Wi-Fi+3G 모델이 629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Wi-Fi와 3G를 함께 지원하는 '갤럭시탭 8.9/10.1'은 거의 미칠 듯한(?) 수준의 가격인 셈이다.

 

애플의 가격 경쟁력은 독보적이지만, 최신 사양의 디바이스를 이에 준하는 가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아마 삼성이 유일하지 않을까? IDC는 올 초 '갤럭시탭의 가격 경쟁력이 약하고, 애플과의 싸움이 부담이 될 것"이라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가격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또한 이러한 삼성의 가격정책은 안드로이드 진영 안에서의 가격 경쟁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을 만드는 기업은 숱하게 많다. 올 중순부터 쏟아져나올 다양한 태블릿이 동일한 OS와 마켓을 이용하는 한 차별성은 역시 성능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일 수밖에 없다. 갤럭시탭 8.9/10.1보다 좋은 스펙, 더 얇은 디자인이 아닌 이상 동급의 가격표를 매기는 건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팽팽하다! 시간이 큰 변수될 듯

 

빠른 성능, 놀라운 두께를 가진 아이패드2에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여기에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가격까지 손에 쥔 애플은 올해도 아이패드의 독무대를 만들 모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정말 그랬다. '갤럭시탭 8.9/10.1'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갤럭시탭 8.9/10.1'은 아이패드2가 가진 무기 중 두 가지를 무너트렸다. 두께와 무게 등 외적인 스펙과 가격에서 아이패드2를 따라잡은 것. 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두 가지를 따라잡은 '갤럭시탭 8.9/10.1'이라면 예상처럼 일방적인 아이패드2의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애플의 방대한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는 삼성보다는 애플과 구글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보아야 할 부분. 그리고 아직까지 아이패드2가 가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삼성은 애플의 강점을 파고들어 그보다 더욱 얇고 가벼운 태블릿을 선보였다. 그것도 더욱 저렴한 가격에. 반면 애플은 삼성의 강점을 파고들었다. 막대한 양산능력을 가진 삼성조차 대응하지 못할 만큼 빠른 출시를 단행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

 

다음달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 갤럭시탭 10.1이 출시될 6월까지 적어도 두 달 이상 아이패드2는 무주공산과 같은 국내 시장의 주인이 된다. 애플이라는 네임밸류와 아이패드2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분명 제품 수급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팔리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갤럭시탭10.1이 아무리 좋은 스펙과 디자인, 가격을 들고 나와도 이미 아이패드2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뒤돌아보지 않을 수도 있는 일.

 

이렇듯 양사는 상대방의 강점에 정면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또 한 번의 도전은 애플이 아닌 삼성에게 지워진 느낌. 이 빼어난 기기의 출시 시기를 아이패드2의 출시 시기와 얼만큼 좁힐 수 있을지가 승부의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케이벤치에서 제공합니다.


태그:#갤럭시탭, #아이패드, #삼성,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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