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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인채 질문을 받고 있다.
30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인채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4대강 사업은 타당성 조사도 없이 밀어붙이더니..."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이 의원은 30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진행한 <오마이뉴스> 스팟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은 그렇게 해놓고 신공항은 타당성이 없어 포기한다고 하니 누가 설득을 당하겠느냐"며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대선 공약을 예사로 뒤집는 바람에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정부의 철학 빈곤이 드러난 것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탈당으로도 모자라다는 의견 많았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잘못한 것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덮어쓰게 생겼다"며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그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열린 대구지역 의원 모임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그 정도로는 모자라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며 "지금 정부는 안하겠다고 하니 2013년 들어설 새 정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한나라당의 공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로도 통하는 이 의원은 '그런 의견을 박 전 대표에게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표는 3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초대 총장 취임식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은 이한구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비용편익 분석 용역 결과 모두 공개해야... 다시 검증할 것"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 예상대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선 공약을 예사로 뒤집는 바람에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정치 불신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또 지방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정부가 전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 드러난 것은 큰 문제다."

 

- 밀양,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게 백지화 결정의 이유였는데.

"비용편익 분석이 엉터리다. 굉장히 작의적인 가정이 들어갔다. 국토연구원은 비용 대비 편익이 1이 안된다고 하지만 다른 기관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1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국토연구원과 입지평가위원회의 비용편익 분석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 비용의 계산 근거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용역 결과와 추진 경위 등을 모두 공개하고 검증 받아야 한다."

 

- 정치 논리로 건설된 지방 공항들이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신공항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실패한 소규모 지방 공항을 또 하나 만들자는 게 아니다. 김해공항을 통합해 남부권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설사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수요가 모자란다고 하면 단계별로 건설할 수도 있다. 방법이 있는데 모두 무시하는 게 문제다."

 

- 이명박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은 타당성 조사도 안하고 맘대로 밀어붙였다. 그래놓고 동남권 신공항은 타당성이 없어 포기한다고 하니 누가 설득을 당하겠나.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경제성 평가나 기술적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또 밀양과 가덕도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을 때는 기술적인 문제나 환경 문제 등을 모두 해결 가능하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니 누가 믿겠나."

 

- 이 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재검토 등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일이 반복돼 왔다. 왜 이런 일이 생긴다고 보나.

"첨단의료복합단지만 해도 원래 하나만 지정한다고 했다가 두 개를 했다. 그것도 평가에서 2위를 지역을 빼고 1위와 3위를 기록한 지역에 내줬다. 이러니 객관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나. 대형 국책사업들은 진지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눈 앞의 이익이나 욕심을 가지고 특정인의 입맛에만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본다."

 

"청와대 잘못을 한나라당이 모두 덮어쓰게 생겨"

 

- 이번 정부 결정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청와대가 잘못한 것을 한나라당이 모두 덮어쓰게 생겼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신뢰가 떨어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고 당은 청와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일변도의 국정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분노가 대단하다."

 

- 백지화 발표 이후 대구지역 의원들 모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했는데.

"대다수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심지어 그 정도로도 모자라다는 의견도 많았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보다 지역 주민들이 더 격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 영남권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은 없나.

"왜 우리가 탈당하나. 사고는 청와대가 쳤는데.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지는 게 맞다."

 

- 안상수 대표나 정두언 최고위원 등 신공항 원점 재검토를 주장한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는데.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하기도 전에 당이 한 약속을 무시하고 원점 재검토를 흘려 당을 신뢰의 위기로 몰아넣은 안상수 대표와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

 

- 부산시에서는 독자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갯벌을 메워 만든 일본 간사이 공항이 지반 침하 문제로 개항 후에도 10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가덕도에 순수하게 민자로 공항 건설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약속은 함부로 할 수 있겠지만 책임져야 한다."

 

"2013년 새 정부에서 신공항 다시 추진해야"

 

- 31일 박 전 대표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고 하는데 다른 대구지역 의원들과 뜻을 같이 할 거라고 보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인가

"동남권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안하겠다고 하니 2013년 들어설 새 정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한나라당의 공약이 돼야 한다."

 

- 그런 의견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달했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이한구#신공항#한나라당#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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