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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보면 동아시아가 보인다. 동아시아를 알아야 우리 살 길이 보인다."

 

<오마이뉴스>의 독자라면 김종성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가 연재 중인 '사극으로 역사읽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기사 한 꼭지당 기본 조회 수 10만을 보장하는 인기 보증수표다. 굳이 조회수까지 들먹이는 까닭은 그가 딱딱한 역사 이야기를 대중 속으로 가져왔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어서다. 

 

김종성은 시민기자이지만 아무래도 본업은 동아시아 전문가이다. 그가 이번엔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7번째 책인 <동아시아 패권전쟁>(도서출판 자리)을 썼다.

 

살아남으려면 동아시아를 알아야 한다

 

왜 그는 동아시아 얘기를 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에 따르면 "한반도의 운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동아시아 차원에서 그 운명이 결정되고 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가 걸어온 길을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치 야구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상대팀 투수의 투구 방향을 예측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책의 부제('길'의 역사로 본 동아시아 미래전략 보고서)에서 보듯 그는 길을 통해 동아시아 역사를 풀어나간다. 이 책 1부는 그 길의 역사를 담고 있다. 길의 역사는 크게 ▲ 초원길 시대 ▲ 비단길 시대 ▲ 바닷길 시대로 나뉘며 길에 따라 패권이 달라져 왔다.

 

이 중 바닷길 시대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세기 이후 현대 동아시아 패권질서는 바닷길을 둘러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전이었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은 서양의 해양세력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일극체제 아래 한국과 일본, 대만과 필리핀 등으로 이어지는 해양세력은 막강한 동맹세력을 구축하면서 대륙을 포위 압박했다. 이에 비한다면 소련, 중국, 북한 등 대륙세력의 동맹은 불안정한 연합에 불과했고 결국 소련의 붕괴와 북한의 고립 속에 해양세력의 독주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20세기 말에 이르러 동아시아 구도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몰락하는 패권'과 '떠오르는 제국'을 대비시킨다. 전자는 미국을, 후자는 중국을 상징한다. 여기에 북한이 미국에 도전을 함으로써 대륙세력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격변기에 정확한 역사인식은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손잡고 한국을 고립시킨다면?

 

저자는 이 책 2부에서 북미 핵문제, 동북공정 등 중국의 역사프로젝트, 중국과 티베트의 갈등, 야스쿠니신사, 일본 역사교과서 등 동북아시아 현안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단편적 사안이 아닌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에필로그, 즉 '아시아 패권 변동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정작 그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여기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팍스 아메리카가 서서히 종언을 고하고 있는 동아시아 패권의 변동기에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몇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 미국의 변절에 대비하고 ▲ 사안별로 동맹국을 바꾸고 ▲ 남북관계에서 실마리를 찾고 ▲ 동아시아 통합의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해법은 한마디로 실용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어찌 보면 모두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고 있는 듯한데 그중 미국의 변절에 대비하라는 말만 한번 짚어보자. 어떤 뜻일까. 저자는 1차 탈냉전 때 "미국만 바라보"다가 "미국에게 배신을 당한 대만"을 본보기로 들면서 이렇게 조언한다.

 

"미국이 북한과 손잡고 한국을 고립시킬 경우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았는가? 미국의 봉쇄 때문에 수출입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현재 상태가 한국의 내일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 미국이 변절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우선 한국의 대미의존도를 하향 조정하여 적정수준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필요하다면 러시아와도 더 가깝게 지내고 중국과도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  

 

통일국가로 통합의 조정자가 되어라

 

저자가 제시하는 한반도가 살 길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동아시아에서 "통합의 조정자"가 되어서 "나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다. 분열 극복은 통일을 뜻한다.

 

"패권의 기로에 선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남'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한민족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지금 당장 나의 분열부터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통일, 이것은 패권의 기로에 선 한반도가 동아시아에서 행복한 국가가 되기 위한 일차적 과제다."

 

물론 저자의 해법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더라도 <동아시아 패권전쟁>은 적어도 복잡한 동아시아 문제를 한눈에 꿰뚫는 눈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단편적인 기사가 아닌 책으로 묶은 얘기 속에 그의 안목이 더 드러난다.

 

[저자 소개] '사극으로 역사읽기' 김종성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인기 시민기자이자 동아시아 전문가. 그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기존 역사책이 말하지 않는 이면을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풀어내는 강점이 있다. 그동안 그는 <철의 제국 가야> <최숙빈> <한국사 인물통찰> <조선사 클리닉> 등의 책을 펴냈으며 <동아시아 패권전쟁>은 그의 7번째 책이다. 최근 활발한 저술활동을 펴고 있는 김종성은 조만간 왕비를 포함한 왕의 주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왕의 여자>(가제)를 펴낼 계획이다. 노비의 역사를 책으로 엮어볼 계획도 세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동아시아 패권전쟁>(김종성 씀, 자리 펴냄, 2011년, 14000원)


태그:#김종성, #동아시아,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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