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동남권 신공항을 경제성이 적다는 이유로 백지화를 발표하자 대구경북의 민심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폴스미스리서치, 영남일보, TBC가 공동으로 30일 오후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대구시민의 86.2%는 신공항 백지화가 사전에 결정된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또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대답이 79.7%로 나타나고 내년에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공항 백지화 책임을 투표에 반영하겠다는 응답이 73.3%였다.
이는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대구와 경북의 민심이 정부와 여당에서 떠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지역의 정치권은 발빠르게 나섰다.
먼저 한나라당은 30일 오후 부위원장, 각급위원회 위원장,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등 핵심당직자 30여 명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날 밤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더이상 믿을 게 없다고 말하고 대통령과 정부, 중앙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심지어 대통령은 한나라당에서 탈당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민주당 경북도당과 대구시당은 30일 오후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경북 시도민을 우롱한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분노한다고 말하고 "2000만 영남인의 분열과 간절한 염원, 그리고 자존심마저 짓밟아버린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대구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석고대죄를 요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대구지역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들이 신공항 밀양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 대구를 죽인 것에는 MB나 한나라당이나 오십보백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계획되어야 할 국책사업이 대통령 당선을 위한 쇼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점에 대해 신공항 건설의 찬반을 떠나 분노한다"고 말했다.
시민 김부조(44)씨는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워놓고 하지 않겠다는 것은 영남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젠 한나라당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도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양아무개씨는 "우리나라에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14개의 공항이 있는데 그 중에 흑자를 보는 곳은 김포와 김해, 제주국제공항뿐"이라며 신공항 백지화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하고 기존의 대구공항 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