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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다자녀 지원사업을 한다고 시민들한테 생색은 다 내놓고 우리들한테 '셋째 아이' 수강생을 공짜로 가르치라고 하네요. 힘없는 우리는 불평 한마디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어요."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A초등학교 방과후학교 강사인 K씨. 그는 다자녀 수강료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과 강남교육지원청(교육장 백순만)이 원망스럽다고 지난 3월 31일 하소연했다.

 

"생색은 자기들이 내놓고선..." 방과후학교 강사 하소연

 

방과후학교 강사를 하면서 수강생 숫자에 따라 계산되는 월급 120만 원을 받는 그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학교로부터 억울한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구청과 교육청 요구에 따라 다자녀 지원사업을 해야 하니 올해부터 수강생 가운데 셋째 아이 이상은 무료로 가르치라"는 내용이었다.

 

생업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당장 한 달에 15만 원 정도의 돈을 덜 받게 되는 셈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B초등학교 방과후학교부장인 P교사는 "강남지역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들한테 셋째 아이를 공짜로 가르치라고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까닭은 강남구청과 강남교육청이 사실상 다자녀 지원사업에 대한 부담을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 이 지역 30개 초등학교와 21개 고교에 보낸 공문에서 "수강 인원의 10% 이내에서 다자녀 가정의 셋째 자녀 수강료는 면제(학교 부담)하고, 10% 초과분은 강남구청에 예산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말이 좋아 면제이지 학생 머릿수로 돈을 받는 방과후학교 강사들 처지에선 공짜로 가르치게 된 것이다.

 

올해 강남구청이 잡아놓은 방과후학교 다자녀 학생 지원비는 9억4500만 원. 이 지역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4145명에게 수강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셋째 아이' 이상 대상자가 많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남구청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내세운 '획기적인 출산 장려 정책' 가운데 하나인 다자녀 지원사업이 가난한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힘없는 강사들 울리는 이상한 사업, 해결될까?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강남지역에서 셋째 아이 이상을 낳을 정도면 생활형편이 좋은 가정이 많은데 이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면서 "출산 장려 정책도 좋지만 '벼룩의 간을' 빼내는 지시를 해대는 학교장, 교육청, 구청의 관료주의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교육청과 강남구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나타냈다.

 

교육청 초등교육과 중견관리는 "강남구청이 다자녀 지원을 하겠다고 홍보해놓고 다자녀 수강생이 10% 이상일 때만 돈을 지원한다고 하니까 학교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 부담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민들에 대한 눈속임 정책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구청 교육지원과 중견관리는 "지난해 3월 강남교육청이 10% 이상자만 지원하고 남는 예산은 다른 곳에 돌리자고 제안해서 이를 결정한 것이지 우리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다"면서 "교육청이 10% 이내 대상자에 대해서도 지원 요청을 한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강남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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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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