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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국방개혁' '남북정상회담' '일본 독도영유권 주장'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국방개혁' '남북정상회담' '일본 독도영유권 주장'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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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시한 교과서 검정에 대해 "우리 국민이 속으로 느끼는 마음이, 저나 국민이 똑같을 것"이라고 분노를 에둘러 표현했지만, 기존 '실효적 지배 강화' 이외의 대응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계기로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지진 이후 일본 돕기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다시 교과서 검정 문제가 불거졌는데,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천지개벽을 두 번 하더라도 이 건(독도) 우리 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독도 문제와 일본 지진피해 돕기는 분리해서 대응할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지진피해 돕기에 나선 국민들을 향해 "정말 놀랍게 생각한다, 정말 존경스럽게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한국 국민이 일본 돕기에 나선 상황에 일본에게 '독도 영유권 교과서 검정'으로 뒤통수를 맞은 것에 대해선 "우리 국민이 속으로 느끼는 마음이, 저나 국민이 똑같을 것"이라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지 심정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부의 대응책과 관련해선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강조하면서 기존의 '조용한 외교'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 땅이고,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며 "멀리서 '내 꺼'라고 주장하는 사람과는 목소리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용하게 있다고 해서 '왜 대응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 지혜로운 방법은 아니다"라며 "실효적 지배를 위해 해야 할 구체적 사업을 왜 조용하게 하느냐고 하지만, 실효적인 지배를 강화하는 일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한 외교' 고수하면서 독도 홍보하는 김장훈 칭찬?

 일본 문부성이 '독도는 일본땅'으로 표기한 내년도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수 김장훈이 '코리아 매치컵 세계 요트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독도를 자연스럽게 알리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본 문부성이 '독도는 일본땅'으로 표기한 내년도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수 김장훈이 '코리아 매치컵 세계 요트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독도를 자연스럽게 알리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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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가수 김장훈씨를 크게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김씨가) 독도에 대해 가장 강하게 하는 가수인 것으로 아는데, 교과서 문제가 나왔지만 (김씨가) 일본을 돕는 것은 계속돼야 한다고 하는 것을 보고 '우리 국민들이 성숙된 생각을 갖고 있다, 어쩌면 정치권이나 언론보다 더 성숙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점에서 국민에게서 격려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 '일본돕기와 독도문제의 분리대응'을 말하긴 했지만 자신은 독도 문제로 인해 일본돕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또 정부의 '조용한 외교'와 달리 김씨는 사재를 털어 미국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싣고, 독도에서 콘서트를 여는 등 활발한 독도 알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김장훈 칭찬'은 아귀가 딱 들어맞진 않는다.

김씨는 지난 19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은 일본 지진피해 구호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독도나 동해 문제와 상관없이 이번 일(일본 지진 피해)을 가슴과 사랑으로 보듬어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마음이 아프고 보듬어 드린다 해도, 이것과 상관없이 독도나 동해문제는 계속 치열하게 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일은 휴머니즘이고 독도는 팩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각종 일본 지진 피해를 고려해 독도 관련 활동들을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본에 "애써 쌓기 시작한 한일 국민 간의 우정, 혹시라도 계획하고 있는 3월 말, 4월 초의 교과서 문제를 끄집어내어 한국민에게 또 뒤통수를 치는 결례를 하시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결국 일본은 일본을 돕고 있는 한국 국민의 뒤통수를 친 상황이고, 김씨는 지난 3월 30일 기자회견에서 "지진으로 국제적 이목을 받는 일본이 또 한 번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몰아가는 시도를 하는 모양"이라며 "일본 정부 발표에 우리 정부의 강경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이 '조용한 외교'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강경대책을 촉구하는 김장훈씨의 '대일본 대응'을 칭찬한, 앞뒤 안 맞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명박#기자회견#독도#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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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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