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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에서 인천공항 접근하는 비용이 1년에 6000억 원이면 공항 짓는 돈입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공항이 있어도 전부 영남에서 가는 국제선이 있다면 맞겠지만…."

 

질문 시간을 넘겨 마이크는 꺼진 상태.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본회의장이 떠나가도록 목소리를 높여 질문했고, 시종 차분하던 김황식 국무총리조차 계속 반복되는 질문에 짜증 섞인 듯한 답변을 토해냈다.

 

영남권 의원들, 신공항 평가 '짜맞추기' 의혹 제기

 

국회 대정부질문 3일째인 8일. 이날 주제는 경제 분야였지만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영남권 의원들의 '분풀이'는 멈추지 않았다.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을 시작으로 현기환(부산사하갑), 조원진(대구 달서병) 등 한나라당 의원들뿐 아니라 조경태(부산 사하을) 민주당 의원까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정부 책임과 불공정 심사 의혹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이날 오전 김태환 의원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주무 장관으로서 모든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라"며 운을 뗀 사퇴 압박은 오후 조원진 의원 순서에 절정에 이르렀다.

 

조 의원은 정 장관을 불러 세운 뒤  "정종환 장관은 사퇴하라"면서 "▲1320만 영남 주민 우롱한 죄 ▲국회 경시 농단 죄 ▲ 대통령에게 허위사실 보고한 죄 ▲국토균형발전 의무 위반 죄 ▲공무원 품의 손상 ▲지자체 예산 낭비 조장 ▲ 장관 거짓말로 야기한 국가 혼란죄 ▲ 정당 내란 음모죄 ▲ 신앙인으로 양심 속인 죄" 등 10가지 죄목을 조목조목 언급한 뒤 "다신 얼굴 안 봤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답변도 듣지 않고 돌려보냈다.

 

조원진 '영남 역차별론'에 김황식 "국민 납득 못할 것"

 

이후 조 의원은 신공항 입지 평가 과정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김황식 총리와 지리한 논쟁을 벌였다. 특히 조 의원은 이명박 정부 30대 선도 프로젝트 사업 가운데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에서 동남권 신공항이 0.70으로 1에 못 미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호남고속철도(0.39)보다 높았다며 '영남 역차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의원이 김 총리가 호남 출신인 걸 의식한 듯 "영남과 호남 어디가 더 낙후됐나"라고 따지자 김 총리는 "영남이 호남보다 낙후됐다는 말에 대부분 국민들이 납득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반면 조 의원이 "동남권 달래며 사탕발림을 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따지자 김 총리는 "영남 주민들이 분노 삭이고 상생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영남 민심을 다독이기도 했다.

 

아울러 조 의원이 평가단 47명 가운데 영남 출신이 한 사람도 없었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김 총리는 "밀양과 가덕도가 첨예하게 부딪혀 편견 갖고 평가한다는 오해를 덜기 위해 (영남 출신을) 배제했는데 결과적으로 백지화 결론이 나오니 영남 쪽 의견이 반영 안됐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국토부 장관이 영남 의원들 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의견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조 의원이 "짜맞추기 점수 조작 의혹이 있어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평가 자료 공개를 거듭 요구하자, 김 총리는 "평가위원과 결과가 공개되면 위원들이 평가에 참여 안하려 한다고 들어 평가위원 이름을 가리고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하지만 영남권 5개 광역단체 의원들이 조사단을 구성해 평가단을 조사한 결과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을 재추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현 시점에서 밀양과 가덕도는 적지가 아니다"면서 "두 곳에서는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고수했다.

 

총리 세워 놓고 '침묵 시위'... 마이크 꺼지자 언성 높여 

 

이에 조 의원은 '침묵 시위'로 맞섰다. 조 의원이 수 분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자 김 총리가 먼저 "화를 푸시죠"라며 "앞으로 모든 문제를 건설적으로 풀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달랬다.

 

5분여 뒤 조 의원이 질문을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이번에 질문 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졌다. 이에 조 의원은 마치 그동안 쌓인 불만을 쏟아내듯 언성을 높여 질문했다.  

 

조 의원은 "영남에서 인천공항으로 접근하는 6000억 원을 그대로 비용으로 쓰라는 건가"라면서 동남권 주민들의 국제공항 접근 비용을 들어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김 총리도 지지 않고 "지금 현재 김해나 대구도 국제공항 기능을 잘 하고 있다"면서 "항공 수요와 항공사 수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국제노선이 들어온다"고 맞섰다. 조 의원이 2차례 더 같은 질문을 반복하자 김 총리도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라며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 의원은 "국가 정책은 공정성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 "원칙에서 벗어나고 공정성 없는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수용하라면 누가 수용하겠나"라면서 마무리 발언을 끝으로 연단에서 내려왔다. 의원들 사이에선 "잘 한다", "잘했어"라는 격려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들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현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둘러싼 영남권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성난 지역 민심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불안감이 이처럼 낱낱이 드러났다.   


태그:#동남권 신공항, #김황식, #조원진, #대정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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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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