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에 문을 연 일본 교토의 류코쿠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류코쿠대학 개교 370주년이 되는 2009년에 문을 열기로 했으나 사정상 미루어지다가 이제 겨우 문을 열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류코쿠대학을 세운 혼간지[本願寺]에서 땅을 제공받고, 류코쿠대학 교직원과 주위의 발전기금을 모아 건물을 지었습니다.
일본 여러 대학에는 대학 박물관이 있어서 교육과 실습용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370년이나 된 류코쿠대학에 이제야 박물관이 마련된 것은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교토역 서쪽에 있습니다. 호리카와도리를 중심으로 서쪽에 혼간지, 동쪽에 류코쿠뮤지엄이 있습니다. 교토역 앞에는 히가시혼간지가 있고, 서쪽에 니시혼간지가 있습니다. 니시혼간지는 그냥 혼간지라고도 합니다.
교토 시내에는 절이나 진자가 800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혼간지가 가장 크고 신도 수도 가장 많다고 합니다. 혼간지의 혼간(本願)은 서원(誓願)과 같은 뜻으로 자신이 앞으로 부처가 되어 모든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뜻을 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혼간지는 일본불교 가운데 죠도신슈[淨土眞宗] 소속의 절입니다. 이 죠도신슈를 세운 스님이 신란쇼닌[親鸞聖人]입니다. 혼간지 안에는 불상이나 신란상이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있습니다. 일본불교의 겉모습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필자의 느낌으로는 한국불교는 어디까지나 부처를 중요시하지만 일본불교는 종파를 새로 만든 사람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문화 특징 가운데 하나로, 불교가 외부에서 한반도에 들어왔음에도 '한국의 불교'가 아니고 '불교의 한국'이 된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불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끝까지 '일본의 불교'를 지킵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석가탄신일은 몰라도 자신이 믿는 종파를 만든 스님의 생일은 알고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카페와 단체관람객 입구가 있습니다. 일반 개인관람객은 지하로 내려가서 표를 구입하여 2층과 3층에서 전시물을 볼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류코쿠뮤지엄은 개관 특별전으로 "석존(釈尊)과 신란(親鸞)"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품을 마련했습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석존을 주제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간다라 불상을 비롯하여 초기 불교 유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실크로드는 제국시대 열강들의 각축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실크로드 유물은 현지인 중국보다도 독일, 러시아, 일본 등에서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혼간지에서도 오타니탐험대를 보내서 많은 유물들을 일본으로 가져왔습니다. 그 가운데 석존의 혼간, 즉 서원에 관련된 유물을 지금 전시하고 있습니다.
부처의 혼간, 즉 서원은 연등불수기(燃燈佛授記)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연등불은 전생의 부처입니다. 이 부처가 길을 가는데 진흙길이라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진흙길에 펼쳐서 부처가 진흙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을 본 부처가 "너는 다음 생에 부처로 태어나서 많은 사람을 구원할 석존이 될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이 연등불수기는 그림이나 조각으로 여러 곳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혼간지가 파견한 오타니탐험대 역시 베제크리크(Bezklik)석굴 15호굴 회랑벽화 일부를 떼어왔습니다. 최근 류코쿠대학 고전적디지털알카이브센터에서 최신 디지털 판독 기술을 이용하여, 떼어온 유물과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유물들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짜 맞추어 원래의 그림과 색상을 복원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일부이지만 실물 크기로 복원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3층 전시실에는 신란관 관련된 일본불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사이트]
http://museum.ryukoku.ac.jp/index.html
http://www.markjuhn.com/1992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