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본사 이전 문제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의 "LH공사 진주 이전 방침"에 대해 전북 출신의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전주 이전"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 "LH 본사는 진주로, 다른 공공기관은 전주로"
발단은 11일자 <한겨레> 보도였다. <한겨레>는 여권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 "LH공사 본사는 진주로 일괄 이전하고, 그 대신 전주에는 경남 혁신도시에 내려갈 예정인 다른 공공기관을 보내 균형을 맞출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국토지공사는 전주로, 한국주택공사는 진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은 참여정부 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토공과 주공이 LH공사로 통합되면서 본사 일괄 이전과 분산 이전 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정부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홍철)에서 LH공사 이전 문제에 대해 심의하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아직 위원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여권 핵심관계자의 "LH공사 진주 이전 방침" 발언은 정부의 사전 가이드 라인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전주 등 전북 지역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여당 내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지역 대표성을 갖고 한나라당 지도부에 입성한 정운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LH공사 이전 관련) 결정을 해야할 지역발전위원회가 아직 확실히 구성되지도 않은 민감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역균형 발전이나 호남지역 '30년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LH공사의) 전주 유치가 당위성이 있다"며 "(이전 문제는) 이런 전체적인 것들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전북도지사가 이 문제로 삭발한 마당에 (이번 보도는) 균열을 부추기는 행태"라며 "보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서 지역 간 균열을 확대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재철 정책위의장도 해당 보도에 대해 "얼마만큼 신뢰가 있는 기사인지 모르겠다"며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윤곽이 나오면 당 정책위에 알려 올 텐데 당과는 전혀 일언반구 사전에 얘기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 최고위원과 심 의장이 화살을 돌린 곳은 해당 보도를 낸 언론이지만 발언 내용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불만 섞인 속내도 드러났다.
공정한 심사 앞서 흘러나오는 익명의 '정부 방침'
최근 연이은 국책사업 입지선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갈등 사례에 이번 LH공사 이전지 선정까지 가세한 양상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밀양신공항을 추진했던 대구·경북과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한 부산이 극한 대립을 벌였지만 결국 '백지화'로 결론이 났다. 국토해양부가 구성한 입지평가위원회가 실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 핵심관계자가 '백지화 결론'을 언급하는 바람에 '지역발전과 국익이 아닌, 여권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놓고도 핵심시설들을 분리하느냐 집적하느냐를 두고 충남권과 경북·광주 등 지자체 간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분리로 가닥을 잡았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보도돼 충남권의 반발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핵심시설의 분리는 없다'고 진화에 나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입지를 선정할 과학벨트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기도 전에 이미 정부가 방침을 정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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