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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부가 10일 내놓은 학생 자살사망현황.
교과부가 10일 내놓은 학생 자살사망현황. ⓒ 교과부

일부 언론이 '대학 개혁 전도사'로 추켜세우던 카이스트가 위험하다. 올해 들어서만 5명째 자살이다. 4명의 학생에 이어 10일에는 현직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이스트와 일부 언론이 내세운 개혁은 영어로 영어 이외의 과목도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과 점수에 따른 수업료 대주기인 '돈 놓고 점수 올리기 경쟁'이었다.

초·중·고 학생들도 위험하다.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새 485명의 학생이 자살했다. 직전 정부인 참여정부 시절 3년(2005∼20007년)의 385명에 견줘 1.3배가 늘어났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발표한 '2005∼2010년 학생자살현황' 자료를 다시 분석한 결과다.

자살의 원인은 '가정불화, 기타'(31.8%)와 '염세 비관'(18.4%)에 이어 '성적 비관'(11.5%) 순이었다. '성적 비관'으로 목숨을 끊은 학생현황은 더 위험하다. 참여정부 시절 3년 동안 42명이던 것이 MB정부 3년 새에 58명으로 늘어났다. 1.4배 많은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과부 교육복지국 중견관리는 "자살 초기 단계에서 생활담당교사가 자살 원인을 '성적 비관'으로 기록한 것을 모은 자료일 뿐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2010년엔 우리의 노력으로 자살학생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적' 관련으로 자살한 학생이 3년 사이 늘어난 데는 카이스트와 거의 같은 형태의 개혁을 초중고 교육에도 이식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영어몰입교육과 '돈 놓고 점수 올리기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MB정부 초기인 2008년 '어륀쥐' 파동의 핵심은 초중고의 영어몰입교육이었다.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같은 해 1월 25일 공정택 당시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16개 시도 교육감들의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공정택)는 다음과 같은 건의문을 MB정부에 보냈다.

"교사영어능력인증제를 도입하고 영어몰입교육을 확대해 주십시오."

당시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현 교과부장관인 이주호 당시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간사 등이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강하게 페달을 밟을 때다.

결국 국민 비판에 밀린 대통령 또한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 온 뒤 튀어나온 대나무 순처럼 늘어난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의 상당수는 영어몰입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영어교육시간도 늘어나 7교시가 생겼다.

2008년 교과부 등이 중고생 7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1년 사이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중·고교생은 18.9%였다.

혹독한 경쟁에 몰아넣은 아이들, 이젠 돈까지 꺼내놓고...

1970년대식 일제고사를 전면 부활한 MB 정부에서 학생들은 0교시, 강제보충수업, 야간학습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일제고사 점수에 따라 교사들의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카이스트처럼 '돈 놓고 점수 올리기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개혁' 조치인 셈이다.

교과부는 지난 2월 8일 발표한 '2011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방안'에서 중고교의 경우 학교 성과금을 줄 때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평가 잣대 가운데 하나로 집어넣도록 했다.

박정호 전교조 울산지부 정책실장은 "학생들과 교원들에게 가해지는 무한 경쟁의 강요가 카이스트의 경우와 초중고가 무엇이 다른지 교과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교과부가 자율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학생들의 자살현상은 불행하게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10일 '초중고 학생자살 예방과 위기관리 방안'을 내놨다. 학교와 교육청에 학생자살위기관리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교과부는 자살 예방 방법에 대해 다음처럼 적어 놨다.

"건강한 자아정체성 형성 및 생명존중 의식 함양 등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문화 조성"

일제고사, 영어강화교육, 그리고 학생 점수에 따른 성과금 등 혹독한 점수경쟁을 일으키는 실태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빠져 있다. 병 주고 약 주는 MB정부다운 '허망한' 자살 예방 방안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학생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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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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