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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노동당 배연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춘천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타며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노동당 배연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춘천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타며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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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어푸'
"균형을 못 잡겠어요, 아이쿠 이거 힘드네."

최문순 민주당 강원도지사 예비후보가 연신 물 먹었다.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 의암호에 몸을 담근 최 후보는 수상스키를 타기 위해 몸에 쫙 달라붙는 수영복까지 갖춰 입었지만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했다.

반나절 정도는 연습을 해야 최 후보가 바라는 그림, 물살을 가로지르며 가슴팍의 '위대한 TWO표'가 펄럭이는 장면이 나올 터였다. 그러나 곧장 다음 일정을 위해 원주로 가야 하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0분.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그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 됐다.

젊은층 투표 독려 위해 '철인 3종 경기' 나선 최문순

첫 번째 도전을 마치고 난 후 "타지도 못하고 폼만 잡았네, 창피스러워서 원"이라며 쑥스러워 한 최 후보는 이내 다시 물에 들어갔다. 일어날 듯 말 듯 엉덩이를 달싹이던 그는 끝내 무릎을 펴고 일어서지 못했다. 결국 세 번 더 물을 먹고 난 후에야 뭍에 나왔다. 최 후보는 "춥다"며 아래턱을 덜덜 떨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며 춘천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탄 뒤 보트에 오르고 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며 춘천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탄 뒤 보트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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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부근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을 정도로 '완연한' 봄이 아닌데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수온이 매우 낮았다. 물에 손을 넣어봤을 때, 차갑다는 느낌이 선뜻 들 정도였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최 후보가 이제껏 타본 적 없는 수상스키 타기까지 도전한 것은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강원도 내 6개 언론사가 지난 9일~10일 전화번호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RDD) 방식으로 도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p) 최 후보는 20대(36.1%), 30대(46.7%), 40대(40.9%)에서 우위를 점했고,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50대(50.9%), 60대(58.9%)에서 강세를 보였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노동당 배연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춘천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타며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춘천시 남면에서 열린 의암 류인석 선생 추모제에 참석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차량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노동당 배연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선언한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춘천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타며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춘천시 남면에서 열린 의암 류인석 선생 추모제에 참석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차량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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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지지율로는 엄 후보가 44.3%, 최 후보가 32%로 12.3%p의 격차가 나고 있는 상황. 최 후보로서는 지지세가 강한 젊은층을 결집시켜 투표에 나서게 하는 게 승부의 관건 중 하나다. 

지난 6일, 그는 투표 독려를 위해 번지점프라는 고행에 나서기도 했다. 최 후보는 "다리가 후들거려 머뭇거리다간 못 뛰어내릴 것 같아 한 번에 뛰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늘에서 뛰었으니 이번엔 땅으로, 최 후보는 10일 다시 4륜 구동 오토바이를 탔다. 그가 이 같은 '철인 3종' 선거 운동을 하는 이유는 투표 독려 뿐만은 아니었다.

"구태의연한 선거 운동을 하면 안 됩니다. 번지점프를 한 것도 권위를 깨기 위함이었어요. 도지사 후보가 번지점프를 뛴 예가 있었겠습니까. 악수하고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원도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한 곳이에요. 이것 없이는 발전이 힘들죠. 그런 맥락에서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다소 생소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승부수, TV 토론... "현장 기자와 앵커의 대결"

색다른 선거운동으로 '신선함'을 보여주고 젊은층의 투표를 끌어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최 후보는 또 하나의 승부처로 TV토론을 꼽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전 지사가 출연한 TV 토론은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도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당시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와 20%p 이상 격차가 나던 이 전 지사는 TV 토론을 통해 전세를 뒤집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선거구가 워낙 넓어 후보자들이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는 데 한계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TV토론이 도민들에게 후보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주요한 통로다.

첫 TV 토론은 오는 14일에 치러진다. 그는 "TV토론은 결국 현장 기자와 앵커의 대결이 아니겠느냐"며 "MBC 기자로 뛰며 워낙 현장 경험을 많이 쌓아 현장성이 강하다, TV토론에서 그런 강점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당장 이 날 오후 일정이 끝난 후부터 '열공' 모드에 들어간다. 예상 질문을 꼽아보고 답변을 만드는 등 꼼꼼한 논리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번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삼척 원전' 건설 문제다. 하지만 삼척 원전에 찬성했던 엄 후보가 11일 돌연 반대로 돌아섬에 따라 두 후보 모두 같은 태도를 취하게 됐다.

최 후보는 "날카롭게 토론을 해야 쟁점이 생기는데 엄기영 후보 쪽에서 각을 세우지 않고 평탄하게 선거를 치르려는 것 같다"고 평했다. TV 토론으로 도민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최 후보에 비해 앵커로 인지도가 높은 엄 후보가 조용한 선거를 원해 삼척 원전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 같다는 지적이다. 최 후보는 "엄 후보가 말 대 말로 붙는 걸 꺼린다고 보냐"는 질문엔 특유의 웃음으로 넘겼다.

"10%p 격차,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는 엄 후보에 비해 10%p 안팎의 격차를 보이며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 후보는 역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그 정도 격차는 해볼 만하다"며 "이광재 전 지사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 시점까지 (상대후보에게) 10%p 이상 뒤졌다"고 말했다. 최 후보 보좌진도 "선거 초반에는 인지도가 낮아 힘들었지만 이제는 강원도민들이 먼저 알아봐주고 악수도 나누며 광재도 함께 오지 그랬느냐고 말을 건다"고 거들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당 최문순 예비후보(왼쪽)와 민주노동당 배연길 예비후보가 춘천시 온의동 선거사무소에서 최문순 후보로의 야권 단일화를 공식 선언한 뒤 활짝 웃고 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후보 등록 첫 날인 12일 민주당 최문순 예비후보(왼쪽)와 민주노동당 배연길 예비후보가 춘천시 온의동 선거사무소에서 최문순 후보로의 야권 단일화를 공식 선언한 뒤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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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보측은 이날 배연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범도민야권단일후보'가 된 것도 선거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최 후보는 "민노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엄 후보와의 격차를 상당부분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야권연대는 서로 간의 신뢰가 기초부터 탄탄하기 때문에 민주노총과 민노당 동지들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속초·고성·양양이 지역구인 송훈석 의원의 민주당 입당으로 취약 지역이던 영동 지역에서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범도민야권단일후보'가 된 최 후보는 후보 등록도 마쳤다. MBC 전 사장 간의 대결이 된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 간의 맞대면은 13일 처음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오후, 강원도지사 후보로 등록한 후보들이 메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 참석차 중앙선관위에 모이기 때문이다. 최 후보는 "처음으로 얼굴을 보겠네"라며 멋진 승부를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 * 엄기영 한나라당 예비후보도 추후 동행취재를 할 계획입니다.



태그:#강원도지사 , #최문순,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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