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느끼는 자연의 화사함.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야말로 화사함의 절정이다. 그것도 오후 두세 시경, 태양빛을 거꾸로 받을 때 그 화사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절정의 색깔이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벚꽃길은 많다. 대표적으로 진해 군항제 때 피어나는 벚꽃, 하동 십리 벚꽃길 그리고 남해 벚꽃길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 밖 지역의 소소한 벚꽃길은 봄철 여행객을 꼬드기는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다.
별로 이름 나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화사함을 전해주는 벚꽃길이 있다. 거제도 상문동 삼거리에서 구천댐 방향으로 틀면 화사한 벚꽃은 여행객을 맞이하고, 곧바로 길가에 차량을 멈추게 한다.
벚꽃은 구천 삼거리까지 이어지며 좌로는 호수같은 구천댐이 시선을 끈다. 구천삼거리에서 좌회전 방향으로 돌아 망치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총 10㎞의 벚꽃길. 이 길은 일명 '황제의 길'이라 불리는 곳이다. 2005년 9월 28일자 '거제도 황제의 길을 아십니까?'라는 기사에서 이디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거제도를 방문하여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원더풀을 일곱 번이나 외쳤다고 하는 그 길이다.
길 양쪽으로 핀 벚꽃은 하늘을 덮을 정도다. 그러고는 매력에 빠진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만든다. 시가지에 핀 벚꽃을 보기 위해 도심에 차를 세워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도 되고, 재촉하는 차량 경적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한적한 길이라 양쪽 깜빡이등을 켜고 세워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다. 자연스레 나뭇가지를 잡고 폼을 잡으며, 기념사진을 찍어도 시비걸 사람은 더더구나 없다.
일주일만 피어 있어도 좋으련만, 벚꽃은 그리 오래 펴 있지 못한다. 그래도 내일 모레까지는 화사함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망치삼거리에서 해금강 방면으로 가다보면 쪽빛 거제도 바다가 손짓을 한다.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여행객들로부터 주목 받는 곳이다. 여기서 국도 14호선이 시작되는 거제도 해금강이 있는 데 까지 달려보는 즐거움, 분명 손해 보는 여행은 아닐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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