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수녀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임원들의 고액 연봉에 대해 부도덕하다고 질타했다.
<가디언>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수녀원의 노라 내시 수녀가 "골드만삭스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지난해에 최고 경영자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을 비롯한 최고위 임원 5명에게 지급한 급여는 7000만 달러(약 760억 원)에 조금 못 미친다.
내시 수녀는 이를 "죄악"이라 부르고, 성 프란체스코가 이 사실을 안다면 "무덤에서 돌아누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성 프란체스코는 13세기에 교회의 세속화를 비판하며 가톨릭 개혁을 이끈 인물이다. 내시 수녀가 기업 임원들의 고액 연봉에 대해 "죄악"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것이 사회 정의라는 기준을 결코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임원들) 같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말하는 것은 과도하고, 과도하고, 또 과도하다는 것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평균적인 미국인이 1년간 일해야 버는 돈을 세 시간 만에 벌 수 있다."
내시 수녀는 "탐욕의 문화가 있으며, 이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이러한 기업들과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철학적·윤리적 분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으며", 미국 문화에 탐욕과 이기심이 밀려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들이 어마어마한 급여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기업 엘리트들 때문에 이러한 탐욕의 문화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내시 수녀는 진단했다. 내시 수녀는 "골드만삭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골드만삭스는 2년 전에도 독설이 특징인 미국 잡지 <롤링스톤>으로부터 "거대한 뱀파이어 오징어"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가디언>은 내시 수녀가 골드만삭스를 그보다는 "부드럽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내시 수녀는 "현 시점에서 골드만삭스가 지나치게 나쁜 것은 아니"라면서 포드와 비아콤 사례를 들었다. <가디언>은 포드의 경우 최고 경영자인 앨런 멀러리에게 2600만 달러(약 282억 원), 비아콤은 최고 경영자인 필립 다우먼에게 8400만 달러(약 913억 원)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내시 수녀는 "미국의 기업 경영자 중 톱클래스 200명의 평균 급여는 900만 달러를 넘는다. 이게 죄악이 아닌가? 이걸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평균 연봉을 3시간 만에 버는 CEO... 합리화할 수 있나?"
내시 수녀는 임원들의 "과도한" 급여 문제를 재검토하고, 주주들에게 보수(報酬) 정책에 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며 그에 관해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할 것을 골드만삭스에 요구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내시 수녀는 '종교를 초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센터' 구성원들과 함께 5월 6일 열리는 골드만삭스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가디언>은 "이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지만 내시 수녀는 미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진짜 얼굴을 보고 (잘못을) 교정하도록 거울을 비추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내시 수녀 측의 결의안에 대해 "기업에 부당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물론 주주들에게 어떠한 의미 있는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최고의 임원들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급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시 수녀는 골드만삭스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시 수녀는 "1년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파생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당 내부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15일 골드만삭스가 '실수'를 인정하고 5억5000만 달러(약 590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5억5000만 달러는 SEC가 그동안 미국 금융회사들에 부과한 벌금 중 최대 규모다.
내시 수녀는 이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임원들의 천문학적인 급여가 거대한 재앙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것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시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가 붕괴 직전 상태에 놓인 기업 세계를 다루고 있다고 느낀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갈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집을 필요로 하는 건가? 또 얼마나 많은 보트를 필요로 하는 건가?"
내시 수녀는 성 프란체스코 수녀원 소속 수녀들이 은퇴에 대비해 갖고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금융 수익만이 아니라 사회적 이익도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편 <가디언>은 이 문제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최고 경영자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자신이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내시 수녀의 생각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의 이러한 보도는 2009년 블랭크페인이 한 발언을 빗댄 것이다. 블랭크페인은 그해 11월 9일 "은행은 공공의 목적에 기여하며 신의 일을 수행한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당시 미국에 경제 위기를 불러온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됐고 엄청난 세금을 지원받아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골드만삭스의 최고 경영자가 할 소리는 아니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CNN머니>의 칼럼니스트 폴 라 모니카는 그해 11월 18일 "블랭크페인은 그 입을 다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