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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의 막이 올랐다. 강원도지사와 국회의원 3곳 등 전국 38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에는 총 135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고 14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이들의 평균 경쟁률은 3.6대 1로 알려졌다.

 

평소라면 별 관심 없이 치러졌을 재보선이지만 이번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터라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옥신각신 끝에 매듭진 야권연합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몰리지 않고 후보등록 이전에 야권연대가 최종 타결됨에 따라 한나라당 대 야권단일후보의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이어 반MB야권연대가 유권자들에게 통할지 가늠하는 자리가 됐다.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성격은 여전히 유효하다.

 

물가폭등과 전세난 등 민생현안에 대한 전국민적 비토가 발생한다면 이번 선거는 전적으로 야권에게 유리한 선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잃어버린 10년이 또 올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명박 정부 실정을 규탄하면서 정권교체론을 설파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양측은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를 예측하면서 "3대 0으로 압승할 수도 있고 반대로 0대 3으로 전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총선보다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며 "후보를 낸 곳은 모두 이긴다는 목표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긴장을 놓지 않고 이번 선거를 치르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 "분당은 생존을 건 당과 당의 싸움"

 

우선, 경기 분당에선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전·현직 여야 당수대결이 펼쳐진다. 한나라당으로선 최대 승부처인 분당에서 무너지면 내년 대선까지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13일 경기도 당협위원장 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분당 보선은) 후보 개인이 아닌 민주당과 생존을 건 당과 당의 싸움"이라며 "분당에서 지면 내년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잃어버린 10년을 다시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안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를 향해 "우리 당 내에서 배신한 사람, 철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안 대변인의 이 같은 말은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것인 한편 방심해 패배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일종의 단속용 멘트로 보인다. 한나라당에게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지만 이번 선거 만큼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인 셈.

 

손학규 민주당 대표 또한 분당이 쉬운 승부처는 아님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 저를 슬픈 눈빛으로 보지 마세요"라고 당부한 뒤 "야당들이 후보단일화를 이루고 통합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이것을 승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야권연대 성사의 자신감을 기반으로 제2의 민주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역선거이기는 하나 분당의 경우에는 현안 쟁점이 없는 선거다. 지하철 8호선 미금역 설치와 분당신도시 초기에 건립된 200만호 아파트 리모델링 작업이 있지만 그것이 선거의 표심을 가를 절대 변수가 되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 지역현안보다는 큰 틀에서 MB심판이 먹힐지가 최고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당을 구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MB는 싫지만 한나라당을 버릴 수 없는 태도로 임한다면 결과적으로 강재섭 후보에게 유리한 고지가 되는 것이고, MB에 대해 정확히 심판해야겠다는 MB심판론이 들끓는다면 역으로 손 대표에게 표심이 쏠리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대선후보급 정책자문단 꾸린 최문순... 이길까

 

강원도지사 선거는 전직 MBC 사장 대결이다. 한나라당에선 엄기영 후보가, 민주당에선 최문순 후보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둘은 모두 전직 MBC 사장 출신이다. 강원지역 언론 6개사가 TNS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9~10일)에 따르면 최문순 후보는 엄기영 후보에게 12.3%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 후보는 지역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쓰레기더미를 나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최 후보는 번지점프와 수상스키 등 레포츠를 통해 투표참여운동에 독려하고 있다. 사실상 젊은층 투표를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두 후보는 지역 현안을 안고 출발한다. 일본 지진 이후 원전 문제가 최대이슈가 된 가운데, 삼척 원전유치를 둘러싼 후보간 입장차다. 엄 후보는 초기에 지역발전론을 근거로 삼척 원전유치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자 본인도 입장을 바꿔 "정부의 안전성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척시는 유치활동을 중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잠정 중단인 셈이다. 지금까지 오락가락 입장을 내보인 엄 후보의 입장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최문순 후보는 초기부터 줄기차게 원전에 대해서는 주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점에서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최 후보측은 대선후보급 정책자문단을 꾸리고 활동 중이다.

 

한미FTA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미FTA와 4대강, 언론법 등에서 최 후보가 보여준 진정성과 진보적 가치 때문에 정책전문가 집단을 꾸리게 됐다"며 "강원도의 특성을 살려 남북관계와 구제역 등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최 후보의 정책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자그룹은 모두 55명이며 이들은 모두 실명을 걸고 선거운동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김태호 전 지사는 왜 선거운동기간 인터뷰 안할까 

 

경남 김해에선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노무현 정부 시절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맞붙는다. 전직 경남지사로서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진 한나라당 김 후보는 '조용한 선거'를 기획하는 분위기다.  김태호 후보는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된 뒤로 첫 번째 지역후보간 라디오 인터뷰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언론인터뷰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를 진행하는 변 앵커는 이날 이봉수 후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꾸 (김태호 후보가) 본인의 과거가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워서 인터뷰를 거절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마찬가지 입장이 나왔다. 동일 지역의 양 후보를 모두 다뤄야 하지만 김 후보의 사양으로 이봉수 후보만 인터뷰함을 양해해 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무엇보다 경남 김해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율이 40%를 잠식하는 영남권의 대표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영남지역주의가 발동할지, 반대로 노무현 지키기 노선이 발동될지 지켜보는 것도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남 순천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 대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 6명이 승부를 펼치게 됐다. 민주당 출신 후보의 난립이 선거 막판까지 간다면 오히려 선거는 민주노동당에게 유리해질 수 있다. 야권단일후보라는 상징성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선거는 호남에서 비민주당 연대가 먹힐 수 있을지 가늠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호남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차원에서 선거 초반 '순천 무공천'을 선언했고 중간에 야권연대가 깨질 수도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도 호남유권자가 평가해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인물경쟁력으로 파고 든다면 민주노동당에게 그리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순천지역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구희승 변호사와 조순용 후보가 김 후보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전열을 가다듬어 하나로 통일해 김 후보와 맞붙는 양상이 됐을 때 호남 유권자가 누구를 택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학규와 유시민, 누가 웃게 될까

 

뭐니뭐니해도 이번 선거의 키포인트는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정치권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야권연대다. 치열한 경쟁 끝에 앙금도 남아 있지만 한 데 힘을 모은 야권이 한나라당을 꺾고 이번 재보선을 발판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누빌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김해에서 김태호 전 지사를 누르고 국회 1석을 잡는다면 유시민 대표도 김해 유권자들을 등에 업고 차기 대선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아성 분당에서 강재섭 전 대표를 물리치고 당선된다면 야권연대를 이뤄낸 리더십 플러스 '천당 아래 분당' 신화를 깨버린 첫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분당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명실상부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껑충 뛰어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층적 의미가 복합적으로 내재된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야4당은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연대가 성사됐음을 공식 선포했다. 10대 공동정책도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지역별로 공동선거대책본부를 발족하고 대표급 인사들이 공동 순회유세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에 따르면 야4당은 이번 선거에 대비해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야권단일후보 지원을 위한 공동유세 등 선거지원일정을 확정했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각당 예비후보 및 시도당 위원장이 맡게 됐고, 각 당 대표급 지도부가 공동유세와 공동 선거운동에 나선다.

 

민주당에선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민주노동당에선 이정희 대표, 국민참여당에선 유시민 대표가 각각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 지원을 위한 춘천 공동유세를 시작으로 16일 경기 분당과 강원도 원주, 17일 김해을과 순천을 돈다. 23일과 24일에 한 번씩 더 이 지역을 돌며 선거운동을 벌인다는 것. 이들은 이 같은 공동유세를 '야권연합 승리를 위한 희망의 대장정'이라고 이름 지었다.

 

앞으로 26일까지 총 13일간의 선거운동을 통해 누가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 유권자들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태그:#4.27 재보선, #손학규, #유시민, #강재섭,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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