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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함께 하는 ...
▲ 토함산 ... 삼대가 함께 하는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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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경주 캔싱턴 리조트에 삼대가 모였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남 동생네와 우리 부부 그리고 막내 남동생이 경주 캔싱턴리조트 8층 2831호실이다. 서울 언니와 부산, 서창 동생들 가족은 참석하지 못했다. 남동생네의 어린 조카들이 떠들썩하니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 그 허전한 자리까지 꽉 채우는 듯 했다.

어제 저녁 늦게 모여 머리를 맞대고 미리 오늘 일정을 짜느라 남편과 동생은 경주지도를 살피며 보았었다. 오늘 첫 번째 갈 곳은 토함산. 어린아이서부터 연로하신 부모님 모두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행코스다. 오전 9시 30분, 토함산으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경주 시내는 벚꽃축제 마라톤대회가 개최되는 날인가보다. 거리엔 울긋불긋 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잇고 있는 것이 보이고 곳곳마다 차량통제를 하고 있다.

토함산 등산...동생부부와 부모님 함께 걷고...
▲ 삼대가 함께하는 토함산 등산...동생부부와 부모님 함께 걷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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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봄꽃은 절정인데 경주의 벚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듯 꽃망울을 팡팡 터뜨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고도 주눅 든 모양으로 꽃보다 꽃봉오리 맺힌 나무가 더 많다. 경주 토함산은 남편과 함께 두어 번 산행한 곳이다. 삼대가 함께 등산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많은 산을 등산했지만 이렇게 삼대가 함께 오르기는 처음이니 뜻 깊은 산행이 아닐 수 없다.

남편과 내가 남동생부부와 조카들과 함께 산행한 적은 있었고 또 여동생들과 남동생, 조카들 함께 산행을 한두 번쯤 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형제자매, 조카들까지 함께 산행에 동참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부모님도 어린 조카들도 평소에 등산을 잘 하지 않던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산 정상에 오른 기쁨과 뿌듯함도 얻을 수 있을 만한 산. 토함산이 적당할 것 같아서 이곳으로 정한 것이다.

닭살 부부  ^^
▲ 토함산 가는 길... 닭살 부부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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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746m)은 경주의 삼대 진산으로 동해바다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고 경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흙길로 된 산행길인 데다가 석굴암 입구 주차장까지 꼬불꼬불 경사진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올라가서 석굴암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고 시간 소요도 적고 어렵지 않게 등산할 수 있는 곳이다.

경주 불국사를 지나 석굴암이 있는 곳까지 꼬불꼬불 경사길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엔 백목련이 희디희게 활짝 피어 눈이 부셨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샛노란 개나리꽃은 길가에 무리지어 피어 지천이었다. 산수유 꽃은 은은하고 은근한 빛깔로 눈길을 끌고 간간이 피어있는 분홍빛 진달래도 눈길을 끌었다. 벚꽃은 빛을 잘 받는 곳에 선 나무들은 일제히 피어 하얬고 아직 꽃망울 터뜨리지 않은 나무들도 이따금 보였다. 눈길 닿는 곳마다 봄꽃이 어지러이 피어 난만했다. 과연 봄, 봄이다. 꽃의 계절, 꽃의 향연. 4월은 봄꽃의 계절.

고모부의 손을 꼭 잡고...^^
▲ 지혜... 고모부의 손을 꼭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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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입구 넓은 주차장엔 사람도 차도 많다. 우린 석굴암 출입구 앞에서 왼쪽으로 향했다. 기념품점과 매표소 옆쪽 좁은 등산로 입구가 거기 있다. 제법 바람이 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행 길에 오른다. 여기서 토함산 정상까지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지척이다.

산길엔 아직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곳곳에 수북했고 나무들은 아직 겨울인양 앙상한 가지들을 뻗고 서 있었다. 하지만 흙에서 가까운 곳, 낮은 곳에서는 작고 여린 샛노란 꽃이 낮게 피어 봄을 알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메마른 나뭇가지 끝에 움이 톡톡 금방 터질 듯 돋아 있다. 발밑에 느껴지는 포슬포슬한 흙의 느낌이 좋았다.

부모님은 어린 손자손녀도 잘 걸어 올라가는 산길이 가끔 힘들기도 해보이지만 엄마는 '안 힘들다' 하며 산길을 오르고 아버진 미처 산행할 걸 생각 못했음인지 구두 신고 와서 발이 아프다 하면서도 어린 것들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까지 지으면서 걸었다. 다행이 이 산은 천천히 산보하듯 하는 등산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삼대가 함께 하는 산행 길. 차츰 찬바람은 불지 않고 따뜻하고 도타와진 봄볕이 가까웠다.

다정한 동생부부...
▲ 토함산... 다정한 동생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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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찰칵 사진 찍다가 밧데리 방전, 지혜아빠가 찰칵, 나도 찰칵...지혜의 인기, 식을 줄을 모른다.
▲ 토함산... 할아버지가 찰칵 사진 찍다가 밧데리 방전, 지혜아빠가 찰칵, 나도 찰칵...지혜의 인기, 식을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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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난 지혜한테 홀딱 빠진 남편...그래도 가끔은 문득 생각난 듯 내게 다가와 손잡고 걷고...하지만 또 다시 '지혜야~'부르며 달려간다. ^^
▲ 토함산... 간만에 만난 지혜한테 홀딱 빠진 남편...그래도 가끔은 문득 생각난 듯 내게 다가와 손잡고 걷고...하지만 또 다시 '지혜야~'부르며 달려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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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나란히 걸었다. 남동생부부는 부모님 옆에 나란히 걷다가 좁은 길에서는 따로 둘이 걸었고 남편은 어제 저녁 지혜를 만난 이후부터는 아예 지혜맨이 되어버렸다. 나는 홀로 걷기도 하고 동생부부 옆에 혹은 부모님 옆에 걸었다. 이 만남이 끝나는 시간까지 아무래도 남편은 내 곁에 있기보다는 지혜맨으로 있을 듯하다. 대부분 아이들은 누군가를 좋아하다가도 만남이 뜸하면 잊어버리거나 또 자라면서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지혜는 고모부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잊지도 않는가보다. 지혜는 산길을 오르다가 무슨 큰 비밀이라도 말하듯 고모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고모부! 제가 아기였을 때, 진짜진짜 고모부를 좋아했어요!"
"지금은 아기가 아니고?" 하고 묻자,
"예" 하고 대답했다.

그놈의 지혜, 그녀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남편은 가끔은 내 곁에 와서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도 내가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 나는 안중에도 없고 지혜 지혜하며 따라다녔다. 에고 에고 "지혜야 내 남편 돌려도!"하고 말하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기꺼이 고모부인 남편이 지혜맨으로 지혜를 섬기도록 마음을 내려놓을 수밖에.

삼대가 함께...
▲ 토함산... 삼대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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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고모부의 손을 잡고...지혜는 좋겠당^^*
▲ 토함산... 할아버지와 고모부의 손을 잡고...지혜는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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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다섯 살 때까지만 해도 천태산을 함께 등산했을 때 등산길 내내 업어 달라 안아 달라 했었다. 그런 지혜가 이제는 일곱 살. 전혀 업어달라 안아달라하지 않고 제 발로 걸어 올라갔다. 걷다가 엎어지면 지체 없이 일어나면서 '괜. 찮. 다'며 일어섰다. 많이 자랐다. 마치 고모부와 대등한 인격체로 대우 받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제법 의젓하게 고모부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었다. 남편과 내가 걷는 길에서 고모부를 독점하기 위해 '고모부~' 하며 옆에 다가와 따로 걷기도 하면서 나를 따돌리기도 잘 한다. 고놈 참~.

어쨌든 동행이 아름답다. 아버지와 엄마, 남동생과 올케, 세 조카들과 막내 남동생, 남편과 나. 삼대가 함께 하는 산행길. 나날이 두터워지는 봄볕 아래 즐거운 나들이다. 드디어 토함산 정상이다. 길고 큰 토함산 정상석이 우뚝 솟아 있는 곳에 모여 서서 주변을 조망했다. 삼대가 토함산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토함산 정상에서 조망되는 산들이 부드럽고 힘찬 곡선을 그리며 멀리 뻗어 있었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간다.

어젠 비. 오늘은 맑음. 인생길 걸어오는 동안 햇볕과 바람과 비와 눈과 얼음길을 걸어오신 부모님. 삼대가 함께 하는 산행길이 즐겁다. 봄볕은 나날이 도타워지고 봄꽃은 여기저기 피어 지천이다. 삼대가 함께 하는 산행. 뜻 깊은 산행, 뜻 깊은 여행 즐겁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9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경주, #토함산, #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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