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세기.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눈부시게 발전한 유럽을 따라잡지 못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거듭된 패배로 세력이 약해진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삼국동맹 측에 가담했다가 연합국에 분할 점령될 위기를 맞았다.
이때 위기에 처한 터키에 영웅이 나타났다. 무스타파는 '완벽하다'는 뜻이고, 성인 케말은 '성숙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케말은 아타튀르크라고도 부르는 데, 아타는 아버지, 튀르크는 터키인이라는 의미로 '터키인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케말이 튀르크 영웅이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있었던 갈리폴리 전투에서다. 영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영 연방군과 프랑스의 20만 연합군에 맞선 오스만군의 숫자는 1만4000명이었다.
하지만 사령관 케말은 군대를 갈리폴리 반대쪽의 차나칼레에 주둔시키고 익숙한 지형을 이용해 연합군을 물리쳤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에 이스탄불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케말은 튀르크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무슬림이 98%인 나라에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추진하고 공화주의를 채택했다. 또한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사회 개혁을 위해 나섰다. 현실주의와 민주적 권리에 관한 법적 보호, 국민에 대한 책임 등은 가장 중요한 개혁이었다.
케말 정부가 이룬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새로운 사회 질서 하에서 여성의 권리를 확립시킨 것이다. 터키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어머니나 가족의 기둥으로서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아타튀르크의 개혁 이후 정치, 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은 엄청나게 확장됐다. 그는 라틴 알파벳을 창안해 터키의 세종대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따뜻한 심성을 가진 터키인 ㅡ 한국인을 형제국으로 불러터키인들은 마음이 따뜻하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말할 때 "내 사랑, 내 간, 내 삶"이라고 말하며, 길 가던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길을 물을 때 "내 새끼"라고 말하며 길을 묻는다.
한국인들은 터키인들로부터 유난히 환대를 받는다. 어느 곳에 가든 피를 나눈 형제라는 뜻의 '칸카르데시'라고 부르는 터키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60여년 전 한국 전쟁 때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15000명의 터키군이 참전해 750명이 전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중해에 면한 터키 남부도시 안턀라를 거쳐 파묵칼레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던 도중에 경험했던 일이다.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한 사이로 회색 베레모를 쓴 나이든 노인 한분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연을 알 리가 없는 나는 반대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데 계속다가 오고 있었다. 노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코리언?""예스, 쎄울, 꼬레""영어할 줄 아세요?""아메리카 #@$% 튀르크, 서울, 인천, 부산"
영어할 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예스"라고 말하면서 "아메리카와 서울, 인천, 부산"을 정확하게 말했다. 다정하게 웃으며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증명서에는 'GAZI'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영어로 물어도 더 이상 소통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한국전 참전군인 같은 생각이 들어 가이드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다.
터키인들은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을 '코레가지'라 부른다. 코레 가지들은 한국을 '바탄(조국)'이라 말하고, 스스로를 '코렐리(한국인)'라고 부르기도 한다. 터키군이 큰 전과를 거둔 군우리 전투에 참전했던 압둘라 체티네씨는 올해 나이가 82세라고 하며 일행을 반갑게 대했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는 석가탑 모양의 코레 파르크(한국공원)가 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1973년에 세워진 기념탑 외벽에는 전사자의 이름, 생년월일, 전사한 날짜 등이 기록되어 있다.
터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계 3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3,4위 전에서 한국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과 박수, 대형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응원석에 나란히 올라가는 모습을 본 터키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터키에 사는 교민들을 환대했다고 한다.
앙카라 일간지 아나유트를 방문하다전라남도 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전남교육에 기고하는 교육관계자들로 구성된 일행의 주된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터키에서 보도하는 교육관련 사항이다. 앙카라 중심에 자리한 '아나유트(조국)' 신문은 하루에 1만5000부를 발행하는 일간지다.
터키어를 읽을 수 없어 안타깝지만 한국 신문보다 사진화보가 훨씬 많다. 정치 경제 시사 등의 모든 분야를 다루지만 학교 현장을 방문해 학사 행정에 관한 정보와 교육 및 실습생에 관한 정보도 다룬다. 현재 전 세계 언론이 당면한 문제인 종이 신문 독자 감소 경향은 여기도 마찬가지다. 아나유트에서는 이에 대비해 '아레나'라는 인터넷뉴스도 발행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터키 어디를 가도 히잡과 양복을 걸친 여인들이 활보하는 터키. 중동 민주화 물결의 격랑에도 끄떡없는 터키의 발전된 모습과 잠재력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전남교육' 및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