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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정상설 박사님의 초대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그 대학의 외과주임교수이자 대한임상종양학회이사장인 정상설 박사는 유방암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명의입니다. 제가 그분에게 세칭 '필'이 꽂힌 것은 그분이 여느 의사와는 다른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 분은 유방센터를 지키며 하루에도 50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하루에도 몇 건의 유방외과수술을 진행하는 누구보다도 바쁜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늘 환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마음까지 보듬고자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수술 전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시키기 위해 수술환자를 안아주고, 수술 후 가슴을 잃은 환자들의 정신적 충격과 재발의 공포를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인 가유회(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유방암 환우회)의 모임에도 지원과 상담을 아끼지 않는 분입니다.

약속장소인 서울 팔래스호텔 중식당 서궁으로 박사님으로 부터 초대받은 분들이 빠짐없이 모였습니다. 의료계, 교육계, 법계, 정치계, 산업계, 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모두가 고유의 업무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정박사님의 행보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분들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정 박사님의 발제로 진행되어온 사사로운 연구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진료시스템에 혁신을 불러온 중요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의료시스템의 디지털화에 필수적인 개인통합진료기록(PHR ; Personal Health Resources, Personal Health Records)에 관한 논의였습니다.

개인의 건강관리정보의 기록인 PHR은 의사의 연계된 진료에 필수일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건강관리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건강 정보를 전자적인 수단으로 기록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 PHR은 예방의료preventive care와 질병관리care management에 관한 향후 의료시스템의 디지털화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환자 당사자의 권리와도 중대한 관련이 있는 문제입니다.

정 박사님은 'Green Smart Care'라는 제목으로 이 연구를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늘 과중한 부하가 걸리는 의료현장에 있다 보니 처음 의사가 될 때의 초심이 점점 사라져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데 은퇴는 멀지 않습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더라도 숭고한 사명감으로 가득했던 그 초심은 되찾고 싶습니다. 우리사회 산업의 모든 부문은 소비자 위주의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유독 보건의료분야만은 , 하버드대학의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의 말처럼 여전히 병원과 의사가 주체인 채로 남아있습니다. 환자들이 대접받는 의료행위는 현재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의료기기는 대형화되고 의료수가가 계속 오르고 있으므로 부자는 여전히 문제가 없지만 가난한 사람은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시스템이 문제인데 이 '틀'을 깨야합니다. 현실의료행위에 접목이 될 수 있는 의료정보의 표준화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국가사업으로 갈 분야이긴 하지만 그것을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

 늘 의사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고 초심을 다잡는 정상설박사
 늘 의사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고 초심을 다잡는 정상설박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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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박사님의 발제를 뜻을 지인인 삼성전자의 전진욱 과장께서 도와 정리해서 발표를 맡았습니다.

"미래에 제조업은 없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산업이 서비스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가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보건의료부문에서도 주도권을 환자가 가져야한다는 것이 발제자의 의도로 알고 있습니다. 미 해군이 2025년까지 유인 전투기의 일부를 무인 전투기(UCAS : Unmanned Combat Air Systems)로 대체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처럼 급속하게 변하는 환경속에서 보건의료분야는 더디게 가고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인가 앞에서 견인할 것인가 뒤에서 뒤따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변화에 있어서도 어느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피로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PHR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 연구된 Green Smart Care의 핵심이 Environment, Emotion, Technology의 세 측면에서 조명되고 정부를 비롯한 국내의 각 유관분야에서 Smart healthcare, 혹은 Ubiquitous Healthcare(U-Health Care)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추진상황이 종합되었습니다.

의료인과 비의료인들이 함께 했던 참석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PHR의 활용에 긍정과 비판, 고려해야할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놓았습니다.

소비자의 힘이 증가되고 있는 입장에서 합당한 행보(제일기획 김익태상무), 예방의학에 기여(경찰공제회 이성연 사업개발이사), physical한 측면뿐만아니라 emotional한 측면에 대한 고려(손원 변리사), 정보기관에서조차 의료기록을 수집하고자하는 입장에서 Data의 보안(김남부 한나라당 부대변인), 의료전달체계에 있어서 3차 지료기관의 집중화 현상 방지(이운배 팜모드 대표), 진료기록에 대한 QC(임정애 산부인과원장), 저비용 고효율에 대한 고려(전신수 교수), 환자의 감정을 배려하는 Techmology(송병주 교수), 개인정보의 오남용 우려(왕용성 상무), Disease-Oriented질병중심에서 Patient Oriented환자중심으로의 패러다임전환(엄영진 교수), 에너지소비가 가장 큰 병원의 에너지절감 아이디어와 국외로 수출할 수 있는 디지털병원의 모델의 필요성(성바오로병원 김장묵 행정부원장), detail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준비(한몽민간협력증진위원회 공정훈 이사장) 등 값진 내용들을 개진했습니다.

 의료계의 현실을 바탕으로 좀더 개선된 미래의 의료환경을 위한 조언을 쏟아낸 참석자들
 의료계의 현실을 바탕으로 좀더 개선된 미래의 의료환경을 위한 조언을 쏟아낸 참석자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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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엽선생님은 사랑도 상대를 배려하는 맞춤사랑이어야되듯이 맞춤진료가 중요하고 고령화 시대의 시니어케어시스템에 대한 고려를 당부했습니다.

저는 Green Smart Care는 PHR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보건의 각 분야에 대한 통합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하며 의료분야의 특성상 아날로그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Digital 기반에 Analog의 정서가 적절하게 융합된 디지로그Digilog 방식의 접근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새롭게 안 사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부병원에서는 환자라는 용어를 이미 '외부고객'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는 것(전신수교수), 공인인증을 받아야 진료기록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며, 현재도 개인진료기록의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으며 의료기관은 단지 관리권한마을 가지고 있다(보건학박사 이경환 변호사)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디지털화는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입니다. Data Security같은 우려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합의만 남은 셈입니다.

IT기술이 의료분야에서 진료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의 권리를 신장하며,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접목되어야할 것입니다.

고유의 업무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미래를 앞에서 견인하고자하는 아낌없는 노력들이 숭고했습니다.

의료인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비의료인은 의료소비자로서의 입장이 자유롭게 개진된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파괴적 의료혁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GREEN SMART CARE#PHR#U-HEALTH CARE#SMART HEALTHCARE#정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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