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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2일 오전 8시에 찾아간 진흥시장 내부 모습. 이른 새벽부터 문을 열고 상인들은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4월 22일 오전 8시에 찾아간 진흥시장 내부 모습. 이른 새벽부터 문을 열고 상인들은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 이정민

"모든 것이 바뀌어 가는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는 늘 보아오던 재래시장의 옛 모습들은 사라져가고, 거대한 대기업 할인마트들이 우리들 집 주변을 하나둘씩 메워가고 있다. 물건 값 깎아 달라는 아주머니와 남는 것 없다며 손사래 치던 주인아줌마, 오늘 바로 올라온 싱싱한 찬거리라며 손님을 부르던 아저씨...사람들이 오고가는 비좁은 시장 길을 걸으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났던 그 시절의 시장. 밝은 불빛 아래서 카트를 끌며 일주일치 장을 보는 마트보다, 어머니와 함께 하루하루 그날의 먹을거리를 사러 다녔던 그 옛날 재래시장의 훈훈함이 그립다." (도시연대 김정대 객원기자)

1982년 2월 24일 주식회사 진흥종합상가로 설립돼, 근 30여 년 동안 인천광역시 부평구민의 알뜰한 살림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진흥시장(잡화 재래시장)이 그동안의 침체한 분위기를 벗고 최근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감성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평 깡시장 안에 위치한 진흥시장은 1992년경까지만 해도 정문 출입구 맞은편에 농산물도매시장이 있어 다른 어느 시장보다도 서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왔었다. 특히 일반 소매점이나 대형마트의 물건과도 뒤지지 않는 최저가의 가격경쟁력과 우수한 품질로 주변 식당과 기업으로부터 많은 물건구매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농산물도매시장이 인근으로 옮겨 가고, 그곳에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부평 깡시장이 명물에서 흉물로 버려지다시피 하면서 상인들의 열정도 그만큼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그나마 청년(대부분 60대 이상)계층에 속하는 신용준(44, 신일상회 부대표)씨가 공공예술을 하는 이현준 작가(부평미술인회 소속)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오면서 최근 '문화예술로 거듭나는 감성시장 만들기'의 타이틀로 첫 상인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명물에서 흉물로 취급받은 안타까움...'문화·예술'로 다시 태어나기

 잡화 도소매 점포가 주를 이루는 진흥시장 골목 통로는 길이 너무 좁고 물건으로 인해 불편사항이 많아 고객들이 잘 찾아오지 않게 됐다.
잡화 도소매 점포가 주를 이루는 진흥시장 골목 통로는 길이 너무 좁고 물건으로 인해 불편사항이 많아 고객들이 잘 찾아오지 않게 됐다. ⓒ 이정민
이날 모임에는 상인회를 대표해 심흥구 상인회장과 김호선·선병도 고문을 비롯해 상인 10명이 참석했으며, 이연옥 부평미술인회 회장, 이현준 작가가 참석해 향후 사업방안과 재정확보 마련 등에 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회를 맡은 신용준씨는 먼저 재정마련에 관한 발제를 하면서 "최근 정부에서 전국 3개 지역의 재래시장을 선정해 총 100억원을 지원, 경영현대화와 시설·문화 마케팅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제 우리도 이런 사업들을 제대로 알고 모든 가능성과 방안을 열어두면서 한마음 한 뜻으로 상가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운을 뗐다.

이에 심흥구 회장은 "지난 3월 31일에 부평구 전 지하상가 대표와 회장들이 참석해 관련 회의를 해보았는데 전국 1300여 개 시장에서 공모하는 거라 당선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라며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걸 다해볼 생각이다. 위기는 기회라 했듯, 상인 여러분들이 이렇게 참석해 뜻을 모아줄 의지를 보여주니 앞으로의 시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모임은 실제로 상인들이 상가발전을 위해 만나는 첫 공식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50~60대 부부 상인들이 주로 운영하는 작은 점포는 배달과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없으면 그만큼 매상을 올리는 데 많은 애로점이 존재했다. 그렇다고 배달 인원을 고용하기에는 시장 전체 매출이 급격히 하락해 그럴 형편도 되질 못했다.

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이곳에 터를 닦아온 김보섭 상인회 고문은 감개무량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면서 "진작부터 상인들이 이렇게라도 만나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고 미안한 심경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 이제부터라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화합된 마음을 모아갔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총 53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빈 창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총 53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빈 창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이정민
또한 29년째 점포를 운영해오고 있다는 김정애씨는 "30~40대 주부들이 단골이었던 시절의 황금기를 지나 어느새 20년이 지나니 그들도 나이가 들어 이제는 시장에 잘 찾아오질 않는다"라고 하며 "오늘 처음 가지는 모임이지만 이렇게라도 서로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젊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공예술의 개념부터 먼저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마치 사업하듯 작가한테 모든 걸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 화가도 되고 작가도 되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공공예술의 지향성입니다. 전체적으로 시장의 통일성도 만들어가야 하고, 바닥부터 천장 그리고 출입문까지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더디더라도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보람으로 작업과정이 진행될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 2주 동안 시장 실사를 마쳤던 이현준 작가의 말이었다.

진흥시장 문화예술 프로젝트는 앞으로 상가 내부의 환경 디자인뿐만 아니라 얼굴이나 다름없는 점포 간판을 재미있는 모양으로 새로 바꿀 예정이며, 바닥의 그라피티 디자인, 천장 시설물의 설치 미술, 점포 작품화, 빈 창고 공방 시설 작업장 마련 등 상인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조금씩 화사하게 변화시킬 계획이다. 이후 인지도가 확대되면 퍼포먼스나 미술 전시회, 공연 등의 동적 예술팀과도 연계해 나갈 예정이다.

미술·설치·평면·사진·조형 등 총 12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부평미술인회 이연옥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려서부터 즐겨 찾았던 곳이었고 좋아하는 장소였는데 오면서 시장을 돌아보니까 너무 어둡고 고객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아 가슴이 시려 오네요"라며 "아무쪼록 상인들의 마음이 모이고 우리 작가들의 마음이 보태진다면 지역경제와 지역문화예술의 상생이 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라고 말했다.

지역경제 부흥의 중요 열쇳말...'전통시장 활성화'

 진흥시장 출입구 바깥 깡시장 풍경. 이곳은 다양한 먹을거리가 고객들의 식탐과 눈을 자극해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간다. 이 안 쪽에 블랙홀처럼 떨어진 잡화 도소매 시장인 진흥시장이 이제부터라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전통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흥시장 출입구 바깥 깡시장 풍경. 이곳은 다양한 먹을거리가 고객들의 식탐과 눈을 자극해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간다. 이 안 쪽에 블랙홀처럼 떨어진 잡화 도소매 시장인 진흥시장이 이제부터라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전통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정민

한편 사단법인 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이하 혁신연구원)은 지난해 4월 '부평깡시장 외 주변시장 활성화 방안'에 관한 실사와 연구를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 전략에 대한 심층 진단을 진행했다. 주요 연구 항목으로는 ▲ 부평깡시장 외 주변시장 SWOT 분석 ▲ 주변시장 활성화 목표와 기본방향 ▲ 국내외 사례 조사 ▲ 경영현대화 방안 등이다.

책임연구원 역할을 했던 변명식 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장은 연구배경에 대해 "우리나라는 1996년 유통 물류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외 유통자본 유입에 따라 지역 전통시장의 축소와 위축으로 인해 경영여건이 어려워져 전통시장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있다"고 평가한 뒤 "지역경제부흥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전통시장의 침체를 단순히 사회·경제·변화에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상인·지역주민·전문가 등의 노력을 모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며 변 원장은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유통시장 개방으로 인한 대규모 유통점, 신 유통업 등장으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시장내 시설물 구조개선, 화장실, 주차장, 아케이드 설치 등 고객 편의시설 관련 하드웨어적 요소와 공동마케팅, 창조적 이벤트, 공공예술프로그램 밀착화, 상인교육 등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장·단기적인 시장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부평역 중심 반경 1km 상권 현황의 과업지역은 2009년도에 비해 업소 수가 증가 또는 감소한 업종은 없으나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과업 지역 내 중심 업종으로는 요식업, 소매업, 생활서비스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생활서비스와 소매업종(진흥시장 주요 품목)은 2007년 대비 약 18~19% 감소했다. 또 음식업종은 약 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부평깡시장외 주변시장 SWOT(강점·약점·기회·위험요소 분석)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강점으로 수많은 유동고객이 존재하고, 인천시 최대의 상점가로 인식되어 있다. 또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신선도가 높으며 다른지역과 연계되는 시외버스 노선 등 교통이 편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약점 요소로는 외부 관광객의 유입이 없는 상태, 지하철 7호선 개통 시 소비자의 분산 우려, 상인회의 소통 노력 부족으로 겪는 갈등, 시장별 상점가별 특색 부족, 내부적 통합 노력 부족, 핵점포 부족, 고객 서비스 노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혁신안으로는 ▲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소비자에게 적극적인 홍보 ▲ 다양한 상품으로 기획전 및 할인행사 시행 ▲ 서비스 정신 개선 ▲ 동종업종 점포끼리 공동 마케팅 실시 ▲ 핵점포 육성으로 고객 분산을 최소화 ▲ 독립점포 마케팅 홍보 강화 ▲ 구역별 또는 통합 행사 및 이벤트, 공연 실시 ▲ 거리축제, 먹을거리 축제 강화 ▲ 거리별 안내소간판 설치로 고객 이동 불편 최소화 ▲ 상가 안내 책자 통합 발행 ▲ 문화예술공연 지속 실시 ▲ 지상, 지하 상인들 간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 재정립 등이 도출됐다.


#부평진흥시장#부평깡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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