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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 현장에서 발견된 안내문.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 현장에서 발견된 안내문.
ⓒ 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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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5일 오전 9시 50분 ]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의 '불법 콜센터' 펜션을 예약하고 집기 등을 임대한 혐의로 구속된 권아무개씨가 경찰에서 "이번 사건은 엄 후보의 최측근인 최아무개씨의 지시로 운영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최씨의 체포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경찰이 검거에 나섰다.

강릉경찰서는 24일 불법 선거운동이 벌어지던 강릉의 한 펜션에서 체포한 콜센터 관리자 김아무개(37)씨와 권아무개(39)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선거운동 사무소를 설치해 일당과 식사 등 편의를 제공하고 선거 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89조 유사기관 설치 금지 등 위반)를 받고 있다. 이들 2명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25일 오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다. 불법 전화홍보를 벌인 장아무개(47)씨 등 나머지 2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권씨의 친구는 24일 오후 7시 강원도 강릉경찰서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날 가족이 면회한 내용을 전달하면서 권씨의 진술을 알려줬다. 권씨가 이날 가족들과 만나 "최씨에게 지시받았으며 돈도 최씨로부터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알렸다. 그는 "펜션을 빌린 것도 최씨"이며 "자신은 명의만 빌려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날 권씨를 만난 가족들은 "자신이 한 것은 했다고 진술하되 과도하게 남이 저지른 죄까지 뒤집어쓰려고 하지 말라고 설득할 예정이었으나 권씨가 먼저 경찰에 이 같은 진술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그는 전했다.

최씨와 권씨는 강원지역의 전직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과 비서로 각각 활동했으며 두 사람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협의회(민답협)의 동계올림픽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에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는 강릉의 한 대학 총학생회장과 한나라당 강릉시 당원협의회 정책실장 출신으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는 한나라당 강원도의원 예비경선에 출마했다가 낙마하기도 했다. 핵심적으로는 '동계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동사모)' 강릉지역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엄 후보가 민단협 회장으로 활동하던 당시부터 지근거리에서 그를 수행한 인물이기도 하다.

거액의 콜센터 운영비, 출처 밝혀질까

최씨는 엄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동사모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 1월 열린 동사모 총회에서 엄 후보에 대한 노골적 선거운동을 벌여 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불법 콜센터로 사용된 펜션에서 발견된 한나라당 경선 선거홍보 문건을 보면 엄 후보 지지 부탁 전화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연락토록 한 번호는 최씨의 휴대전화 번호였다. 또 이번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의 홍보문구를 안내하고 있는 또 다른 문건에도 23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아무개씨와 함께 최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 선거사무소를 열고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소속으로 그를 수행했던 최아무개씨가 이번 불법 선거에도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 선거사무소를 열고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소속으로 그를 수행했던 최아무개씨가 이번 불법 선거에도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오마이뉴스 제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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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최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펜션 및 사무실 집기 임대 비용 등 콜센터 운영 자금의 유입 경로를 쫓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불법 선거사무소로 활용된 펜션이 한 달 넘게 운영됐고 가용 인원이 30여 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경찰 조사 결과 구속된 김모씨는 선거운동의 대가로 전화홍보원에게 일당 5만 원과 점심식사 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곳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들을 위해 7대의 경차가 동원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펜션 임대료 1500만 원(30일 기준, 방 6개), 일당 6300만 원, 사무실 집기 임대료 700만 원 등 콜센터 운영에 최소 1억100만 원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연행됐다 귀가한 일부 선거운동원들은 "하루 5만 원씩 일당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고 인정했다.

때문에 구속된 김아무개씨와 권아무개씨가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펜션 임대료와 일부 인건비를 빼더라도 식대와 통신비, 차량유지비 등 소요 자금은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콜센터를 관리한 김아무개씨는 강릉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이 같은 거액을 스스로 조달해 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선관위도 불법 콜센터 운영은 "상당한 금액이 소요되는 조직적 선거운동"이라며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따라서 경찰은 거액의 운영 자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조성돼서 김씨에게 전달됐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사건의 총대를 메고 상층부에서 지휘했는지 밝혀내는 게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김씨가 현장에서 체포된 후 아내를 통해 즉시 변호인을 선임한 것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콜센터 운영에 있어서도 전화홍보원들에 대한 수송계획을 세우고 하루 일과 표를 작성해 출근과 퇴근, 심지어 티타임까지 관리했으며 조를 짜 승차와 하차 시점을 달리 하는 등 체계적으로 움직여왔던 점도 주요하게 지켜볼 핵심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태그:#4.27 재보선,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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