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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도4동 산65번지 세입자 우제열씨가 25일 강제철거를 당한 집에서 "철거반원들이 새벽 3시 강제로 끌어 낸 뒤 집을 부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우씨가 잠을 잤던 안방 벽은 철거반원이 해머로 부숴 큰 구멍이 생겼다.
▲ "새벽3시에 철거반원이 들이닥쳐 집을..." 서울 상도4동 산65번지 세입자 우제열씨가 25일 강제철거를 당한 집에서 "철거반원들이 새벽 3시 강제로 끌어 낸 뒤 집을 부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우씨가 잠을 잤던 안방 벽은 철거반원이 해머로 부숴 큰 구멍이 생겼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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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가 집 마당에서 부서진 살림살이를 보며 철거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우씨가 집 마당에서 부서진 살림살이를 보며 철거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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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가 철거반원들이 부순 살림살이 더미에서 가족사진을 찾아서 살펴보고 있다.
 우씨가 철거반원들이 부순 살림살이 더미에서 가족사진을 찾아서 살펴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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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가 "철거반원들이 먹을 것이 들어있는 냉장고까지 부숴버렸다"며 부숴진 냉장고에서 반찬을 보여주고 있다.
 우씨가 "철거반원들이 먹을 것이 들어있는 냉장고까지 부숴버렸다"며 부숴진 냉장고에서 반찬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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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서 전세 사는 게 죄입니까. 꼭두새벽에 사람 사는 집에 들어와 살림살이까지 다 박살내고, 이게 사람 사는 나라입니까?"

서울 동작구 상도 4동 산 65번지 세입자 우제열(64)씨는 25일 새벽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 철거용역반원 5~6명이 들이닥쳐 한창 곤하게 자고 있던 우씨를 다짜고짜 끌어낸 것.

"새벽 3시에 밖에서 '나와'하고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그냥 저를 들어냈어요. 노숙자라며 마구 끌어내기에 전세 계약서를 보여주고 사정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덩치 큰 젊은 용역반원들에게 행여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잠시 몸을 피해 있다가 잠시 후 집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망연자실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벽이란 벽에는 다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TV와 전기밥통,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들이 모두 마당에 내던져진 채 부서져 있었다. 망가진 우씨의 냉장고에는 어제까지 반찬으로 먹던 파 김치통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철거반원들에게 강제로 끌려나온 우씨는 4~5차례 112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상도4동 산65번지에 재개발구역에 대한 강제철거 작업이 25일 새벽부터 진행된 가운데, 철거반원들이 주민들이 사용하던  냉장고 등 살림살이를 꺼내고 있다.
 서울 상도4동 산65번지에 재개발구역에 대한 강제철거 작업이 25일 새벽부터 진행된 가운데, 철거반원들이 주민들이 사용하던 냉장고 등 살림살이를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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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반원들이 해머로 벽을 부수고 있다.
 철거반원들이 해머로 벽을 부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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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구멍이 생긴 한 교회에 해머를 든 철거반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벽에 구멍이 생긴 한 교회에 해머를 든 철거반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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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를 든 철거반원들이 골목길에 줄 맞춰 서 있다.
 해머를 든 철거반원들이 골목길에 줄 맞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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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살아온 보금자리... 어디 가란 말인가"

"20년 동안 살아온 집입니다. 그런데 아무 예고도, 대책도 없이 이렇게 쫓아내면 어떻게 합니까? 당장 오늘밤 어디서 자야 할지 막막합니다."

우씨는 전세 1800만 원에 얻은 이 집에서 지난 1992년부터 20년 동안 살아왔다. 공사장 막일을 해서 두 자녀를 고등학교까지 졸업시켰다는 그는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이 집은 네 식구의 단란한 보금자리"였다고 말했다.

우씨에게 철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5월, 서울시가 이 지역을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였다.

원래 상도4동 산 65번지의 소유주는 조선 태종의 큰아들 양녕대군의 후손들로 구성된 재단법인 '지덕사'다. 그런데 이 땅에는 수 십년 전부터 지덕사에 토지 사용료를 내며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비록 무허가이긴 했지만 매매와 전·월세 계약도 자유롭게 이루어져왔던 터였다.

하지만 지덕사로부터 재개발 시행사로 선정된 세아주택은 무허가 주택들에 대한 '부당이익금 반환 및 건물 퇴거·철거 소송'을 진행했다. 50년 가까이 살아온 가옥주와 세입자들에게 재개발은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가옥주와 세입자들이 주택재개발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지덕사 측은 '지역주택조합' 개발을 추진했다.

2009년 4월에는 세아주택 기아무개 대표가 재단법인 지덕사측 이사들과 원주민들로 구성된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설득하기 위해 모두 43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마구잡이식 철거는 진행되었다. 철거가 진행되면서부터 세입자들은 이사비조로 100만~200만 원씩 받고 하나, 둘 떠나버리고 어느새 우씨가 살던 65번지 3호 주변에는 우씨 가족만 남게되었다.
 
우씨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집주인도 이 동네에 살고 있는데, 당장 보증금을 돌려줄 형편이 아니라고 했어요. 보증금도 안 받고 집을 비워줄 수가 있나요? 보증금을 돌려받는다고 한들 지금 1800만 원 가지고 네 식구가 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까지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증금 500만 원이나 1000만 원에 세든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철거된 살림살이가 버려진 더미에서 주민들이 컵라면을 꺼내고 있다.
 철거된 살림살이가 버려진 더미에서 주민들이 컵라면을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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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살고 있는 집 벽을 철거반원들이 부숴서 큰 구멍이 생겼다.
 주민이 살고 있는 집 벽을 철거반원들이 부숴서 큰 구멍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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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는 집 벽을 철거반원이 부수면서 연탄 조각이 나뒹굴고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벽을 철거반원이 부수면서 연탄 조각이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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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가옥주도 쫓겨날판... "명의변경도 했는데" 

산 65번지 가옥주들의 형편도 세입자의 처지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도로 한가운데  드러누워서 이삿짐 트럭을 막고 있던 윤아무개 할머니(79)는 30년 전에 집을 사서 이곳에 자리잡고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친정 어머니가 보태준 돈으로 이 집을 샀어요. 살 때 취득세도 제대로 내고 구청에서 적법하게 명의 변경도 되었다고 했는데, 재판에 졌다고 아무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가 포함된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받은 정비구역 지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들의 조합원 자격과 입주권을 사실상 인정해왔지만, 대법원의 판결로 상도4동 산 65번지 무허가 주택 가옥주들은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도4동 11구역 가옥주 철거대책위 오경숙 부위원장은 "현재 상도 4동 산 65번지 일대에는 170여 가구의 가옥주들과 30여 가구의 세입자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태그:#철거, #상도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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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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