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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황홀한 꽃축제의 달이다. 샘솟는 생명의 기운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노랑 개나리와 유채꽃, 온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벚꽃축제에 이어 4월의 마지막을 화사하게 밝히는 꽃이라면 단연 연분홍 진달래. 어릴적엔 동네 야산에 흔히 피어났던 때깔 고운 꽃이지만, 이젠 봄이와도 예쁜 진달래꽃을 주변에서 보기 어려워 아쉬운 꽃이기도 하다.

 

멀리 여수 영취산과 강화도 고려산에 만발했다는 진달래꽃을 보러 갈까 차비를 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부천 원미산에도 진달래로 꽃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갔다. 애마 자전거와 함께 수도권 전철 1호선을 타고 소사역에서 내려 원미산이 있다는 부천 종합 운동장을 향해간다(소사역 3번 출구앞에서 부천 종합 운동장가는 버스를 타고 10여분 후 운동장에서 내리면 원미산 진달래 꽃동산 입구가 바로 앞에 보인다).  

 

가수로에서 낙하한 꽃잎들이 도로가의 바닥에 카펫마냥 즐비하게 깔려있다.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 오는지 길가에 연등을 길게 달아 놓았는데 마치 연출이라도 한듯 땅바닥에 하얗게 깔린 꽃잎들과 잘 어울린다. 원미산 주변엔 꽃동산 산책로 말고도 크고 작은 체육시설과 놀이시설, 인라인 스케이트장, 중앙도서관이 있어서 주민들의 삶이 한층 풍요로울 것 같다.

 

개나리, 벚꽃, 진달래 삼색의 꽃동산

 

원미산은 100미터가 조금 넘는 낮은 산이지만 부천 시민들이 애용하는 휴식처로 등산로와 함께 꽃동산이 있는 산책길이 이어져 있다. 꽃동산 입구에 도착 배가 고파 노점에서 파는 주전부리를 먹다가 상인 아주머니의 친절한 원미산 걷기 코스 설명도 듣는다. 매년 4월 중순이면 부천 원미산도 따로 진달래 축제를 한단다. 입구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꽃동산에 들어서니 진달래 축제 날짜는 벌써 일주일이 넘어 지났지만, 다른 세상에 온듯 핑크빛 유혹의 손짓이 사방에서 흔들거린다.  

 

원미산 꽃동산 축제는 인간의 것일 뿐이라는 듯, 연분홍 진달래와 노랑 개나리, 하얀 벚꽃까지 어울려 한창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삼색의 꽃들 사이로 천천히 거닐자니 눈이 즐겁고 오르막이 전혀 힘들지가 않다. 새들도 꽃들 속에서 기분이 좋은지 꽃나무들 사이로 들려오는 여러 새들의 지저귐이 흥겨운 노래처럼 들려온다. 꽃구경 나온 연인 한쌍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확인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강아지는 아예 목끈을 질질 끌고 다니며 킁킁 꽃 냄새를 맡고 땅을 파며 신이 났다.    

 

진달래가 우리꽃처럼 느껴지는 이유

 

능선 자락을 따라 진달래 꽃들이 번져가듯 고운 때깔로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꽃불'이란 재미있고도 적절한 표현이 떠오른다. 게다가 그 색깔이 연분홍, 진분홍 일색이니 특히나 여성들이 탄성을 지르며 좋아할만 하겠다. 카메라를 건네주며 사진 좀 찍어달라는 여성들의 표정이 나이가 적건 많건 하나같이 핑크빛으로 환하다.    

 

멀리서 보기완 다르게 진달래꽃은 가까이 다가가 사진으로 담을땐 벚꽃이나 다른꽃과 달리 표현하기가 어려운 꽃이다. 언뜻 보고 단순한 분홍색이라고 생각했는데 반투명한 빛이 얇은 꽃잎에 맺혀 하늘하늘한 질감이 느껴지는게 마치 동양의 한지를 연상하게 한다. 아,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진달래꽃을 우리의 꽃으로 생각하나보다. 진달래의 소박하고 진솔한 자태외에도 척박한 땅에서도 군락을 지어 피어나는 끈질긴 생명력, 게다가 예전엔 부침등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해 '참꽃'이라 하였다니 여러모로 우리나라 꽃이라 할만하다.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식물 진달래는 거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비교적 산림이 발달하지 않은 산지에서 잘 자란단다. 어쩐지 내 어릴적 동네의 거친 야산서도 흔히 피어나던 것이 진달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산림이 우거지면서 애석하게도 진달래는 자랄 서식지를 잃게 되었고, 이렇게 아쉬우나마 몇몇 산에서 진달래꽃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진달래꽃은 색은 고우나 향기가 없고 그 새털처럼 가볍고 소탈한 모습 때문인지 많은 시인들의 작품속에 소재로 나타나는 꽃이다. 진달래가 나오는 시들 중 뭐니 뭐니 해도 김소월(1902-1934)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되는 '진달래꽃'. 메마른 감성을 가진 나도 외우는 몇 안되는 마음속의 보석같은 좋은 서정시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진달래꽃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으며 문득 떠오르는 건 이렇게 순수하고 예쁜 진달래꽃을 보면서 왜 시인은 이별을 노래했을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함이다. 특히나 만물이 생동하는 화창한 이 봄에 말이다. 멍하니 진달래꽃 사이에 앉아 꽃잎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진달래꽃들을 쳐다보다가 등산로가 나있는 원미산 너머의 산길로 걸어가도 좋다. 이웃인 춘덕산과 멀미산이 나오는데 이제부터 복숭아꽃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지금 진달래 꽃동산은 축제가 끝나 개막식도 없고 아카펠라 공연, 전통공예 체험 등의 이벤트도 없지만, 내겐 새들이 지저귀는 한가로운 능선길을 따라 삼색 꽃들의 축제를 즐기며 걸을 수 요즘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4월 25일 월요일에 다녀 왔습니다.
이번주까지 진달래 꽃불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미산#진달래꽃#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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