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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 대왕암. 이 지역 주민들과 동구향토사연구회는 이곳이 문무대왕 수중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곳에 고래체험장이 건립되면 진실규명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울산 동구 대왕암. 이 지역 주민들과 동구향토사연구회는 이곳이 문무대왕 수중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곳에 고래체험장이 건립되면 진실규명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울산 동구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과 동구향토사연구회는 이곳 바닷가에 있는 대왕암이 문무대왕의 수중릉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현재 경북 경주 감포(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 앞바다에 사적으로 지정된 문무대왕 수중릉은 잘못 지정된 것이며, 울산 동구의 대왕암이 진짜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십년 넘게 역사 진실을 규명하는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일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동구 주민들이 문무대왕릉이라고 주장하는 울산 동구 대왕암을 포함한 바닷가는 그 풍광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어풍대' 등 바위의 지명으로 보듯 신라시대 왕들의 휴향처로 알려져 왔고, 문화재청은 지난해 이곳을 제2의 해금강이라 칭송하며 명승으로 지정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진실 규명도 이제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전임 동구청장이 이곳에 1000억 여원을 들여 고래체험장을 건설하려 하자 문화재청은 명승 지정을 유보했고, 동구청장의 낙마로 치르지는 4.27 재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도 여전히 1000억대 토목공사를 강행할 뜻을 밝힌 것.

이 때문에 그의 당선 여부에 따라 이곳에 고래체험장이 들어설 경우 문무대왕릉의 진실 규명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회장 심우섭 변호사)는 어떠한 상황에도 진실규명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으로, 진실규명 일환으로 지난 1997년부터 열어오던 문무대제를 올해부터는 대왕제로 그 명칭을 변경 오는 5월 1일 오전 11시부터 제10회 대왕제를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 광장에서 개최한다.

일부 후보 울산대왕암 고래체험장 강행 공약

울산대왕암 공원에 고래체험장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 뿐 아니라 울산의 시민단체 등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이 토목공사로 파괴된다는 것.

이 때문에 울산시민연대는 이번 재선거를 앞두고 동구청장 후보자들에게 의견서를 보내 토목공사 폐지를 공약으로 삼을 것인지 여부를 물어 후보들의 답을 받았다.

울산시민연대는 "전임 구청장이 추진하던 '대왕암 고래 순치장 계획의 경우 국가기관 및 국회의원, 동구의회와 환경·역사·시민단체, 무엇보다 지역민의 우려와 반발이 있다"며 "이전의 동구 대왕암 공원 마스터 플랜과도 상충되고 지역문화유산 파괴 및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며 후보자들의 폐지 입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선거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선두를 달리는 한 후보가 울산대왕암 고래체험장 공사 강행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그의 당선 여부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문무대왕릉 진실규명 여부도 자칫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문무대왕 수중릉 그 진실은?
박정희 정권은 일부 사학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지난 1967년 7월 24일 경북 경주 감포를 문무대왕 수중릉(사적 제158호)으로 지정했다.

문무대왕 수중릉은 삼국유사 기록이 근거다. 이 문헌은 문무왕이 자신을 화장해 서라벌 동쪽 바닷가에 수장해 나라를 지키도록 유언한 것으로 적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막연히 동쪽이라고 적어  문무왕릉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이 점이 문무대왕 수중릉이 경주 감포인가 울산대왕암인가 하는 논쟁을 불러오고 있는 것.

동구향토사연구회는 여러 증거들을 제시하며 울산 대왕암이 문무대왕릉이 맞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선 경주국립박물관에 보관된 문무왕의 비석 문헌에 적혀 있는 "경진에 수장하라"는 문구를 주목한다.

비석에는 경진을 고래 '경'자와 나루 '진'자로 썼는데, 국보인 반구대암각화에 고래그림이 있는 등 울산이 예로부터 고래도시로 여겨왔던 점을 들어 비석에 적힌 '경진' 이 울산대왕암이라는 정황으로 보고 있는 것.

특히 산업화가 되기전인 1960년대의 지도를 제시하며 과거에는 신라 수도 서라벌이 경주 감포보다 대왕암과 왕래가 용이했다는 점을 정황의 하나로 든다.

동구향토사 정일호 사무국장은 "당시 서라벌과 울산대왕암은 말을 타면 하루 거리였다"며 "반면 현재는 도로가 개설되어있지만 당시 경주 감포 바닷가는 서라벌에서 가려면 700미터가 넘는 토함산 자락이 가로막혀 3일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또한 경주의 입구인 입실에서 배를 타고 울산대왕암으로 오기가 용이했다는 점도 울산대왕암의 문무대왕릉 정황으로 제시된다. 울산 태화강 지류인 동천강은 입실에서 태화강으로 흐르는데, 신라시대에는 배를 타고 서라벌 사람들이 울산으로 쉽게 왔다는 것.

또한 경주의 남천강은 입실에서 서라벌쪽으로 흐르는데, 울산 동천강과 경주 남천강은 양 방향으로 울산대왕암과 경주의 이동을 용이하게 했다는 것.

이같은 육로나 수로는 서라벌과 울산대왕암의 교통이 감포보다는 편리해 울산에 문무왕을 수장한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동구향토사연구회의 그간 진실규명 작업 기록이다.

또한 아직도 이 지역 토착주민들이 울산대왕암을 '댕방'이라 불르는데 경상도 사투리로 댕방은 대왕바위를 줄여 부른 말이다.

정일호 사무국장은 "신라시대에 왕비의 릉을 수장했다는 기록은 없고, 당시 시대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며 "1967년 무렵 울산의 한 역사학자가 울산대왕암이 문무왕 왕비의 수중릉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역사서를 저술한 후 왕비릉으로 굳어지면서 진실이 뭍혀버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울산대왕암공원에서 개최된 문무대왕제
지난해 울산대왕암공원에서 개최된 문무대왕제 ⓒ 박석철

한편 (사)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는 2011년 제10회 대왕제를 5월 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울산대왕암 광장에서 갖는다.

동구향토사연구회와 동구지역 문화단체가 참여하는 대왕제는 문무대왕의 뜻을 기리는 전통제례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행사장에 메세나 기업 홍보부스를 설치, 문과 무에 관한 문화공연 및 문화체험 행사를 갖는다.


#울산대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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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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