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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하셨어요?"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반갑게 묻는 목소리. 마음 같아서는 "네~ 당연하죠"라고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분당 갑 지역인 이매동에 살고 있어 이번 선거에선 투표권이 없다. 투표권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렇다고 권리의 축제인 선거 분위기조차 맛보지 말라는 법은 없을 터. 부지런히 카메라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달뜬 선거 분위기에 놀란 분당을 주민들

 

일단 분당 정자동 아이파크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정자동 아이파크는 분당 을 정자 1동 10투표소에 해당하며 아이파크 1층 주민회의실에 투표소가 설치되어 있다.

 

"아줌마, 투표했어? 취재하러 가는데 안 했으면 주민회의실에 보자."

"어머, 오늘 투표하는 날이구나. 그래 거기서 보자."

 

오전 10시 20분.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투표를 하기위해 속속 주민회의실로 모여들고 있는 상황. 출근 시간대가 지나서 그런지 60대 이상 어르신 층이 젊은층에 비해 많이 눈에 띈다.

 

선거담당관에게 그 시간까지의 투표율을 물으니 21.7%란다. 예년에 통계를 정확히 몰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보인단다.

 

투표에 참여하신 60대 어르신이 한마디 하신다.

 

"전에는 분당에서 투표해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더니 이번엔 왜 이렇게 분당에 관심이 많은 거유? 분당이 갑자기 그렇게 중요해진 거야?"

 

이런 반응은 분당 을 지역 전체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이번처럼 분당지역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건 처음이라는 것이다. 

 

"분당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가 봐요. 어르신들이 투표도 많이 하시고 정치적으로 관심도 많으시잖아요."

"그럼, 우리 같은 나이든 사람들이 정치에는 더 관심이 많아. 요즘 정치 보면 고칠게 많아. 에구 공연히 늙은이가 말이 많네. 나 그만 가볼게."

 

"직장인들 몰려 식사도 못하고 힘들었어요"

 

정자 1동 제10투표소를 나와 향한 곳은 정자 중학교에 마련된 정자1동 제3투표소. 넓은 체육관 안에 마련된 투표소는 공중파는 물론 지역방송 카메라까지 동원되어 취재 열기가 자못 뜨겁다.

 

"11시 15분 현재. 1186명 투표 하셨구요. 25.6%대입니다."

 

투표소에 파견 나온 분당구청 담당자는 높은 투표율도 투표율이지만 방송사들의 뜨거운 취재경쟁에도 놀란 눈치다.

 

"직장인들이 출근 전, 그러니까 오전 9시 이전에 많이 투표를 하고 가셨어요.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식사도 못하고 힘들었습니다. 9시 넘으니까 중년 부부들이 많이 오시구요.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니 어르신들도 오시네요."

 

오전 10시 20분. 경기 성남 분당을 10선거구를 시작으로 낮 12시 15분 경기 성남 분당을 수내3동 1투표소까지 7개소의 투표소를 돌아보고 느낀 것은 이번 선거가 후보자들 뿐 아니라 성남 분당 을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커다란 관심사였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의 대표 주자격인 되는 손학규, 강제섭 후보의 피 말리는 승부처가 되다보니 유권자들에게도 이번 보궐선거가 지난 어떤 선거보다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분당 보수적인 동네라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출근 전에 투표를 마친 정자동 주상복합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정도의 시간대에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면 일반 주택과 아파트가 혼재 되어 있는 수내동의 경우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점심 전에 투표를 하러 나온 젊은 주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 밀집 지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투표율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출근 전 시간대만 제외하면 시간당 투표율이 고르게 상승되고 있다는 것은 마지막까지 꾸준히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낮 12시 20분 경. 성남 분당을 수내3동 1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대학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분당이 보수적인 동네라고 하잖아요.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된다는 한나라당 텃밭인데 그런 소리 들어보셨나요?"

"예, 들어봤어요. 어른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젊은 층은 다를걸요. 저만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한동네 사는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면 정치를 보는 시각이 어른들과는 좀 다르더라구요. 저 같은 젊은층이 많이 참여해야지요. 제 친구도 학교가기 전에 투표하고 간다고 그랬거든요. 저도 궁금해요. 그런데 이번 선거 누가 이길 것 같으세요?"

 

"그거야 저녁에 개표 결과 보면 알겠지요. 며느리도 모르는 거 잖아요.하하하."

 

해맑은 대학생의 질문을 받고 그저 해맑게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태그:#4.27 재보선 , #선거, #분당을, #손학규, #강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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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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