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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내홍이 여전하다. 특히 당 지도부 일괄사퇴와 함께, 당 쇄신책을 두고 '박근혜 역할론'부터 '공천권 해체' 등이 거론되는 등 각 계파간 시각차도 두드러지고 있다.

 

6선으로 친박계 핵심인 홍사덕 의원은 지난 4월 29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다. 그런 부분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풀자'는 주장은 지난 28일 정몽준 전 대표가 공식적 제안했다. 정 전 대표의 주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운영에 나서라는 뜻으로 읽히지만, 대선주자군에 포함되는 자신도 당 대표를 다시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으로 읽힌다.

 

홍사덕 "당권-대권 분리 재검토, 당직 배분따라 최악 사태 올 수도"

 

이같은 주장에 친박계인 홍 의원이 동조하고 나선 것은 '지금부터 박근혜 중심 체제로 당력을 집중해야 내년 총선도, 그 다음해 대선도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다음 지도부와 주요 당직만 보면 서로 뜻을 읽을 수 있다. 내년 총선 공천 때까지 갈 필요도 없다"며 "새 지도부와 주요 당직의 배분에 따라 최악의 경우가 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란 한나라당의 분당을 의미한다. 홍 의원은 "(분당을) 강요 당했을 때 망설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새로운 지도부가 지금까지대로 '핵심은 친이계가 맡고, 곁가지는 친박에 배분하는' 형태로 구성된다면 친박계의 탈당사태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고, 당 중심 권력이 친박계로 넘어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홍사덕 의원 개인의 생각일 뿐,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실 박 전 대표는 '제왕적 총재'를 강력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002년 당 부총재였던 박 전 대표는 이회창 총재에게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까지 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인 2005년,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당직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도록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이는 경선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당헌·당규 개정안을 받아들였다.

 

'유·불리를 떠나 원칙을 지킨다'는 박 전 대표의 일관된 기조를 고려하면 '당권-대권 분리를 없애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쇄신하자'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두언 "국민경선 공천하면, 다 해결"... 실현 가능성?

 

이와는 반대로 '공천 권력의 해체'가 당 쇄신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도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1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추진해온 국민경선 공천제를 내년 총선부터 적용하는 것이 계파해체의 지름길이자, 당 쇄신의 본바탕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경선 공천제는 한마디로 공천권을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의 손에서 당원과 국민들의 손으로 넘겨준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의 눈치를 안 봐도 왼다. 즉 위를 보는 정치가 아니라 밑을 보는 정치가 가능하게 된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이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계파가 해체된다"며 "친이·친박이란 무엇인가. 공천권의 뿌리가 이명박, 박근혜에 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경선을 통해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과거와 달리 '그놈의 당론'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즉 각자의 소신에 따른 정치를 할 수 있다"며 "당론에 얽매이는 것은 다음 공천을 의식한다는 얘기인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에서 그 지긋지긋한 몸싸움도 없어지고 다수결이라는 초등학교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고 역설했다.

 

2일 재보선 패배와 당의 쇄신 방향을 논의하는 국회의원 연찬회와 6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정 최고위원의 주장은 의원 각자에게 '소속 계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의원 연찬회에서 각자 소신 발언 하고 원내대표 선거에서 각자 소신 투표를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도 들린다.

 

정 최고위원의 주장은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해법으로 들리지만, 이 방안에도 '현실화의 벽'이 남아있다.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이것을 확정하면 야당들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선 '국민경선 공천제가 그리 쉽게 도입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많다.

 

국민경선을 실시할 경우, 상대 정당 지지자가 국민경선 유권자에 포함돼 상대 당에 유리하도록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차단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각 정당이 한날 한시에 각각 국민경선을 열어야 한다. 따라서 야당이 이 제도를 동시에 도입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 혼자서 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친이계 주류는 '원내대표 사수'에 골몰

 

홍사덕 의원은 '박근혜 체제로의 전환과 당권 집중을 통한 쇄신'을, 정두언 최고위원은 '공천권력 해체를 통한 쇄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친이계 주류는 이런 주장에 응할 생각이 없는 분위기다.

 

이재오계와 이상득계 등 친이계 주류는 '친이계 원내대표'를 반드시 관철해 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 지도부 사퇴와 동시에 '임시 지도부'인 비대위가 꾸려진 상황에서 새 원내대표의 역할은 평상시보다 더 커질 수 있고, 6~7월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계 의원들은 지난 28일 회동을 하고, '이재오계인 안경률 의원이든, 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이든 친이계 주류에서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과반수 득표가 필요한 원내대표 경선이 1차 투표를 거쳐 결선투표까지 진행된다고 가정하고, '안경률이든 이병석이든 1차 투표에서 표를 많이 받은 이를 결선투표에서 민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 뜻을 이상득계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홍사덕,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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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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