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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마다 찾아오는 노동절이지만 올해는 전혀 딴 판이다. 지난해 양대 노총은 아주 조용하게 노동절을 보냈다. 한국노총은 매년 그래왔듯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고, 민주노총도 여의도 시민공원 문화마당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한 집회를 끝내고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것이 다르다. 5월 1일 오후 121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서울광장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은 오랜만에 노동절 집회를 대규모로 치렀고, 민주노총은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도심 집회를 강행했다. 한국노총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추산 8만)의 조합원이 참가했고 민주노총 대회 참가자들은 대회 이후 경찰과 충돌을 불사하고 도심 행진까지 벌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불만이 얼마큼 고조돼 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5월 1일 양대 노총집회에 나올 사람들은 주로 대기업과 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 권력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어 "절대 다수의 온건 조합원을 위해서라도 노동 권력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며 노동절 대회의 의미를 깎아 내렸다. 이에 앞서서도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양 노총 위원장이 공동시국선언을 발표하자 "철지난 이벤트"라고 치부하면서 "정치투쟁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양 노총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발언은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등 노조법에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그 결과 121주년 노동절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참여했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한국노총] 13만 조합원 집결... "노조법 개정하라" 최후 통첩

 

 

한국노총이 노동절 집회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그 후 한국노총은 매해 간단한 기념식을 하고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왔다. 지난해 타임오프 시행을 놓고 대규모 집회를 열기는 했지만, 한국노총 스스로도 이번 노동절 집회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한다.

 

오후 1시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여의도 시민공원 문화마당을 가득 채웠다. 무대가 세워진 남쪽 계단부터 광장 끝 쪽인 국기계양대가 있는 곳까지 빈틈이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타고온 관광버스로 공원 주변 2~3개 차선이 모두 막혔다.

 

이들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 '노동 기본권 사수'라고 적힌 붉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각 소속 노동조합의 깃발 수십 개가 함께 펄럭이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토해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을 향한 '최후통첩'"이라는 말로 그 의지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은 노조법 개악을 통해 조직화된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켜 1천 6백만 개별노동자 모두의 근로조건을 정권과 자본의 입맛에 맞게 비정규직으로 후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라는 거대한 둑이 무너지고 나면 굴욕적인 근로조건과 굴종적인 삶의 강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칠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온 노조법의 전면적 개정이 시급합니다.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의 타임오프 와는 정반대로, 전임자를 줄이고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든 이 악법은 당장 폐기돼야 하며, 위헌 소지가 다분한 강제적 교섭창구 단일화 등 복수노조 관련법도 재개정 되어야 합니다.

 

한국노총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시 민주노총과 함께 정부와 모든 대화를 중단하고 강력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한국노총과 뜻을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세력들과도 노조법 재개정, 최저임금 인상, 고용보험 개선 등 노동자서민 중심의 정책을 쟁취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은 현 정부를 향한 한국노총의 최후통첩입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자·서민의 4·27심판을 계기로 독선적 정국운영을 철회하고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나라당도 더 이상 청와대 눈치나 보지 말고 한국노총의 요구를 당론으로 받아들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학규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켜지는 사회 만들자"

 

이날 대회에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김진표, 홍영표, 박영선, 최영희, 서정표, 전혜숙 의원 등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방문해 한국노총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손 대표는 "지난 4·27 재보걸선거에 한국노총에서 민주당을 특히 분당에서 저의 당선을 위해 앞장서 주신 조합원과 간부여러분께 감사인사 드린다"며 무대에 올랐다.

 

이어 손 대표는 "오늘은 세계 일하는 사람들의 축제다. 선진국이 되고 사회가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은 결국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정책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노동자가 경제도구가 아닌 노동이 존중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노동기본권이 보장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고,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역할을 해서 노동자 발전과 사회발전이 함께 이루어지는 사회를 함께 만들자"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노동운동 탄압', '실업 대란', '노동 악법' 등이 적힌 구조물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국회 앞까지 가두 행진을 벌이고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민주노총] "진보정당 통합,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나서자"

 

 

오후 3시 서울광장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깃발을 앞세우고 들어오던 참가자들은 자리를 찾지 못해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민주노총 노동절 대회에는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구호가 가장 맨 앞에 위치했다. 2만 여 참가자가 서울광장을 채우자 시작된 대회는 김영훈 위원장의 대회사로 절정을 이뤘다.

 

김 위원장은 작심한 듯 이명박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운 극단적인 친재벌, 반노동 이명박정권 하에서 반칙과 특권은 일상화되었고 진실과 정의는 실종됐다"며 "지난 3년간 부자감세와 4대강삽질로 국가부채는 1600조원에 달하고, 미친 물가, 미친 전세금, 미친 등록금으로 가계도 파탄 나 가계부채도 이미 900조원을 돌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최근 박재완 장관의 양 노총에 대한 '노동권력' 발언을 강하게 규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완 노동부장관은 양대노총의 주장은 10%의 노동권력을 가진 자들이 90%의 미조직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투쟁이고, 양대노총의 공조는 철지난 이벤트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 1000일이 넘게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귀족이 있습니까? 지구상 어느 나라에 먹튀자본의 정리해고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노동귀족이 있습니까? 지구상 어느 나라에 대법원판결 지키라고 분신하는 노동귀족이 있습니까?

 

지구상 어느 나라에 세간까지 압류당하는 노동귀족이 있으며, 어떤 나라 노동귀족이 1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며, 어느 나라 노동귀족과 그의 가족들이 노사합의 지키라고 줄줄이 목숨을 끊는, 그런 나라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정권은 답해야 합니다. 90%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해서 정권은 무엇을 했는지? 아니 90% 미조직노동자들을 양산시킨 그 책임에 대해서 분명히 답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장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라며 "조건 없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로 반노동 정권 심판하고 진보적인 정권교체와 노동존중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 건설 당시 주창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를 위해 우리 민주노총은 위대한 노동계급의 단결된 힘으로 진보정치대통합의 기관차가 될 것을 결의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인으로 거듭나자고 하는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선언합니다."

 

이정희·조승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하겠다"

 

 

김 위원장에 이어 연대사에 나선 각 정당 대표들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4·27 재보선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한나라당을 무너뜨리는데, 야권연대를 만들어 내는 데 힘써 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며 "2012년을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건설로 통합과 화합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노동자들이 제2의 정치세력화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게 통합의 가장 큰 힘이고 압력"이라며 "반드시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고,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를 바꿨다면 우리는 최저임금법과 노동조합법, 비정규직 법을 바꿀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가 고통받지만 이는 이명박 정권이 물러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진보적 정권교체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어 "이를 위해 진보진영이 머리를 맞대고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며 "낡은 정파를 극복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에 노동자들이 중심이 될 때 권력교체기에 진보권력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발언을 했다. 한국노총대회에서 했던 발언과 거의 같은 발언을 했지만 일부 집회 참가자가 "신자의주의자 손학규는 내려가라"고 외치는 일도 발생했다.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대회 참가자들은 이후 가두 행진을 벌이고 명동까지 이동했다. 서울 광장을 빠져 나가는 대열을 경찰들이 잠시 저지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태그:#노동절, #민주노총, #한국노총, #메이데이, #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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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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