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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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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8월 27일 퇴근 무렵, 신대식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은 산업은행의 한 고위임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에서 '외부영입인사 3명을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하면 우리가 3명을 내려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당신도 사표를 내야 할 것 같다."

신 실장은 지난 2006년 5월 32년 근무했던 산업은행을 떠나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국 그는 '나가야 하는' 외부영입인사 중 한 명이었던 셈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안에서는 신 실장과 또 다른 외부영입인사인 상근고문 2명의 퇴사문제가 거론됐다.

회사 쪽은 신 실장에게 "10월 1일부로 사직하라"고 압박했고, 바로 '10월 1일부'로 여권 인사 3명이 상근고문으로 들어왔다. 이날 입사한 '여권 인사 3명'은 정하걸 전 재경포항향우회 사무총장, 오동섭 전 이재오 특임장관 특보, 함영태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여권 인사들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회사 임원(전무)이었던 신 실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사직을 거부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취업규칙 위반과 감사인 의무 위반을 이유로 10월 21일 그를 징계해고했다. "감사업무 수행으로 취득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고, 회사경영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했으며, 근거 없이 경영진을 비방했다"는 게 이유였다.

"나를 참여정부 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다"

신 전 실장은 지난 4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 외압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산업은행 고위임원과 회사 인사담당 간부에게 관련내용을 들었다"고 거듭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신 전 실장은 지난해 8월 23일 열린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상임고문 세 명이 들어오기 한 달 전쯤 외부영입인사들을 내보내라는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 외압'의 주역으로는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근무하던 한 행정관이 거론됐다.

신 전 실장은 "그런 외압이 있기 전인 2008년 5월 청와대 쪽에서 외부영입인사의 근무현황과 보수현황 등을 조사했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정치권 인사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런 조사를 한다고 추측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가야 할 외부영입인사' 세 명은 모두 노무현 정부 때 대우조선해양에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결국 정권이 바뀐 뒤 여권 인사들에게 '연봉 1억8000만 원짜리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들에게 '전 정권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여 내쫓은 셈이다.

이와 관련, 신 전 실장은 "내가 2006년 5월에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갔으니까 나를 참여정부 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당시 들었던 얘기가 있긴 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신 전 실장은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사직 강요에 아무런 얘기를 못 했다"며 "산업은행이 임명한 사장도 컨트롤(통제) 못했던 것은 남상태 사장 뒤에 상당한 힘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상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중학교 동창 사이다. 남 사장이 나온 경동고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해 있고, 새로 들어온 상임고문들도 정권실세의 측근이거나 포항향우회 사무총장출신이지 않나. 남 사장이 그런 힘을 믿고 말을 안 들으면 대주주도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신 전 실장은 "연봉이 1억8000만 원에 이르는 상근고문에게 특별히 정해진 업무는 없다"며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입사시키기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감사실장을 내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신 전 실장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신 전 실장은 지난달 29일 '징계해고 사유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을 받아냈다. 대우조선해양 쪽이 그를 징계한 절차에도 문제가 있고, 징계사유도 부적절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신 전 실장의 징계해고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뒤집은 판결이었다.

신 전 실장은 "정권이 바뀌어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임기를 존중해주되 임기 중에 내보낼 때에도 당사자와 잘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낙하산 인사 방지법 같은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신 전 실장은 최근 소설가 조정래씨의 <허수아비춤>을 의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직접 겪기도 했지만 특별히 그 책을 읽고 우리 사회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청와대 외압이 명백한데도 회사가 나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검찰이 2일 신 전 실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일부 언론들과 전화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 외압에 의해 해고됐다'는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외압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쪽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만약 청와대 외압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권 최고실세라는 이재오 장관 앞에서 내가 그런 증언을 할 수 있었겠느냐?"


태그:#신대식,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청와대 외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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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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