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4.27 재보선 패배 이후 2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 김무성 원내대표와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4·27 재보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의 쇄신 방향에 대한 논의는 백가쟁명을 방불케
했지만 계파별, 세력별 시각차는 여전했다.

2일 한나라당의 새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의원 연찬회는 당내 친박근혜(친박)계와 소장 개혁파 등 비주류의 '친이 주류 2선 퇴진' 요구에 친이 주류의 '공동 책임론'이 맞서면서 향후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치열한 당내 헤게모니 다툼을 예고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먼저 내년 총선에서 생환을 장담할 수 없게된 의원들의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새 지도부와 원내대표를 반드시 청와대에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4·27 재보선 참패의 책임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한 데 있다는 자성이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집권 하반기 각자도생을 도모해야 하는 의원들의 '독립선언'인 셈이다.

여전한 시각차, 당내 헤게모니 다툼 예고한 연찬회

소장 개혁파와 수도권 초재선 그룹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의원의 2선 퇴진 및 강력한 인적 쇄신이 제시됐다.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 거수기로 만든 주류가 2선 퇴진하고 회전문 인사도 배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민본21 소속의 김성식 의원도 "2선 후퇴는 아니더라도 이재오 특임장관이 교과부 장관으로 옮기면서 공간을 열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 뽑힐 원내대표가 당청 관계를 바로 잡을 구심이 돼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초선의 강석호 의원은 "(새로 뽑힐)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하고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고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곳이 청와대다, 당정청 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당이 중심이 돼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임동규 의원도 "민심은 변하는데 당이 청와대만 쳐다보고 대통령의 정책에 '노'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며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는 청와대에 (소신을) 이야기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친이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은재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못했다는 반성은 필요하지만 왜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난하느냐"며 "계파간 이전투구와 같이 남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당이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에 따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에도 그렇게 호도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근혜 역할론부터 공동대표론까지... 당 지도부 구성 놓고도 대립

큰사진보기
▲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 김성식 의원 등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의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 방식을 놓고도 주류와 비주류의 시각차는 컸다. 주로 친이계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 반면 친박계는 고개를 저었다. 소장파들은 '젊은 대표론'을 내세우며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들고 나왔다.

친이계 초선 정미경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나와서 손에 피 묻히고 얼굴에 흙 묻혀서 감동을 보여줘야 한다, 주연 배우가 나와야 한나라당이 살 수 있다"고 했고 친이재오계의 이군현 의원은 "최대 주주들이 공동 주주로, 공동 대표 체제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사실상 박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의 공동대표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김성식 의원은 '박근혜 구원투수론'에 대해 "유력 대선 주자를 끌어들여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다"고 반대했고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나서면 당청관계에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새로 열리게 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젊은 대표'군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가치교체, 가치재정립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 구성 놓고 주류와 비주류의 동상이몽

이날 연찬회에서 '공동 책임론'으로 비주류의 인적쇄신론을 피해가려는 친이 주류와 이번 만큼은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의 퇴진을 관철하겠다는 비주류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관심의 초점은 새 지도부 구성 문제였다. 원내대표 선출을 비롯해 조만간 구성될 당 비상대책위 구성 문제야말로 당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연찬회 이후 당내 계파별 힘겨루기는 당장 4일 앞으로 다가온 새 원내대표 선출이 1차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이 곧바로 이어질 비상대책위 구성과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는 안경률(부산), 이병석(포항), 이주영(마산), 황우여(인천)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만약 이재오 장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안경률 의원과 이상득 의원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병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이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반발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현재 비주류 측에서는 황우여 의원(수도권)과 이주영 의원(부산경남)을 마음에 두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이야 말로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친이계와 친박계 및 소장파 그룹의 이해관계가 본격적으로 맞붙게 된다는 점에서 원내대표 자리에 누가 오르느냐는 연찬회 이후 당 내홍이 수습 국면으로 가느냐 확전 국면으로 가느냐의 일차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