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학원들이 교육청이 정해놓은 규정보다 학원비를 4배 가까이 높게 받고 있어 사교육비 부담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원비 규정 위반을 지도하고 단속해야 할 교육청은 이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학원 측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인구 113만여 명인 울산광역시에는 3천여 곳의 학원이 있다. 이들 학원들은 국영수 입시 단과반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현재 울산시교육청 규정에는 학원비를 월 20시간 수업 기준으로 한 과목당 4만8천 원씩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남구 A학원 22만 원, 동구 B학원 20만 원, 동구 C학원 18만 원 등 대다수 학원들이 중·고교의 경우 주 3시간, 한 달 12시간 기준으로 평균 20만 원을 받고 있었다. 학원 수업 형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90분씩 하는 방식인데, 평일 날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울산 지역의 사교육 참가율과 사교육비는 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전국 1012개 초·중·고 학부모 4만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월 15일 발표한 '2010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울산 지역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3만1천 원으로 2009년에 비해 3천 원(1.3%)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전국 상위 수준이었다. 또 사교육 참여율은 2009년 75.4%보다 1.9% 하락했지만 73.5%로 여전히 높았다.
이같은 통계는 지난해 울산 동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수천 명이 해고되고 임금이 삭감되는 등 서민층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자녀의 학원 수강은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교육청은 이같이 학원비 폭리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울산교육청 학원 담당부서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학원비를 규정모다 4배나 많이 받고 있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학원들이 워낙 사정이 어려워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현행 울산의 학원비는 지난 2004년에 산정된 것으로,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지도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학원비가 과다하다고 신고하는 부모도 없으며, 요즘 '학파라치'가 학원비를 감시하고 있어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은 현재 부담하고 있는 학원비가 울산교육청 규정보다 4배나 많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한 과목당 월 2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 아니었냐"고 되묻고 "교육청 규정에 월 4만8천 원으로 되어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학원들은 대부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학교 내 방과후 수업 등으로 학원생들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수년간 학원이 난립해 제 살 뜯어먹기식 경쟁이 되면서 학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 한 학원장은 "잘나가는 대형학원 외 대다수 학원들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원 운영 외 아르바이트로 다른 일을 하는 학원장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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