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지형이 변하고 있다. 민주당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 이번 4·27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 정권과 야당의 국정 실패를 심판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친기기득권층 정책, 물가고, 양극화 심화 등 기조 자체의 일관된 철학부재와 더불어 단기 토건사업에 집착하여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둔갑시켜 장밋빛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4·27 재보궐 선거결과에서 보았듯이 그로 인한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한국사회 전반의 경기침체와 사회보장시스템의 붕괴 등 경제사회의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4대강 사업과 구제역, 방사능 오염 등 생태위기의 확산으로 '범 불안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복지국가'를 매개로 진보정치의 통합이 일고 있고, 담론 선점 경쟁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의 복지를 새롭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현재 심각한 생태위기에 놓여 있다. 만약 '인간만의 복지'라는 초점에 맞추어 생태위기를 계속 외면한다면 결국은 생태파국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지난 2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환경연합 정책위원회 주최의 <생태복지 길을 묻다> 주제로 첫 번째 정책토론회가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는 '생태복지'를 중심으로 기존의 복지국가 담론을 검토하고 보편적 복지를 '생태적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하는지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먼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사회는 서구민주주의 비교해서 사회·정치적 자유가 뒤떨어졌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자본주의 시장만능 실패 및 민생의 불안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민주위기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장의 실패와 불안전성'을 바로 잡고 경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인일표 작동원리로 신자유주의가 아닌 조정시장경제의 복지국가 경제정책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불공정성을 극복하려는 조정시장경제와 보편적·적극적 복치체제의 통합적 구조물이라고 정의했으며, 경제와 복지(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유기적 통합체'임을 강조했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복지국가 정책 중 어떤 것이 생태적으로 유리한 사회인가아울러 그는 "경제·사회 영역에서 규제 없는 확장논리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조정시장경제의 복지국가 정책 중 어떤 것이 친환경·친생태적으로 유리한 사회로 가는 길인지 봐야 된다"며"자본과 시장이 모든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구도는 환경과 생태가 자리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2.1 연구소 우석훈 박사는 '국가, 복지 그리고 제 3의 주체'의 제목으로 발표했다.
우석훈 박사는 "한국은 1998년 IMF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토건화라는 또 다른 흐름이 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을 제외하면 이전 정부가 하던 것을 이어받은 것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그는 그린벨트 침탈과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 생태적 안전판이 무너진 한국사회의 토건 개발 패러다임을 비판했다.
우 박사는 "현재 한국에서 애기하는 '복지'는 '국가 복지'를 전제로 한, 정당 차원에서의 논의"라고 지적하며, 그는 "일종의 국가주의 즉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의 복지가 과연 타당한지 혹은 유일한 수단인지, 복지의 주체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복지 체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분산형 사회'로 나아가야 이어 그는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는 생협이나, 지역 공동체, 시민 사회 등이 복지의 주체로 강화되어 '분산형 사회'로 만들어 나가지 않는 한 성공적으로 복지 체계가 정착하기 쉽지 않고, 다시 토건 시대로 돌아갈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 박사는 '생태주의 시각은 오래 전부터 복지주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로공사와 건축 등 토건으로 가는 비용과 무기로 가는 비용을 내부 복지로 돌리자는 것은 생태주의자들이 가진 오래된 복지에 대한 견해"라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진영, 생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어야또한 우석훈 교수는 환경운동진영에 대해서도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기를 요구했다. 그는 "전문가에게 논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것이 아니라, 단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하며 "생태라는 의제를 굉장히 좁게 해석하는 것이 아닌 삶 자체를 리모델링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복지 보다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환경연합이 문화·정서적으로 생태를 접근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에너기기후경제연구소 이정필 연구원은 현정부의 '녹색성장'의 대안으로 진보적 한국형 '녹색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그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그는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도 녹색복지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을 찾아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서의 녹색복지에 대한 이론적 흐름을 ▲생태주의 이념형 중심의 녹색복지 접근 ▲생태주의 진영의 국가론적 접근(녹색국가론, 녹색복지 국가론) ▲복지국가론의 녹색 포섭적 접근으로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또한 그는 '녹색복지'를 구성하는 제도 개선 내용으로는 ▲ 녹생성장기본법을 '녹색복지기본법'으로 ▲ 탄소세 및 녹색복지 재정 확대법 ▲녹색일자리 및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 ▲ 에너지복지법 및 효율형·전환형 에너지 복지 확대 등으로 제안했다.
한국은 '복지'와 '녹색' 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어이 연구원은 "한국은 '복지국가'의 완성과 '녹색국가'의 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은 서구의 선진 국가들이 단계적으로 발전시킨 국가모델을 동시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이라고 제시하는 것처럼 환경운동진영에서도 어떻게 복지를 '녹색화' 할 것인지, '녹색 복지'라는 슬로건을 어떻게 대중에게 접근할 것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복지담론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생태위기에 대한 고민 없이 '인간만의 복지'를 추구하다 보면 또 다시 반생태적인 '토건국가의 극단화'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토론회는 토건국가 시스템 및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의 한국적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고 환경운동의 관점에서 '생태'와 '복지'를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