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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정환재단이 발표한  '2011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OECD 23개 국가에서 가장 불행하다. 방정환재단은 해마다 이를 조사하여 발표해 왔다.
▲ 우리나라 아이들은 불행하다 한국방정환재단이 발표한 '2011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OECD 23개 국가에서 가장 불행하다. 방정환재단은 해마다 이를 조사하여 발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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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OECD 23개국 중 가장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를 조사해온 한국방정환재단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꼴찌였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상위권인 스페인 113.60점, 그리스 112.50점, 네델란드 110.30점, 오스트리아 108.20점, 스위스 106.95점, 이탈리아 106.10점, 아일랜드 105.95점, 핀란드 104.73점, 미국 102.58점, 노르웨이 101.41점, 독일 100.68점, 덴마크 100.04점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비교 대상 23국 중 꼴찌 바로 위인 22위 헝가리의 86.70점에 견줘서도 21점 이상 차이가 나는 '두드러진 꼴찌'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꼴찌는 지난 2009년(64.3점)과 2010년(65.1점)에 이어 3년 연속 계속되어온 수모였다.

한국방정환재단 보고서의 요지
방정환재단은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하여 국제적으로 비교한 결과 아래의 세 가지가 '발견'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언론들은 대체로 [발견1]에 주목하여 기사를 썼다. 그러나 필자는 현상인 [발견1] 못지 않게 본질인 [발견3]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방정환재단 보고서의 본문 중 해당 부분을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발견 1]
'2011 한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는 66점으로 OECD 국가(평균 100점)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로써 OECD 국가들과 비교한 주관적 행복지수는 2009년 64.3점, 2010년 65.1점에 이어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발견 2]
같은 아시아권이면서 공부에 대한 압박이 한국처럼 심하다고 알려진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한국 청소년의 행복도는 크게 낮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고등학생 비율은 2006년 한국이 13.7%로, 일본(32.3%)과 중국(39.1%)보다 3배 가량 낮았는데 2011년에도 한국은 여전히 11.7% 수준에 불과했다.

[발견 3]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54.4%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건강', '자유', '친구', '성적', '돈'순이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가족'이라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돈'이라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 고등학교 2학년에서 '가족'이라고 답한 학생의 비율과 '돈'이라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각각 24.8%과 25.2%로 거의 비슷해졌다. 결국, 고등학교 3학년 응답에서는 '가족'과 '돈'의 비율이 바뀌게 되어 돈이라고 답한 비율이 26%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20.5%에 그쳤다.



초4 "가족이 가장 중요", 고3 '돈이 가족보다 중요"

한국방정환재단의 조사 결과를 두고 언론들은 대부분 주관적 행복지수가 세계 꼴찌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자료가 보여주는 내면적 충격은, 우리나라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가족보다도 돈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들은 54.4%가 '가족'이라고 대답했다. 압도적이었다. 그 뒤로 건강 16.0%, 자유 10.2%, 친구 6.1%, 성적 5.9%, 돈 3.1%의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이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변했다. 중1이 되면 초등학교 4학년에 비해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54.4%에서 40.4%로 떨어진 반면, 돈은 3.1%에서 13.8%로 4배 이상 늘어난다(친구 18.1%, 건강 8.3%, 자유 8.0%, 성적 3.9%). 다시 고1이 되면 가족은 29.1%로 급감하여 초등학교 4학년에 비해 거의 절반이나 줄어들지만 돈은 20.9%로 치솟아 거의 7배나 증가한다. 이제는 20.9%인 돈이 29.1%인 가족을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친구 19.3%, 자유 9.4%, 건강 6.6%, 성적 4.7%).

드디어 청소년의 마지막 시기인 고3이 되면 '돈'이 '가족'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아이들을 사로잡아버린다.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은 20.5%에 머물러 26.0%까지 올라온 돈 앞에 굴복한다. 이제 가족은 돈보다 5.5% 낮은 지지를 얻고 있다. 가족은 위로 5.5% 격차인 돈과 아래로 5.6% 차이인 친구(14.4%) 사이에 간신히 머무르고 있다. 조사 결과는 없지만, 이런 추세라면 대학생 이상으로 설문 대상을 넓히는 경우 가족은 (친구는 물론) 자유(12.9%)에게도 밀릴 개연성이 높다(친구 14.4%, 자유 12.9%, 성적 8.4%, 건강 6.8%).

해마다 시민단체들이 합동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어온 대구교대 정문 앞에 '어린이날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도시락 주문 업체가 내건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현수막을 상업적이라고 힐난할지 모르나, 그래도 거리에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 도시락 배달 현수막 해마다 시민단체들이 합동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어온 대구교대 정문 앞에 '어린이날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도시락 주문 업체가 내건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현수막을 상업적이라고 힐난할지 모르나, 그래도 거리에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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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돈 숭배' 가치관은 한국투명성기구 대구본부가 2008년 8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89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학생들의 37.6%만이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뇌물을 쓸 것이다'에 대해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 + 별로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매우 그렇다 + 가끔 그렇다)"는 의견은 35.2%였다. 하지만 '그저 그렇다'는 소극적 반부패 인식까지 합하면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62.4%에 달해 학생들의 뇌물 공여 가능성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한국투명성기구 대구본부 정환규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아직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상황 앞에 노출되지 않은 중, 고교생이 벌써부터 이 정도 높게 뇌물 공여 의지가 나타냈다면 이는 심각한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2002년도에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같은 설문 조사를 한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뇌물을 써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꺼이'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항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보면 '매우 그렇다'에 8.6%, '가끔 그렇다'에 21.9%, '그저 그렇다'에 21.9% 동의했다. 누계 52.4%였다. 고교생 2명 중 1명 이상이 현실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뇌물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10억 생기면 10년 투옥되겠다"

한국투명성기구 대구본부의 2008년 조사 결과 청소년의 18.4%는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나는 부패를 저지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극적인 생각("그저 그렇다")을 가진 13.7%의 학생까지 합하면 비율은 32.1%까지 치솟았다. 2002년도 전국 조사에서도 10억이 생긴다면 부패를 저지른 뒤 감옥에서 10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매우 그렇다' 5.7%, '가끔 그렇다' 9.7%, '그저 그렇다' 12.1%, 합계 27.5%나 되었다.

대구시교육청 건물은 어린이날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단 한 장 붙어 있는 커다란 현수막에는 "2011 재난 대응 안전 한국 훈련"이라는 굵은 글자로 가득 메워져 있다. 5월 2일부터 5월 4일까지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주구호 옆에는 '내가 키운 안전의식 재난제로 대구교육'이다.
▲ 어린이날의 대구시교육청 대구시교육청 건물은 어린이날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단 한 장 붙어 있는 커다란 현수막에는 "2011 재난 대응 안전 한국 훈련"이라는 굵은 글자로 가득 메워져 있다. 5월 2일부터 5월 4일까지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주구호 옆에는 '내가 키운 안전의식 재난제로 대구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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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의 한 자율형 사립고교는 학부모와 중학생들에게 '의과대학 진학'을 교육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대구매일신문은 2010년 11월 2일자에 'OO고는 전통적으로 강세인 의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수학·과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가르칠 예정이다. 의약이공 과정을 편성, 운영하며 선택형 수준별 수업과 교과 교실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라는 기사를 싣고 있다. 이런 내용이 기사화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언론이 스스로의 저급성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계 고등학교가 의약계통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한다면서 학부모들을 현혹할 만큼 우리 사회 자체가 물신숭배 사상에 매몰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어린 자녀가 벌써부터 "가족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 효와 우애 사상이 표면적으로 사라지는 조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는 가족이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엄중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부모들은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의 '부모의 책임' 상징조작에 휘둘려 계속 가족이기주의적 '학력 지상'에만 매달려 있을 것인가.

"직업에 귀천 없다"가 구호로만 난무하지 않고 직업간 소득 불균형 해소를 통해 성취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교육, 의료, 주택 등 인간의 기본적 삶을 지탱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는 한 우리 사회의 미래는 끝없이 어둡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5월 5일, 대구시교육청 건물에는 어린이날과 관련되는 표시는 아무것도 없었다. 건물은 웅장했지만 그것이 교육청 건물이라는 표시는 찾아볼 길 없었고, 그저 중앙정부의 지시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관료들의 웅거지라는 현수막만 거창하게 매달려 있었다.

"2011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내가 키운 안전의식, 재난 제로 대구교육!"


태그:#어린이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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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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