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찾을 수 없다."6일 오전 기자의 전화를 받은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은 "제주도는 공무원들밖에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공무원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기대 밖이라는 지적이다. 그래도 '믿을 건 공무원조직밖에 없다'는 우근민 지사의 신념에 따라 공무원 동원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공무원 동원 시도는 <오마이뉴스>가 5일 보도한 서귀포시의 '공무원 자비 전화투표'다.
서귀포시는 지난 4월 말 '1인당 1일 10통화'를 목표로 '공무원 자비 전화투표 참여' 계획을 세웠다. 정규직 공무원(1003명)을 대상으로 1인당 한 달 1∼5만 원 범위 안에서 자비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참여하자는 것.
이를 위해 서귀포시는 지난주 투표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서귀포지부에서 '공무원들의 요금 고지서를 수합해 투표 참여 여부를 확인한다'는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실행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들조차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강문상 지부장은 "서귀포시에서 공무원 자비 전화투표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실행하기 전에 노조에서 중단시켰다"며 "설문조사를 시작한 날 노조에서 '맞불 설문조사'를 벌이자 시에서 먼저 설문조사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서귀포시가 이렇게 무리하게 움직인 데는 우근민 지사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우 지사는 지난 2일 직원조회에서 "우리가 한 달에 2만 원 정도 더 쓰면 후대에 자손들로부터 '가장 위대한 조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사실상 '공무원 자비 전화투표'를 독려했다.
강 지부장은 "우 지사가 그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행정시장인 서귀포시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비 전화투표 참여'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부작용이 많아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지부장은 "제주도에서 삼성·KT 등과 협약서를 체결했고, 한 기업체는 13만 명의 직원들과 함께 '투표'에 올인하겠다고 했다"며 "그런 추세대로라면 게임이 끝났어야 하는데 투표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왜 투표율이 오르지 않느냐 하면 그렇게 협약서를 맺은 기업들이 다 말뿐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더욱더 공무원들밖에 믿을 것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공무원들을 동원하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강 지부장은 "하지만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들조차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투표 참여가 제주도의 인지도를 조금 높여주긴 하겠지만 그것이 관광객 유입책이 될 수도 없고 경제적 효과도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강 지부장은 "SBS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난 3∼4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적극 협조해주었다"며 "그런데 SBS가 이 행사를 적극 지원하게 되면서 방영이 안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