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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고 노무현 대통령.
어머니와 고 노무현 대통령. ⓒ 강지우

어머니 화장대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어딘지 닮았다.

 

집에 오시는 분마다 한마디씩 하는 말 "꼭 노무현 대통령 닮았네."

 

흠치도 없이 어머니는 "응, 내 동상(동생)이여"하며 웃으신다.

 

모두들 다시 또 한 마디씩 덧붙이는 말은 "영락없이 노무현 대통령이네"하며 닮은꼴에 한 점 의심없이 넘어가곤 했다.

 

꼭 3년 전에 어머니는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봉하 마을을 찾으셨다. 전국 곳곳에서 오셨던 분들이 많았고 정해진 시각에 인사를 나오는 노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것도 지루한 줄 몰랐다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밀짚모자를 벗으며 깍듯이 인사를 하자 한결같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가까이서 대통령 얼굴을 볼 수 있음에 흥분되고 더욱 신이 나셨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자 오늘은 특별히 어버이날이기에 80세가 넘으신 어르신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하셔서 어머니가 나섰던 모양이다. 젊어 보이는 어머니를 옆 비서관이 막았으나 주위 어르신들께서 팔순 잔치를 해서 80이 넘으셨다고 증인을 선 바람에 간신히 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소중한 사진 한 장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셨고 자랑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추억과 기쁨은 잠시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는 오빠와 함께 TV를 보다가 오빠가 무릎을 치며 "오매!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네!" 하며 소리친 바람에 어머니는 놀라 혼절하셨다. 정신을 곧 차렸지만 기운을 차리지 못해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심장이 안 좋으셨던 어머니여서 충격을 이기지 못하신 듯하다.

 

어머니에게는 한 나라에 그냥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친남매 이상의 어떤 묘한 인연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한 듯하다. 어머니께서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 아파 하시고 못 견뎌 하셔서 사진을 치웠다.

 

어머니도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보지 않고 소식을 듣지 않아서 안정된 듯하지만 뉴스를 통해 봉하마을의 소식이 전해지면 또다시 그리움의 대상인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마 어머니에게는 동생으로 자리 잡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몸부림치다 이 세상을 떠난 노무현 대통령이 안타깝고 이승에서 다시 볼 수 없음을 가슴 아파한 것이리라.. 이번 어버이날에는 슬쩍 다시 한 장의 사진을 어머니 앞에 올려놓으리라.


#노무현#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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