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더 체인지(The Change)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대규모 이벤트로서의 컨퍼런스가 아니라 매년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컨퍼런스를 지향합니다. 이와 같은 컨퍼런스의 취지를 살리고 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사전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먼저 컨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15가지 주제 테이블의 호스트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도 기획 중입니다. 꼭 컨퍼런스의 발표자나 호스트가 아니더라도 컨퍼런스의 주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상상력을 제공해주실 만한 분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15개 주제 테이블 가운데 "제5테이블 : 자살 혹은 타살, 죽음의 행렬, 무엇이 문제인가?"의 호스트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25일 서울 서대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습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 권우성

- 13일 대화 주제가 '자살 혹은 타살, 죽음의 행렬, 무엇이 문제인가?'입니다. 이 '죽음의 행렬'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알죠. 근데 눈에 비치지 않는 일상화된 죽음의 행렬은 인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들이 매년 평균적으로 150명씩 죽어갑니다. 거리의 노숙인은 또 얼마나 죽어갈까요?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1위잖아요. 그런데 이런 죽음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굉장히 무감각해져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는 죽음의 구조인데, 이걸 어떻게 타파하고 삶의 구조로 바꿀 것인가가 저한테는 화두거든요. 인권의 기본이 생명권인데,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사회적인 구조, 분위기, 문화가 꽤 있어요.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면 이런 죽음을 드러내 성찰해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던져본 거죠."

-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죽음의 모습들을 비춰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 이야기하게 될 것 같은데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굉장히 탐욕스러운 사회잖아요? 욕망을 추구하게끔 내몰고 있고, 경쟁에서 이기라고 독려하고 있고,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죠. 그래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경험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문화와 가치가 인권의 문화와 가치를 압도한, 인권의 문화와 가치가 신자유주의의 그것에 패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 그럼 인권의 문화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나올 수 있죠. 예를 들면, 성소수자가 왜 죽나요? 호모포비아(동성애를 혐오하는 현상)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요? 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폭행당하고, 동인련(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가 해킹당했어요.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못 버티게 만들고, 모욕과 좌절감을 갖게 만들죠. 희망을 뺏어가죠. 다양성과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의 문제입니다.

요즘 '연대가 뭐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어요. '저 사람의 문제가 내 문제'라는 것이 인권의 가장 중심적인 원리인데, 예전에는 이것을 당위로 받아들였는데 요즘에는 연대의 의미에서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죠. '저 사람의 문제에 내가 관심 갖고 개입하는 것이 나한테 중요한가? 필요한가?'하는 것들을 설명해줘야 해요.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끌어내고 연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들도 얘기할 수 있겠죠."

-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안 벌어지려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제일 좋을 것 같군요.
"이번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죽으니까 사람들이 모이잖아요? 박혜경과 레몬트리 공작단이 오고,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가 결합하고. 노동자들, 멋대가리 없는 사내들이 눈물 뚝뚝 흘리는데, 내내 눈물바다였대요. 그렇게 한번 풀어내주고, 사람들이 '이게 나만의 고통이 아니다', '저 사람도 저런 고통이 있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연대를 찾거든요.

고문 피해도 마찬가지예요. 고문당한 고통을 드러내지 않으면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근데 함께 얘기하고 거기에 공감해주면 삶의 의지가 생겨요. 근데 지금은 기댈 데가 없는 거예요. 상담도 하고 자존감도 높이고 이런 것을 해야죠."

국가인권위 해결 방안, "현재로선 없어요"

 3월 10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인권·법률단체 기자회견에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3월 10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인권·법률단체 기자회견에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 홍현진
- 인권센터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600명 정도 기부 모금에 참가했어요. 대부분 알음알음으로 모여든 분들인데, 아직 조직적인 모금행사를 안 했는데도 모금액이 1억2천만 원 좀 넘었어요. 이런 것을 보면 분명히 인권센터에 대한 공감이 있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망가진 것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에 와서 인권이 너무 엉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 대표적인 현상이 국가인권위가 망가진 거죠.

사람들은 국가인권위라도 있으니까 그나마 희망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인권운동가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죠. 우리는 계속 국가인권위가 제대로 못한다고 비판해온 입장이니까요. 우리가 인권센터를 만들자고 할 때 '이걸 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다가갈까?' 하고 고민했는데, 시민들은 도리어 너무 쉽게 '그런 게 아직도 없냐? 만들면 좋겠다'하고 공감하는 거예요.

국가인권위가 처음에는 사법부로 끌고 가지 않아도 될 인권피해 문제들을 조정해서 해결하는 역할들을 했는데, 지금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황이잖아요? 또 한편으로 민간인권운동 진영이 자기들의 능력으로 해야 할 일을 그쪽으로 다 전가시키고 관망해온 사실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권피해자들이 우선 인권단체에 왔는데, 이제 다 인권위로 가는 거죠.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인권센터가 만들어지고 나면, 아예 공격적인 공익소송을 하는 변호인단 사무실을 만들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공익소송그룹 '공감'이 활동하고 있지만, 공감의 활동이 소송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죠. 공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감이 하는 것과는 달리 공익소송을 공격적이고 기획적으로 하는 그런 거죠. 자기들이 못할 상담이 들어오면 관련된 단체들 이어주기도 하고."

-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재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요?
"현재로서는 없어요. 국가인권위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들을 선임하는 것을 다 정치적으로 나눠먹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독립적이지 않은 거예요. 결국 국가인권위를 헌법기관화하면서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그래서 위원들을 선임할 때도 정치적으로 나눠먹지 못하게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진짜 우리 사회에서 인권문제와 관련해 활동해온 사람들이 인권위 위원이 되도록 만들어주고, 예산과 인력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법안도 독립적으로 제출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이게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독립성 얘기를 했지만, 행정안전부의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거든요."

- 마지막으로, 인권센터는 언제쯤 만들어질 계획인가요?
"인권센터는 올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thinkcafe.org/conference에도 실려 있습니다.



#씽크카페#오마이뉴스10만인클럽#박래군#씽크카페컨퍼런스#인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