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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포스터.
 하버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포스터.
ⓒ 푸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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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본 게 하버드대학에 관한 최초의 기억이다. <러브스토리>나 <야망의 함정> 같은 영화들도 하버드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가 비교적 상세하게 하버드 안쪽을 보여준다.

이 영화들은 한결같이 하버드를 매우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다. 순박하고 머리 영리한 젊은이들이 열정적으로 자기 꿈을 키워가는 대학, 그곳이 하버드라는 게 '로맨틱'의 내용이다.

신은정 감독의 다큐영화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이하 <베리타스> 11일 광주에서 첫 상영)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하버드를 다룬다.

하나는 지식과 이데올로기 공장으로서 하버드가 백악관, 펜타곤, CIA 등 미국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이다. 나머지 하나는 대학으로서 하버드가 학생과 교수들에게는 어떠한 곳인가를 말하는 방식이다.

'하버드의 역사와 전세계적 영향력에 대한 비평적 분석'이라는 부제에서 미리 짐작할 수 있듯이 <베리타스>는 하버드의 로맨틱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어 하버드의 역사, 미국의 정책, 하버드 출신 인물들의 행태를 정밀하게 추적한 다음 몇 가지 결론을 내린다.

미국 지배계층을 위해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기구, 미국정부의 입맛에 맞게 정책을 마사지해주고 그 대가로 신분과 지위상승을 꾀하는 지식인들의 거점, 힘과 자본을 좇는 네트워커 양산 공간…. 신 감독이 알게 된 하버드의 본 모습이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하버드는 러시아 경제개혁에 개입했다. 결과는, 러시아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을 뿐이다. 지역개발 명분으로 하버드가 추진한 몇몇 부동산 프로젝트는 오히려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는 와중에 하버드는 대학 내 1000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 시간강사들에 대한 지원을 끊는 등 비윤리적인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는 더 많이 있다.

세계 최초로 하버드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을 만든 신은정 감독.
 세계 최초로 하버드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을 만든 신은정 감독.
ⓒ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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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관된 사실은, 놀랍게도 이러한 결과들에 대해 하버드는 단 한 번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윤리적 갈등도 없었다는 것. 어떻게 이러한 무책임, 비윤리가 가능할까. 브랜드 권위를 등에 업은 동어반복이 그 이유로 제시된다.

"왜냐하면 하버드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문양에 새겨진 라틴어 '베리타스 veritas'는 '진리'를 뜻한다. 신 감독은 다큐 홍보포스터에 veritas를 verita$로 표기했다. 하버드는 순진하지 않다, 로맨틱은 개뿔, 진리추구라는 화사한 겉옷으로 위장한, 권력과 돈을 향한 욕망의 구조체가 하버드의 실체라고 폭로하는 것이다.

이 같은 <베리타스>의 내용으로 미루어 '공부하는' 자세로, 다소 심심하게 영화를 봐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시간21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만큼 영화의 리듬은 경쾌하다. 풍부한 자료화면, 꼼꼼한 논리체계, 믿을 만한 이들의 인터뷰가 뒷받침되어 말하고자 하는 바의 호소력이 풍부하다.

영상 또한 근경-중경-원경이 적절하게 안배되어 눈의 피로를 덜어 주고, 화면을 열고 닫는 타이밍도 적절해 영상을 통한 설득커뮤니케이션의 본성에도 충실하다. 추구하는 가치가 매력 있다고 해서 영상편집은 게으를 것이라는 추측이나 우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신은정 감독의 영상 다큐 <베리타스>는 한국의 인디다큐 활동가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로 하버드를 다뤘다는 점에서, 혹은 촘스키 같은 스타급 석학을 인터뷰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얻어맞을 각오로 말하건대, <베리타스>는 다큐 기획의 과감성, 기획실현을 위한 취재와 자료수집의 정밀함, 영상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구현 등에서 한국 인디다큐의 통상적인 도달치를 훌쩍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미국까지는 모르겠지만, <베리타스>는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만큼은 충분히 파문을 일으킬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과 함께 무료상영합니다. 지금까지 확정된 상영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광주 상영
- 일시 : 11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 장소 :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다목적홀
- 프로그램 : 가수 인디언 수니 공연, 다큐 상영, 감독과의 대화
- 주최 : 광주 새사연,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 제주 상영
- 일시 : 20일 금요일 저녁 7시
- 장소 : 교육문화카페 '자람'
- 프로그램 : 상영 후 가수 인디언 수니 공연, 감독과의 대화, 감독과 함께 제주생태기행
- 주최 : 사회적 기업 제주생태관광, 교육문화카페 '자람',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 서울 상영
- 일시 : 26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 장소 : 성미산극장
- 프로그램 : 상영 후 가수 인디언 수니 공연, 감독과의 대화
- 주최 : 성미산 공동체,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출처 : 한국 정치인은 왜 하버드에 인사하러 올까 - 오마이뉴스



태그:#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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