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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골 등산로의 첫머리는 다각형 무늬로 되어 있다. 고산골 계곡에서는 지층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만들어진 다각형 무늬(건열, Mud crack)가 발견되었는데, 길의 무늬는 그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사진 왼쪽/ 길의 무늬, 오른쪽/고산골 계곡의 건열 화석)
▲ 건열 무늬를 한 고산골 등산로 고산골 등산로의 첫머리는 다각형 무늬로 되어 있다. 고산골 계곡에서는 지층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만들어진 다각형 무늬(건열, Mud crack)가 발견되었는데, 길의 무늬는 그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사진 왼쪽/ 길의 무늬, 오른쪽/고산골 계곡의 건열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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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에게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휴식처는 앞산공원이다. 그 중에서도 고산골, 안지랑골, 용두골, 달빗골은 특히 사랑을 받는 등산로들이다. 한결같이 그늘이 시원하고 물이 맑으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를 끼고 있는 골들이다.

그 중에서도 고산골은 다른 곳들에는 없는 특이한 구경거리를 가지고 있으니,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공룡 발자국과 연흔, 건열 들이다. 이들은 모두 용두산성 유적의 오른쪽에 늘어서 있는 식당가에서 고산골로 들어가는 도랑 속에 있다. 길가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찾기도 쉽다. 대구가 아득한 옛날에는 거대한 호수였고, 공룡들이 버글버글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면 아이들은 한결같이 '깜짝' 놀라며 '정말이요?' 한다. 그만큼 고산골은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좋은 교육현장이다.
 

고산골 계곡에서는 물결 무늬 화석(연흔, Ripple mark)과 1억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것으로 여겨지는 공룡 발자국 화석(Dinosaur foodprint)도 볼 수 있다. 사진 좌상 부분에 있는 삼각형 형태의 물 고인 곳이 공룡 발자국이고, 앞 부분의 빗살처럼 보이는 무늬가 연흔 화석이다.
▲ 고산골의 공룔 발자국과 연흔 화석 고산골 계곡에서는 물결 무늬 화석(연흔, Ripple mark)과 1억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것으로 여겨지는 공룡 발자국 화석(Dinosaur foodprint)도 볼 수 있다. 사진 좌상 부분에 있는 삼각형 형태의 물 고인 곳이 공룡 발자국이고, 앞 부분의 빗살처럼 보이는 무늬가 연흔 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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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발자국과 연흔, 그리고 건열이 고산골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이라면, 이 골이 자랑할 만한 역사유적은 법장사이다. 고산골에는 수덕사, 성불사, 굴암사, 법장사, 토굴암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법장사는 통일신라 시대의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찰이다. 절 자체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흩어져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던 돌들을 다시 모아 1962년 3층석탑을 복원한 덕분에 그나마 볼거리가 조금은 남게 되었다.

법장사가 고산골에서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법장사의 본디 이름은 고산사였다. 고산골의 이름이 법장사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다. 경북대학교와 대구광역시가 공편한 학술보고서 <비슬산 속편>을 보면 아들이 없어 고심하던 신라 왕이 이 골짜기에 절을 세우고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실천하였는데, 과연 득남하게 되었고, 그 후 고산사는 번창하지만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구시 문화재자료 5호인 법장사 석탑은, 절이 임란 때 불에 타버린 뒤 흩어져  나뒹굴고 돌들을 주워, 1962년 복원한 것이다.
▲ 신라 고찰 법장사 대구시 문화재자료 5호인 법장사 석탑은, 절이 임란 때 불에 타버린 뒤 흩어져 나뒹굴고 돌들을 주워, 1962년 복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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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는 사람이, 계곡에는 물이 가득하다. (사진은 법장사 마당에서 본 풍경)
▲ 초파일이라 절에는 연등이 가득하고 산길에는 사람이, 계곡에는 물이 가득하다. (사진은 법장사 마당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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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초파일이라 그런지 절에는 온통 연등이 가득했다. 등마다 그 아래에는 소원을 비는 띠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과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원시적 기복신앙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묘한 이중심리가 엿보였다. 법장사에서는 3층석탑을 꼭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데, 연등과 꼬리표에 가려 좀처럼 그 면모를 살펴볼 수가 없다.

달성서씨 판서공파 동산문중의 재실로, 법장사 뒷담 바로 너머에 있다.
▲ 법장사 바로 뒤의 수덕재 달성서씨 판서공파 동산문중의 재실로, 법장사 뒷담 바로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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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사 바로 뒤에 눈길을 끄는 건물 하나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산에서 이런 건물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형태로 보아 절의 부속건물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그렇다고 와가도 아니라서 그 정체성이 자못 궁금하다.

잠긴 대문 안으로 들여다 보니 현판에 수덕재(修德齋) 세 글자가 쓰여 있다. 알아 보니, 지난 5월 5일 이 수덕재에서는 달성서씨 판서공파 동산문중이 주최한 제 32회 장학금 수여식 및 경로잔치가 열렸다고 한다. 문중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이 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일어난다.

고산골의 물과 공기는 정말 맑고 시원하다. 곳곳에 마련된 체력단련시설을 이용하는 것 또한 고산골 등산이 주는 큰 재미.
▲ 삼림욕 고산골의 물과 공기는 정말 맑고 시원하다. 곳곳에 마련된 체력단련시설을 이용하는 것 또한 고산골 등산이 주는 큰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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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연등이 가득하지만 산길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밤새 비가 내리다가 멈춘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도시 사람들이 멀리 가지 못하고 앞산으로 몰린 듯하다. 산길을 오르는 중인데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에 치여 한적한 산중 산책의 재미가 반감되고 만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나무보다는 사람이 훨씬 적으니, 앞산공원관리사무소가 세워둔 산림욕 안내판의 테르핀(Terpene) 효험까지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리라.

계곡 가득 넘쳐흐르는 물길들이 콸콸 소리를 내며 산중 공기를 더욱 깨끗하게 해준다. 가뭄이 들었을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좀처럼 보기 어렵던 작은 폭포들이 앞다투어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소리들을 내지르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연초록 잎새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더욱 상쾌해진다.

계곡을 가로질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체력단련 시설을 이용하는 것 또한 이곳 고산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유쾌한 즐거움이다. 어린 아이들이 젊은 부모와 함께 쾌성을 지르면서 노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방금 비가 갠 석탄일 오후, 절에는 연등이, 산길엔 사람이, 그리고 계곡엔 물이 가득한 고산골의 풍경이 삶에 지친 도시민의 마음에 맑은 바람 한 줄기를 시원하게 불어넣어준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가 세워둔 안내판의 내용이다.
▲ 산림욕의 효험 앞산공원관리사무소가 세워둔 안내판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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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산골, #석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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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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