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사상 최대 비리사건으로 불리는 남구 삼산동 공영주차장 부지의 아파트 용도변경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나온 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행사에서 나간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철저한 재조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 행방과 로비 대상은 누구?
사건 일지 |
- 2004년 S시행사 삼산동 공영주차장 부지 매입 - 2005년 9월~2007년 10월 전 울산배구협회장, 시행사로부터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 받음 - 2007년 3월 울산시, 삼산동 공영주차장 부지를 주거용지로 변경 - 2007년 7월 울산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 2007년 5월 울산시 건축심의위원, 시행사로부터 억대 미술품 설치 수주 - 2007년 8월 지역일간지 B대표, 시행사로부터 3300만 원 받음 - 2007년 10월 지역일간지 A대표, 시행사로부터 1억1000만 원 받음 - 2010년 8월 전 울산배구협회장 구속 및 건축심사위원 구속 - 2011년 4월 지역 일간지 대표 두 명 구속 - 2011년 4월 25일 검찰, 수사 결과 종합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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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검찰이 지난해 6·2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 후인 2010년 8월 9일 전 울산배구협회장 C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9개월 후인 4·27 재보선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25일, 검찰은 아파트 건축과 관련해 로비자금으로 26억1000만 원을 받은 브로커와, 1억1000만 원 및 수천만 원을 각각 받은 지역 일간지 대표 2명, 이 사건을 포함해 7억 원 상당의 미술품 설치를 수주받은 당시 울산시건축심사위원 등이 망라된 비리 사건이라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울산지검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핵심 인물인 전 울산시배구협회장 C씨는 2005년 9월부터 2007년 10월 사이 공무원에게 청탁해 아파트 건축 관련 도시계획시설 폐지 등 인허가를 받아 주는 대가로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울산지역 일간지 전 대표인 A씨는 지난 2007년 10월께 S시행사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공갈), 또 다른 일간지 대표 B씨는 2007년 8월께 협찬금 명목으로 3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다.
또한 2007년 당시 울산시 건축심의위원을 지낸 현직 울산시의원은 2007년 5월 이 아파트관련 억대의 미술품 설치 수주를 받은 것 등이다. 핵심 인물인 전 울산배구협회장과 당시 건축심의위원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돈을 준 S시행사 대표는 지난 2004년 11월부터 2009년 12월 사이 회사자금 60여억 원을 횡령해 전방위로 로비를 펼친 혐의로 25일 불구속 기소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취한 뇌물과 로비자금, 공갈금액 등은 아파트 건축비에 반영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이는 고스란히 분양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로 국민경제를 침해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들이 숨긴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로비자금 26억1000만 원의 행방과 로비대상은 검찰 수사에서 끝내 밝혀져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관계자는 5월 11일 "오랜 기간 검찰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사를 벌였지만 로비자금의 행방과 대상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본인이 끝내 부인하고 있고, 계좌추적을 통해서도 자금의 행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울산시의 용도변경과 건축 허가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며 "검찰은 끝까지 자금의 행방을 추적해 로비자금으로 나간 돈을 추징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시민단체 "재조사 통해 로비 대상, 자금 흐름 밝혀야"이번 사건의 팩트는 두 개다. 아파트 시행사가 공영주차장을 아파트용지로 변경하기 위해 수십억 원의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것과 용도변경 인허가가 떨어져 공영주차장이었던 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것.
공공시설이 아파트 부지로 변경되려면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행사 등이 관할 구청에 용도 변경을 요청하면 구청은 이를 심사한 후 다시 울산시에 넘긴다. 이어 울산시는 시의회 승인과 공청회, 건축물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시행사는 남구청에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남구청은 심사 후 이를 울산시에 넘겼다. 울산시는 건축심의위원회와 시의회 의견 청취, 공청회를 거쳤다고 한다. 그러나 26억1000만 원의 로비자금이 건네졌고 이를 주고받은 브로커와 시행사는 기소됐으나, 이 돈의 행방이 묘연한 데다, 로비 대상이 누구인지는 미궁에 빠졌다. 또 언론 사주들이 어떤 공갈로 거액의 돈을 받아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고층아파트로 용도 변경하는 결정권자인 울산시는 부지 용도 변경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정당하게 결정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무부서인 울산시 건축계획과 과장은 "수년간 시행사가 용도변경을 요청했지만 매번 반려해 왔다"며 "2007년 허가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부지가 나대지(건축물이나 구축물이 없는 대지)로 계속 방치돼 도시 미관을 흐릴 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정당한 요청을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었다"며 "따라서 감보율(토지구획 정리사업에서 학교, 공원 등 공영지를 확보하고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토지를 공출받는 비율)을 50.4%로 높여 특혜 의혹을 원천 차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영주차장 부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곳이 시내 최요지인 점을 고려하면 시행사로서는 밑질 게 없다는 것이 지역계의 분석이다.
이를 심의하는 시의회는 무엇을 했을까. 당시 울산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지 용도변경안은 시의회 의결을 거친 것이 아니라 시의회가 의견 청취만 했다. 당시 한 야당 시의원은 "야당 의원은 심의 회의에 참가하지도 못했으며 나중에 시의회 의견 청취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아파트로 용도변경이 되는데도 왜 시행사는 굳이 수십 억 원의 로비자금과 뇌물을 제공했을까. 또한 지역 언론사주들은 어떤 꼬투리를 잡아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받아냈을까.
이에 대해 야권과 시민단체는 재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 김동일 활동가는 "26억여 원이라는 거액의 로비자금이 나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금의 행방과 로비 대상이 빠져 있다"며 "현재 로비자금을 1차적으로 받은 한 사람 재판만 진행 중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금 흐름과 로비 대상자들은 생략된 채 한 사람만 언급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름 그대로 '로비' 자금에 대한 대상과 사용처를 재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임상우 대변인은 "많은 시민이 지금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며 "재조사를 통해 로비자금의 용처와 그 대상자들을 철저히 밝혀 시민의 궁금증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공영주차장이 어떻게 고층 아파트 됐나울산 남구 삼산동은 과거 허허벌판이었으나 도시의 급격한 발달로 1980년대 중반 이후 도시계획이 진행됐다.
문제의 공영주차장 부지는 지난 1989년 울산지역 시내버스 회사인 경진여객 등이 시내버스 차고지로 사용해 왔으나, 시내버스 업체들의 경영 악화로 토지개발공사에 넘겨진 후 다시 개인 소유지가 됐다. 아파트 시행사인 H사는 2004년부터 이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울산지역 외곽에 대형 공영주차장 몇 곳이 들어서면서 삼산동 시내버스 차고지의 외곽 분산이 이뤄졌고, 그 후 이 부지는 나대지로 방치됐다.
아파트 시행사는 이 점을 노렸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이 시행사가 이 부지를 공동주택 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남구청과 울산시에 수차례 '도시계획시설 폐지'를 요청해 왔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거절 이유는 이곳에 공공시설 외 다른 시설은 불가하다는 것.
결론적으로 시행사는 3년간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아파트 건설을 성사시켰다. 울산시가 2007년 3월 공영주차장 부지를 주거용지로 바꾼 뒤 그해 7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 났고, 이후 이곳에는 지상 16~24층 아파트 9개 동 700여 가구가 들어서 현재 분양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