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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나들이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봄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운 좋게도 과천과 가깝다. 차로 이십분 정도면 갈 수가 있다. 요즘 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는 둘째 푸름이만 데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몇 번 다녀왔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싸 가지고 가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난다. 차를 가지고 가면 드라이브 하기에 딱 좋은 길을 지나 현대미술관 주차장에 다다른다. 그 길 옆에는 봄을 알리는 꽃과 나뭇잎 들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나는 지난 4월 26일 현대미술관 안에 있는 어린이 미술관에 갔다. 처음 가보는 것은 아니고 작년인가 한 번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너무 많고 큰 아이 친구들과 함께여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푸름이와 여유로운 시간에 찾아오니 많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어린이 미술관은 지하로 내려가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문제는 유모차가 내려갈 수 있는 길이 가파르다는 것이다. 푸름이가 아직 어려서 유모차를 태우고 있었는데 내가 혼자서 유모차를 끌고 가기엔 너무 위험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고 가기에 너무나 위험한 미술관 입구
▲ 어린이 미술관 입구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고 가기에 너무나 위험한 미술관 입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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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받은 첫 느낌은 정말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정면에 통유리로 된 교육실도 멋있고, 미술관 안에 있는 어린이 화장실도 시설이 꽤 괜찮았다.

그런데 신경이 쓰이는 것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경고문'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내용을 살펴 보자면, '만지면 작품이 망가져요. 눈으로만 봐 주세요' '작가의 작품입니다. 던지면 곤란해요.' '기대면 위험해요. 만지면 안돼요.' '만지면 작품이 망가지니 눈으로만 봐주세요.''작가의 작품입니다. 작품위에 그림을 그리면 곤란해요' '뛰지 마세요. 다칠 위험이 있습니다' '만지면 아파요' '뛰지 마세요' 등이다. 

너무 많은 경고문 때문에 머리가 다 어질어질 해질 지경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미술관에 온통 안 된다는 부정적인 말 투성이라니!

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경고문구 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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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경고문구 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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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경고문구 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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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경고문구 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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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경고문구 어린이 미술관에 있는 경고문구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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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실제로 아이가 작품을 조금만 만지거나 뛰면 어김없이 관리자가 나타나 제재를 가했다. 그것도 부족해 보호자인 나에게까지 아이에게 주의를 주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물건들이 조금만 흐트러져 있어도 역시 관리자가 나타나 정리하느라 바빴다. 작품을 만지고 뛰는 푸름이와 많은 아이들을 잘했다고 두둔하고자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물론, 작가의 작품들은 보호 받아야 마땅하고,  미술관에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은 기본인 일이다. 

하지만, 어린이 미술관을 찾는 다수의 어린이들이 아주 얌전히 눈으로만 관람하기엔 궁금한 게,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이다. 보기 좋은 작품들은 이것저것 살짝 만져도 보고 싶고, 구경하는 것이 지루해 지면 조금은 뛰고 싶기도 할 것이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거리를 두고 구경만 해야 하고 떠들면 절대 안 되는 미술관은 아이들에게 딱딱하고 고루한 곳이 될 게 분명하다.

어린이 미술관이라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좀 더 편안하게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만지면 절대 안 되는 작품보다는 조금은 만져도 되는 작품을 전시해서 아이들이 미술관을 즐겁고 신나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그 이전에 학교나 가정에서 미술관 예절도 잘 가르쳐 주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린이 미술관은 정말 시설좋고 깨끗한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파리에서 로댕미술관을 들렀는데, 그곳에서 난 특이한 경험을 했다. 로댕의 작품 대부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놓지 않았음에도, 작품에 손을 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작품을 살펴보고, 관찰하며 옆사람과 소곤소곤 이야기도 나누며 편안한 관람을 하고 있었다.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스케치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우리나라의 미술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쩜 한 블록만 지나면 미술관이 있는, 그렇게 미술관이 흔한 프랑스여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참 보기좋은 풍경이었다.    


태그:#어린이미술관, #과천,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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