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도권에서 빈곤층이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인천의 지역아동센터(옛 공부방)들이 문을 닫거나 운영을 축소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운영비 지원금 삭감 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지역 지역아동센터 130여 곳은 정부의 일방적 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2010년부터 복지부를 상대로 투쟁했으며, 복지부는 평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운영비 지원금 50%를 올해 1월부터 삭감했다.

 

복지부의 지원금 삭감은 운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문을 닫거나 정원을 축소하는 지역아동센터가 늘어나 빈곤층이 많은 인천지역의 사회보장시스템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영비 삭감으로 인해 기존에 운영해오던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시설장 등 종사자의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공부방으로 불렸던 지역아동센터는 1995년 당시 전국적으로 100여 개가 되지 않았으나 IMF를 거치면서 2000년에는 500여 개로 급격히 증가했고 현재는 38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MF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방임아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전국적으로 18만 명 이상이 지역아동센터나 방과후 보육시설, 돌봄 교실 등에서 보호되고 있다. 미보호 아동도 9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지역아동센터, 문 닫거나 정원 축소... 종사자 무급 또는 임금 삭감

 

'인천 지역아동센터 운영지원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복지부의 운영비 지원 50% 삭감 후 인천 지역아동센터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인천 부평구의 경우 경인비전·다정·보아스·산곡지역아동센터가 정원을 29명에서 19명으로 축소했다. 센터 9곳에서 종사자 총9명이 퇴직했다. 2개소의 종사자 2명도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

 

운영비가 50%로 삭감돼 14개소 종사자의 임금이 80만 원 이하로 지급되고 있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개 시설은 시설장이 자부담으로 종사자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또 다른 1개소는 종사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중단된 상태다. 23개소에선 시설장의 인건비가 무급으로 전환하거나 50% 삭감된 상태다.

 

남동구를 보면, 만수행복지역아동센터가 정원 49명에서 29명으로 축소됐고, 10여 곳에서 종사자 총 10여 명이 퇴사했다. 6곳의 시설장은 무급으로 전환했다. 1개소는 운영비 확보 전까지 시설장의 인건비를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남구의 경우 미추홀·또래지역아동센터 등은 대표자가 종사자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고, 꿈동산 지역아동센터는 최저 임금의 50%만 인건비로 지급하고 있다. 연수구의 지역아동센터 13개소도 시설장 임금을 무급으로 전환했다.

 

서구도 10곳의 시설장 임금을 무급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계양구도 6곳이 무급으로 전환했고, 1곳은 임금을 삭감했다. 강화군의 경우도 1개소의 급여 지급이 중단됐고, 2개소의 경우 임금 50%가 삭감됐다.

 

"서열화식 평가로 사태 야기, 복지부 책임"... 복지부 "똑같이 지원할 순 없어" 

 

범시민대책위 측은 "복지부는 복지영역을 담보하는 행정기관이며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에 대한 제도적 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책무가 있지만, 평가지침에 대한 원론과 원칙만을 고수하며 인천 지역아동센터에 내린 운영비 보조금 삭감 조치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흔드는 비상식적인 행보"라고 비판했다.

 

또한 "복지부의 조치는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20여 년 동안 책임져온 민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오만한 관료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한 뒤 "나홀로 방임 아동에 대한 안전망 확보와 지원 체계마련을 위해 복지와 인천시의 지속적인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12일 기자와 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인천시에서 별도로 지원되는 것을 포함해 운영비의 60%가 지원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평가를 받은 기관과 받지 않은 기관에 똑같은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며 "피해 아동에 대해선 인근 규모가 큰 시설로 전환하거나, 민간 후원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족한 운영비에 대해 추가 지원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2012년에도 운영비 50%가 삭감되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선 "2012년에 대한 어떠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 거부 시설에 대한 운영비가 축소될지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2012년 예산 등을 종합해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해숙 안산1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아동에 대한 이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문명적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운영비 삭감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시민대책위에 참여하는 김영란 인천여성회 회장도 "저소득층 아이뿐 아니라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방임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지역아동센터의 문턱을 낮추고 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운영비가 축소돼 저소득층 아이들을 책임지는 지역아동센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문제는 운영비 지원과 연계하기 위한 서열화식 평가로 인해 야기된 만큼 복지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범시민대책위는 12일 복지부에서 복지부의 평가 거부 시설의 운영비 삭감으로 인한 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운영비 삭감 조치 철회와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정상화 방안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삭감#보건복지부#공부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