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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5월 8일 어버이날은 찾아왔다. 1년의 많은 행사 중 5월의 이 행사는 5월 초만 되면, 올해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뭘 해야 하나로 고민이다. 즐거운 고민이지만, 행여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쩌나.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녀분들 참으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필자는 해마다 하던대로 친척과 가족들과 모두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옷선물도 하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야기하기 괜히 부끄럽지만, 필자가 올해 결혼을 한다. 그래서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기자인 필자의 예비 남편이 은근히 긴장을 한다. 그러더니

 

"아 맞다.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보여드리면 되겠네!"

 

오빠와 그 아래로 여동생 둘의 삼남매는 이제는 어엿한 삼, 사십대 회사원으로, 작가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시골에서 생신을 맞아 서울 아들집으로 오시다가 서울역에서 어머니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아버지도 함께 계셨지만,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아들은 아내에게 당신이 모시러 가지 그랬냐 하고, 아내는 아버님이 길 아니까 찾아갈 수 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며 집안 분위기가 험악하다.

 

'어머니를 찾습니다' 전단지를 돌리며,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다닌다. 이야기는 과거속으로 들어간다. 어머니는 어린나이에 시집오셔서 아들딸 공부시키고, 시동생 소학교 보내려 시누이와 싸우면서, 가끔 장독대 뚜껑에 한풀이를 하며  그 많은 세월 살아오셨다. 한때 딴집 살림 하시던 아버지 때문에 가출도 하셨지만, 큰아들이 엄마가 집으로 들어와야 자신은 밥도 먹고 열심히 공부하여 법대에 가겠다 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신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동명의 연극으로 공연되고, 올해는 김성녀가 어머니 역할로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 어머니 역의 김성녀는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머니 역할을 노래하며 연기한다. 푸근하고 애정넘치는 어머니. 하지만, 김성녀 씨 용모의 아름다움이 길잃은 치매 어머니 역할까지 오가기에는 너무 뚜렷하게 예쁜 용모가 아닌가 싶다.

 

큰딸 역할의 차지연은 연극<엄마를 부탁해>의 허수경·김여진의 딸 연기보다 좀 더 실제적인 모녀관계로 보였다. 허수경·김여진의 연기가 잔잔하고 어른스러운 딸이었다면, 차지연의 딸 역할은 좀더 철부지이고 어머니와 티격태격하지만 더 애정스러워 보인다.  

 

연극에서 아버지 역의 박웅은 시골스러운 느낌이 덜하였던 아쉬움이 남는 반면, 뮤지컬의 아버지 역의 김덕환은 더 가부장적이고 억센 시골스러움이 극에 더 맞아 보인다. 아들 역할의 이계창도 무력하고 고뇌많은 중년 남성역할에 괜찮았다.

 

음악은 대중음악계에서 많은 인기곡을 작곡하여 온 김형석의 음악이라 각 장면의 멜로디가 아주 뚜렷하고 좋았다. 배우들의 노래는 훌륭하였으며, 연기도 모두 좋았다. 특히 아직도 김성녀가 극의 초반에 부른 '미안하다~'선율이 귓가에 돈다. 잔잔하게 한 옥타브 도약의 이 노래에 필자는 아주 짧지만 순간 뭉클하였다.

 

어머니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하셨을까. 극중 자녀들이 어머니를 찾으라 용산에 갔을때, 동네청년이 하였던 말이 "그런데 이상한건 그 할머니는 계속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이에 큰아들은 말한다. "뭐가 그리 미안하셨는지...."

 

아닙니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미안합니다. 저희가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잘 해드리지 못하고 받기만 해서. 끝까지 받아가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신시 컴퍼니의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는 5월 5일부터 6월 19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태그:#엄마를 부탁해, #어버이날, #김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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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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