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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방해혐의로 체포되어 구속 수감된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이 장기간 옥중단식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6일 오전, 경찰은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 중인 서귀포시 강정도 중덕해안에서 양윤모 전 회장을 체포했다. 당시 공사업체가 해안에 설치할 테트라포드 자재를 반입하려 하자 양 전 회장이 공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양 전 회장과 현장소장 사이에 몸싸움이 일었다. 그런데 현장소장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양 전 회장은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체포되었다.

 

4월 8일 구속된 양 전 회장은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일체의 음식을 거부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4월 25일 교도소 측은 장기간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 양 전 회장을 제주대학병원에 입원시켜 응급처방을 했다. 5월 2일 병원에 재수감된 이후에도 양 전 회장은 지금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은채 "해군기지 중단 없이 단식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 전 회장이 장기간 단식을 이어간다는 소식에 충무로 영화인들이 지난 11일 제주를 찾았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양기환 이사장, 한국독립영화협회 낭희섭 대표,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이사장, 조진규·김동원·정의철·정지영·임순례·김정훈 감독, 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 등 영화인 10명은 제주교도소를 방문해 양 전 회장을 면회한 후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영화인들은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의 땅, 생명의 땅을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몹쓸 곳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또한, 12일에는 민주당 이미경(단장)·김재운(간사)·최영희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창조한국당 이경희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된 국회진상조사단이 제주를 찾았다. 이들은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를 예방한 후 서귀포시 강정마을로 이동해 지역주민과 해군을 차례로 만나 해군기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였다.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정마을회는 불법·탈법·편법으로 얼룩진 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내년도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 동결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조사단장은 "자연환경 훼손에 문제에 대해 정말 잘못됐는지 국회에서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우근민 제주지사, 양 전 회장 구명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 내비쳐

 

또한, 해군기지 사업단을 만나 "진상조사단이 활동할 동안만이라도 공사를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해군 측은 확답을 피했다. 이후, 제주도청을 방문해 우근민 지사를 만난 진상조사단은 진상조사 활동이 마무리될 때까지 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할 것과 옥중에서 38일 동안 단식투쟁하고 있는 양 전 회장의 석방을 위해 탄원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근민 지사는 공사 일시 중단은 요구해 보겠고, 양 전 회장의 구명운동에도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활동 기간을 6월 말까지로 예정하고 있는 진상조사단은 이기간 동안 국무총리실·국방부·방위사업청 등을 방문해 조사하고 6월 초쯤 도민보고회를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진상조사단이 제주를 떠난 뒤, 13일에는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천도교 등 5대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 소속 성직자들이 제주를 찾았다. 종교환경회의는 13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개발사업·제주해군기지사업은 종교인들이 볼 때 생명과 평화 파괴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막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을 느낀다"며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성직자들은 강정마을을 방문하고 주민과 함께 중덕해안에서 '생명의 섬 제주도를 평화의 상징으로'라는 주제로 기도회를 열었다. 생명을 위한 묵상으로 시작된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와 제주도를 향해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주민들의 줄기찬 반대에도 해군이 공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은 물론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야5당이 해군기지 진상조사단 구성에 합의하고 실질적인 활동에 들어감에 따라 해군기지 건설이 정치권의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당 내의 반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 국방부가 최근 '대양해군 전략'을 폐기하면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정당성도 약해지고 있다. 정치권의 선택에 따라 해군기지 사업이 전면적으로 중단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주민들 사이에서 새롭게 싹트는 이유다.


태그:#해군기지, #국회진상조사단, #강정마을, #양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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