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위원장이 격려사를 한 행사에서 현직 교장이 사회를 보고, 교육장 등 교육 관리들은 박수를 쳤다. 휴일인데도 행사에 참석한 750여 명의 교사와 교육단체 인사들은 이 같은 교육계의 '혁신' 모습을 웃으며 지켜봤다. 지난 14일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교육지구인 경기도 안양시 청사에서 열린 학교혁신 국제 심포지엄 경기도대회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덴마크 교장 "휴일인데도 교사들 성황, 상상 못할 일"
이날 오후 2시 30분, 800석 규모의 안양시청 대강당 의자가 거의 찼다. 흙피리 연주로 '아리랑' 가락이 흘러나왔다. 대회장에 걸린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새로운 학교, 희망의 교육을 위한 상상력과 열정을 함께 나눕시다."
심포지엄 발표를 위해 입국한 덴마크 가우어스룬드 중학교의 마그누스 테파스 교장은 "휴일 교사연수에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자율로 참석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개회사에서 심포지엄 조직위원장을 맡은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혁신학교 바람이 전국에서 불어오고 있는데, 그 태풍의 눈은 바로 경기도교육청과 선생님들"이라면서 "이제 한국교육은 혁신학교 운동의 시작 전과 후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1부 외국 혁신학교 사례 발표 사회는 혁신학교인 경기 호평중의 강범식 교장이 맡았다. 전교조 행사에 현직 교장이 사회를 본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오완수 양평 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4명의 교육장을 비롯하여 20여 명의 경기도교육청 관리들도 참석해 박수를 쳤다. 이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인 이석현, 이종걸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발표자로 나선 핀란드의 사뚜 혼칸라 교장(라또까르따노 학교), 독일의 알베르트 마이어 교사(헬레네랑에학교), 덴마크의 마그누스 테파스 교장(가우어스룬드 중학교)은 휴일 교사들의 연수 열기에 놀라운 눈빛을 보였다.
발표를 준비하던 마그누스 테파스 교장은 "휴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어떻게 자율로 연수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냐?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안승문 심포지엄 준비위원장(21세기교육연구원장)에게 말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한국 교사들은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면 휴일에도 연수를 마다않는 열정이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석현 의원(안양시 동안구 갑)도 기자를 만나 "진지하게 학교혁신을 위해 배우는 선생님들이 있으니까 이명박 정부의 무한경쟁교육 체제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라면서 "저들은 전교조를 빨갱이로 색칠하지만 혁신학교가 바로 세계의 방향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경기도, 혁신학교 울타리 넘어 혁신지구로...
외국 교원 대표의 발표를 들은 뒤, 한국 대표의 발표가 오후 7시 30분까지 이어졌다. 발표자는 서길원 성남 보평초 교장과 장재근 안양혁신교육협의회 TF팀장.
장 팀장은 발표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3월 지방 자치단체와 함께 혁신지구를 지정한 것은 학교 차원의 혁신을 넘어 지방정부 차원의 투자를 끌어내고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주민들이 혁신학교의 성과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오는 17일까지 전국 14개 지역을 돌며 펼치는 이번 심포지엄은 전교조와 교육희망네트워크, 21세기교육연구원 등 14개 교육시민단체가 주최하고 광주, 전남, 전북 교육청이 주관하며 서울과 경기 교육청은 후원기관으로 참여한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서울지역 대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한 바 있다. 16일에는 광주, 전북에서, 17일에는 충남, 제주, 울산 지역에서 심포지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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